전화 한통을 아침 일찌감치 받았다. 중요한 결정을 하느라 밤새 5분도 못 잤다고 했다.

삶을 살면서 누구나 중요한 선택의 순간을 만나게 된다.'이것이냐 저것이냐'를 선택해야만 하고 그렇게 외롭게 '홀로 걸어가는 정신'을 생각하는 시간이야말로 처절한 삶의 진면목일 수 있다. 가끔 위대한 역사의 장을 열어갔던 위인들도 잠 못 자고 홀로 걸어가는 정신으로 어떤 날을 살았을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하게 된다. 이순신의 잠 못 이루던 한산 섬 밝은 달밤을 그려보기도 하고 예수의 고뇌에 찬 겟세마네의 기도를 상상해 보기도 한다.

세상의 희망을 만들어내기까지는 갈망이 있는 사람의 깊은 생각과 홀로 걸어가는 정신이 선행되어야 한다. 바른 마음을 이어가며 살아도 잘 살 수 있고 속이지 않고 살아도 밥 먹고 살수 있다는 믿음이야말로 이 세상을 살면서 우리가 이어가야할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열려있는 정성스런 기도를 하다보면 땀이 등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배꼽부분도 흥건히 고여 있음을 느낀다.

홀로 걸어가는 정신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쩜 고달프고 가슴시린 날들의 연속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은 인생을 꼼꼼하게 관찰하고 아픔과 용서와 화해를 생생하게 경험하는 소중한 시간들이다. 인생과 삶은 그렇게 화려하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가슴시린 경험들을 통해 울컥하는 감동을 오롯이 맛보는 것인지도 모른다.

맑지만 치열하고 순수하지만 정열이 가득한 삶을 소원할 수록 '홀로 걸어가는 정신'을 붙여놓고 살 일이다. 세상 이치를 깨닫는 순간이 열리는 것은 새벽 숲속일 수도 있고 허겁지겁 정신없이 먹어대는 빵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는 때이기도 하다.

칠흙같이 검은 밤의 공기를 마주하고 '다시 태어나도 이 길을 갈 것인가' 또는 '이 선택이야말로 필연이다'라는 생각이 들면 그 길은 비록 '홀로 걸어가는 정신'의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해도 갈 수 밖에 없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봄바람에 실려 이렇게 아름다운 봄꽃이 만발하기까지는 긴 겨울의 기다림과 추위가 필요했다.

인생은 양념 맛이 아니다.

양념 속에 감추어진 진짜배기 인생의 맛은 어쩌면 껍질채 찌어낸 감자 맛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인생은 결코 직선이 아닐지도 모른다. 질러서 가는 길이 그리 눈앞에 보여도 그 길로 못가고 결국 돌아 돌아가야만 하는 것이 굽이굽이 인생길이기도 하다.

누군들 자유로운 사람이 있겠는가!

날마다 진심으로 살 일이다. 날마다 지금 하는 일에 자신의 진심이 얼마나 실려 있는지 물어 보고 또 물어보고 홀로 이길을 가도 참 괜찮은 길이라고 다음 세상을 이어가는 일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을 일을 할 일이다.

계절을 따라 살다보면 생명의 순환을 통해 배우고 또 배운다.

진실을 따라 생명이 나고 죽음을.

봄바람을 타고 언제 왔는지 새 생명들은 찬란한 꽃을 피운다.온 몸을 다해 피워내는 그 꽃잎들의 안간힘과 몸부림을 우리는 모른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홀로 피워내는 그 꽃잎들의 진심을 우리는 무심하게 바라볼 것인가!

저마다 말을 하든 하지 않든 진심이 있다. 꽃잎이 말없이 피고 말없이 진다고 생명의 몸부림이 없었을까?삶은 그렇게 시작되고 그렇게 때로는 홀로의 몸부림을 필요로 한다.

아무도 모르는 낮과 밤을 홀로 부여안고 애쓰는 날들은 꽃을 피우는 날들에 해당하지 않을까!

유인봉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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