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은 눈 인사에 익숙하거나 고개를 숙이는데 익숙하지만 남성들은 상대가 좋아 하거나 말거나 손을 잡는 것에 더 익숙하다.
인사를 할 때 손에 적당한 힘을 넣으며 인사를 하는 것은 상대방의 힘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반면에 너무 조심스럽게 인사를 하는 이를 보면 나는 반드시 다시 악수를 청하게 된다. 그러면서 가벼운 일상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면서 상대방을 더 잘 이해하게 만드는 것도 좋은 듯하다.
세월이 지나면 사람의 모습이라든지 손은 무수한 이야기를 담게 된다.
때론 가늘고 긴 손은 너무 유약해 보이는 느낌을 주기도 하고 적당히 세월의 무게를 짐작할 만한 두툼한 손은 모진 풍파를 잘 견디어 냈음을 보여 주기도 한다.
손톱이 긴 손은 아름답긴 하지만 그런 손으로 바쁜 일상을 다 소화하면서 더러운 것도 내 일로 끌어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갖게 한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손은 늘 따뜻하지만 거칠었다. 행여나 등이 가려울 때 “어머니 등이 가려워요”라고 말하면 가을 걷이에 거칠어진 손으로 등을 썩썩 문질러 시원하게 해 주셨다.
거친 어머니의 손이 가려운 곳을 골고루 찾아서 긁어 줄 때 어머니 손은 어머니의 마음이 전해지는 그런 손으로 어린 마음에 새겨져 있다.
지금 어머니의 손은 늙고 가늘어진 손이다. 그분의 손은 더 이상 거친 손이 아니다. 그러나 80여년을 하루 같이 열심히 산 손으로, 6남매의 자식을 성장시킨 손으로 충분히 아름답다.
어떤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가는 늘 흔적을 남긴다.
아주 괜찮았던 사람의 얼굴이 영 안되어 보일 때, 그때는 그삶이 얼마나 각박한지를 짐작하게 한다. 반대로 성형수술을 한 것도 아닌데 아주 인상이 좋아 보이는 사람을 만날 때 그 사람의 일상이 아주 잘 풀려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꽃집을 하면서 글을 쓰는 이를 알고 있다.
그의 얼굴은 로션 하나 바르는 것도 잊은 채 살아서 그런지 잔 주름 투성이다. 가늘고 고왔을 그의 손은 선이 고운채 손 마디도 굵고 까맣게 그을려져 있다. 다른 사람들이 꽃 하고 살아서 얼마나 좋으냐고 말하는 꽃집 주인이라 그렇지 막일꾼의 일이란다.
그의 얼굴을 바라보노라면 수많은 고난을 이겨낸 사람의 조용하지만 강한 인상을 받는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 주는 사람은 그윽한 눈길을 선물로 가지고 있다. 반면 뭔가 뒤뜰려진 인생을 사는 듯한 사람은 신경질적인 얼굴의 인상을 열매처럼 달게 된다.
깊이 패인 주름도 아름다운 이가 있고, 웃을 때 잇몸이 다 드러나는 이도 고울 때가 있다.
어둡고 깊은 눈을 가진이도 있을 수 있고, 만나면 웬지 거부감이 느껴지는 이도 있다. 반대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더라도 다음에 또 만나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하는 이도 있다.
그런 인상이 새겨지면 언젠가는 다시 만나는 인연이 되지 않던가!
인연이 적당히 흘러간 세월이 은색의 머리칼을 남기고, 적당히 손질한 머리결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꼭 아름다움이 젊은이들의 전유물이 아님을 알게 한다.
운동을 즐겨하는 사람은 건강한 피부가 아름답다. 술 담배에 쩔어 있는 사람은 늘 건조하고 푸석푸석하다. 그런 모습을 생각하면 정말 열심히 사는 사람은 아주 깊은 인상과 정직한 느낌을 준다.
자신의 얼굴을 가끔은 사랑하는 마음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여유를 이 가을에 회복할 수 있으면 좋겠다.
단지 기미가 더 끼고 주름살이 늘어났다는 것만을 발견한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세월이 새기는 그림을 이 세상 누가 거부할 수 있으랴. 그러나 자신의 얼굴을 만나고 손을 잡는 이들이 얼마나 여유로운 인상을 받고 윤기를 느낄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서 새로운 인상을 만들어 나가고 싶은 생각이 들 수 있으리라.
내 얼굴을 내가 보고 사는 시간은 거울을 통할 때 뿐이지만 다른 모든 이들에게 자신의 얼굴이나 몸가짐은 통째로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무엇인가 이야기를 하면 다 통할 것 같은 마음과 인상을 우리가 가질 수 있다면 그 사람의 주위에는 늘 그런 사람들이 함께 할 것이다.
반대로 고집스러워 보이고 움켜쥔 듯한 경직된 모습으로 사는 사람의 인상은 무엇인가 도움이 오다가도 도망가지 않겠는가?
겉으로 낸 멋보다 더 깊은 멋을 찾아 가을 하늘을 가슴에 담을 일이다.
유 인 봉 김포여성의전화 상임대표
유인봉 mirae@gimp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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