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흥건히 내리고 있다. 어느 사이 얼었던 땅이 질퍽하게 젖어드는 변화의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계절의 위대함에 또 한 번 감탄한다. 모든 것이 변화한다는 것이야 말로 희망이며 인생을 살만하다고 느끼게 하는 힘이다.

겨울바람의 차가움을 느낄 때는 늘 그렇게 늘 추울 줄만 알고 때로는 고통스럽지만, 지나고 보면 봄이 겨울 안에 신비롭게 감추어져 있었음을 알게 된다.

그것이 신비로움이며 비밀스러움이다. 어느 사이 창문을 활짝 열고 겨우내 쌓였던 먼지를 털어내고 시원하게 청소를 하고 싶은 마음 또한 봄이 가져다주는 기운이다.

우리의 인생도 우리 안에 감추어진 신비로움과 비밀스러움이 있는 것 아닐까!

쓰고 또 쓰고 캐어내고 캐어내도 우리 안에는 아직도 엄청난 열정이 있는 것 아닐까!

자신 안에 있는 에너지는 써도 써도 마르지 않는 샘물 같은 생명력이다. 단지 자신이 그 광맥이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조금만 써도 다 된 줄 알고 그만둘 뿐이다. 샘물은 푸면 풀수록 더 맑은 물이 나온다. 안 쓰면 마르고 만다. 이 봄을 맞아 우리의 샘물을 다시 찾아 발견할일이다.

우리는 자못 고통이 느껴질 때, 그 자체에 빠질 수 있다. 그 고통이 지나가면 웃음이 찾아온다는 것을 깊이 신뢰하지 못하는 한 우리의 삶은 늘 고통의 늪에서 헤어나기가 어렵다.

우리의 인생을 유리알처럼 다 알 수 없다는 것도 그래서 우리에게는 신비와 비밀스러움에 속하는 것 아닐까? 때로는 다 알아야 속이 시원한 것이 아니다.

다 알지 않음으로서 얻게 되는 기운도 있다.

하나 하나 살아가는 시간 속에서 우리자신이 가끔은 스스로에게 반해서 즐거울 수도 있어야 한다. 자신을 믿고 어여삐여기지 않는 사람이 다른 이에게 줄 자비심이 있을까?

생물학적인 나이와 상관없이 늙고 하얀 머리가 다복하게 있어도 우리는 그 사람의 생명력에서 봄을 느낄 수 있다. 너무나 젊은 사람에게서도 검은 기운을 감지할 수 있고 더 이상의 신비로움이 안 느껴질 때 안타깝다.

"나도 참 괜찮고 매력이 있는 사람이다!"라고 차분하게 느낄 수 있어야 하고 생명의 신비와 비밀스러움을 간직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육십의 나이에도 앞으로 30년의 희망을 말하며 새로 시작하는 사람이 있다.

아직 오십 살도 안 되었는데 70살처럼 사는 사람도 있다.

이봄에 마음의 무거움을 다 내려놓고 훨훨 봄기운 맞이하러 봄동산에 한 번쯤은 올라봐야 한다. 얼마나 한겨울 추위에 매달려 폴폴 먼지 나는 정신세계에 갇혀 헤매였는지 돌아볼 일이다. 오늘의 '나'는 내일의 '나'를 위한 양분이다. 그냥 버려지는 경험은 없다. 손 시리고 발 시린 경험이야말로 따뜻한 아랫목의 그리움을 알게 하고 고마움을 느끼게 하지 않던가! 자신의 안에서만 모든 힘을 발견하기 어려울 수록 새로운 봄의 하늘과 봄의 땅이 전해주는 엄청난 에너지와 접속해서 다시 시작할 일이다.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에 기회는 간다. 아침햇살의 장엄한 연출을 한 번 이라도 가슴에 품어보면 잠시 우울했던 기운은 그대로 날아가 버린다.

오늘날 우리들의 아픔의 대부분은 자신의 이성 안 에서만 해석하고 해결하려는 모습 때문이다. 자연의 신비와 새로움, 그리고 비밀스럽게 잠깐 보여주는 엄청난 에너지를 받아들이고 같이 우주를 돌면 우리의 고뇌는 작은 먼지처럼 사라질 수 있으리라!

때를 따라 불어온 바람도 흘러가게 마련이고 우리에게 불어온 어떠한 시련도 떠나지 않을 일은 없다. 우리 자신조차 이 세상에 머물다 영원한 곳으로 언젠가는 흘러갈 일 아닌가!

유인봉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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