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되면 늘 생각하게 되는 것은 말이 없는 자연이 어느 사이 자기자신들의 결정체를 내어놓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늘 부끄러운 마음이다.
한 해동안 결산을 하면 과연 얼마나 행복한 날들을 살았는가 하는 뒤돌아봄이 쓸쓸하기만 하다.
이른 성묘를 위해 조상의 묘를 돌아보는 손길들도 나름대로 자신의 벗은 모습과 열매를 생각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장면을 바라보노라면 어느사이 숙연해진다.
눈물이 나도록 웃고 살고 싶은 것은 누구나의 소원이겠지만 어제 심은 인연, 그제 심은 인연이 오늘날 얽힌 실타래가 되기도 하고 녹녹한 것이 인생이 아닌 것만은 틀림없다.
돈을 쫓는 사람을 보면 좋겠다 부럽기도 하지만 곧 지치고 힘들기짝이 없음을 본다.
반대로 한가한 여유만을 생각하는 사람을 바라보면 웬지 너무나 사람들의 대열에서 멀어지는 느낌이 있어서 그렇게만 살수도 없는 노릇이기도 하다.
때로는 삶이 너무나 숨이 가쁘다보면 꼭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죽음이 더 편하게 느껴졌던 인생들도 많았을 이 가을 문턱에 서서 그래도 죽지 않고 오늘까지 살아있음은 장한 일이다.
마음의 나이와는 달리 주름이 늘고 한 것도 이루어놓은 것도 없이 세월이 그냥 달음질쳤다는 생각에 우리들의 가슴이 쓸쓸하다고 해도 과거를 딛고 내일은 더 좋아질거라며 속고 사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를 생각한다.
사람의 본성은 힘들고 어려울 때 잘 드러난다.
평소에는 잘 드러나지 않던 면모들도 어려울 때 감추어졌던 본성이 드러난다.
가장 나쁜 것은 이해 관계가 얽혔을 때 태도가 돌변하는 사람들도 만난다.
코에 넣은 생콩이 익도록 뛰고 살아도 점점 살아가기 힘들다는 세상이지만 나름대로 홍수만은 나지 않도록 수위조절을 해 가면서 그래도 웃을 일이다.
누구나 자신만이 지키고 다스려야 할 성이 있고 수문장으로서 그 성을 지켜내지 않으면 안되는 역사적 사명이란 것이 있다.
친한 누군가는 나처럼 바쁘게 사는 모습을 보면서 무엇에 홀려서 그렇게 살고 있느냐고 물었다.
이제는 좀 바꾸고 살지 그러느냐고, 자신의 사명은 나를 좀 놀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주위에 있는 사람으로서 한 곳에 그렇게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 한 달 살 것을 하루도 못사는 꼴 날까봐 걱정이 된다고도 한다.
그러면서 전혀 다른 발상의 전환을 통해 다른 일에 집중해보라고도 한다.
그러면 어느사이 바라던 일이 이루어져 있을 수도 있다나.
어쨌든 어린 감상을 벗어나 어른으로 산다는 것은 묵직한 맷돌 하나씩을 어깨에 짊어지고 사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삿짐을 나르는 일을 하루동안 해 보면서 이 세상에 만만한 돈이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렇게 힘들게 일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경건해진다.
무료함이나 허튼 생각이 들 틈도 없이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열심히 육신을 움직이고 정신을 움직여 일하는 사람들은 마치 대지와 같다는 생각을 한다.
기가 막힌 세상을 경험하면서 그렇게 가을이 또 눈앞에 와서 익어가는 것을 바라보면서 파란 하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것이고 느낌 또한 그러해야 함을 본다.
그리고 단지 손에 쥔 것이 없어보인다해도 이미 가을이 익어가는 시점에 한 가지 깨달은 성숙함이 있다면 그것이 가을의 소산은 아닐까?
유인봉 (사)김포여성의 전화 상임대표
유인봉 mirae@gimp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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