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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손 끝에 남아있는 어머니의 차가워진 발 끝에 대한 아름다움을 잊을 수 없다. 방금 저세상으로 떠나신 어머니의 발은 그렇게 하얗게 고왔다.
나이 50이 될 때까지 장하게 곁에 있어준 어머니에 대한 위대함을 느끼는 것이 비단 나만의 센치멘탈한 정서일까! 아주 괜찮게 성공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가도 정작 어머니의 이야기를 하다보면 적어도 고개를 숙이거나 아니면 눈물을 그렁그렁하거나 아니면 커다란 한숨에 마음을 담아 토해내는 거였다.
어머니는 변할 수 없는 우리들의 사랑의 용광로이다. 명절을 막 마치면서 아들을 떠나보낸 어미의 마음을 만났다. 너무나 아파하는 아들을 보며 "어서 가라"고 떠나보냈다고 웃으며 말했다. 정말로 사랑하는 것은 나의 입장이란 있을 수 없다.
상대방의 입장에 완전하게 녹아들어 버릴 수 있는 사랑이 되는 것이다. 명절을 지내자마자 한마디 한마디 자신의 피와 살을 녹여 만들었던 자신의 모든 마차라리 다 내려놓은 어미의 하얀 코스모스 같은 웃음을 보았다. 가끔 나는 나 자신의 아픔은 나의 한계 속에 있고 내가 참을 수 있으니 두렵지 않지만 아픈 이웃들의 아픔에 두렵고 아파할 때가 있다.
그래서 직면하기가 너무 두려워서 꿈속에서조차 자유롭지 못하고, 하루 종일 생각하고, 아파하면서도 정작 그들 앞에는 용감하게 나를 드러내지 못하기도 한다.과거에는 정성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려니 했지만 이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속이 새카맣게 숯 검뎅이가 되어도 한마디도 내뱉을 수 없는 사람도 있고 사랑도 존재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하여 어떠한 예단도 단호히 버리고자 한다. 내가 뭉클하게 만나는 현상과 그 너머의 본질을 마주 대하고 살기까지 우리는 늘 열어놓고 진실해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갑자기 그렇게 미워하던 마음이 들던 사람의 사진 한 장을 대하며 사랑도 미움도 한 생명의 속성이었음을 확인하면서 와락 눈물이 쏟아지는 기억도 나만의 것일까! 빨리 가면 빨리 가는대로 끝이 있거니와 늦게 가면 늦은 대로의 아름다운 저녁노을 빛이 존재하는 것 아닐까!
빠르고 늦음도 순간이 영원으로 가는 길목의 작은 별빛 하나 차이인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늘 엄청난 애닯음 속에 빠져 고뇌한다.
날마다 나도 기쁘고,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좋은날을 맞이하기를 바라지만, 역시 세상은 아프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영원한 헤어짐의 숲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2011년, 까치 까치 설날을 시작으로 하여 여러 경험들이 우리들을 둘러싸고 바람같이 구름같이 나타나고 흘러갈 것이다. 중요한 것은 도망가지 말아야 한다는 거다. 설핏 보고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는 거다. 두 눈을 바로 뜨고 살피고 사는 한 우리에게 나타나는 모든 것들은 결국 깨달음으로 이어질 것이다.
오는 사람도 오는 인연의 모든 경험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내게로 왔듯이 또 흘러가게 할 일이다. 모든 것은 하나이다. 먼저와 나중이 있을 뿐, 우리의 삶과 죽음도 하나이고 기쁨도 슬픔도 하나이다.정상에 올라갔다고 다 정상도 아니고 아래에 있다고 정상에 올라갈 수 없다는 것도 아니다.
모든 것은 돌아서 온다. 모든 것은 하나이다.
유인봉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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