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칼럼 유인봉 칼럼
낙엽이라고 다 거름이 되지는 않는다유인봉 칼럼

산책길에 하나 둘 낙엽이 떨어져 바람에 일렁이는 모습으로 가을을 실감한다.

사실 낙엽이 떨어진 길을 걷는 것보다 더 좋은 느낌도 드물다. 낙엽을 밟는 느낌을 가져본 이는 추억을 알겠지만, 적당히 쿠션이 있는 모습으로 충격을 완화해주고 바삭거리는 느낌은 또 얼마나 즐거운가!

어린아이들도 그냥 걷는 것보다 낙엽 위를 걷게 하면 너무 좋아하며 저절로 환호한다. 낙엽위에 낙엽이 해마다 지고 그 아래로 내려갈수록 어느덧 잘 썩은 기름진 거름이 된다.

낙엽은 떨어지고 나면 자신을 완전히 버려 바람이 불고 시간이 갈수록 그 형체를 바꾸어간다. 자신의 의지를 드러내지 않고 사람들이 지나갈 때마다 발에 밟혀 잘게 부서지고 또 부서지며 누군가를 살려줄 거름이 되어간다.

자신이 부서지고 썩지 않으면 절대로 검고 영양가 있는 거름이 될 수 없다.

사람살이도 그러한 것 아닐까! 사람도 세파에 찢기고 부서지고 밟히고 산 사람들은 발효가 된다. 이런 저런 사람살이를 잘 이해하고 넉넉해진 사람들이 아무런 일 없이 인생을 살아낸 사람은 없다.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어낸 사람들이야말로 바람이 숭숭 통하는 문풍지와 같이 막힘없고 시원하다.

좋은 사람들이라고 타고난 사람들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부서지고 닦아지는 세월 속에서 그와 같이 마음에서 만들어지는 좋은 상을 지니게 되는 것이리라.

한 알의 씨앗이 썩고 또 썩어야만 새싹이 나오듯이 무엇인가 좋은 것이 나오려면 무수한 변화와 바람을 이겨낸 생명력을 통해 또 다른 생명을 살리는 힘이 될 수 있다.

사람으로 이 세상에 왔다가면서 거름처럼 옥토를 만드는 귀한 생명력을 갖는다는 것은 누구나의 바람이지만, 그렇다고 쉽게 도달할만한 것도 아니다. 하여도 생명 되어 왔다가는 우리의 간절한 소망이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살면서 우리 내면을 진심으로 들여다보면 물질의 변장술을 이용하여 아무리 포장을 잘한다고 해도 깊이가 쉽게 드러나고야 마는 얕음이야말로 전혀 포장이 안 되는 인간의 영역이 아닐까?

너무나 아름다운 표정을 가진 사람일지라도 그의 마음에서 나오는 독설을 퍼부어대는 모습은 대단히 놀랍다. 그 앞에 노출당하고 온전할 수 있는 생명은 없다.

우리가 사노라면 썩지 못한 낙엽처럼 못되게 구는 사람이 있다. 가끔 멋지고 아름다운 사람의 형상에 속아서 그렇게 속도 아름다운 줄 착각하다가 당하기도 한다.

사람의 독이 세상에서 제일 무섭다고 했다. 마치 독화살과 다름이 없어서 상대방을 뚫고 들어가 독을 퍼뜨리고야 만다.

하지만 자신의 생명을 다하고도 다른 생명을 위해 기꺼이 스며들어가주는 생명력, 그것이 바로 거름이다.

오래전에 일본에 갔을 때 기억 한 토막이 늘 남아있다. 잘 발효된 좋은 거름에서는 아무런 독한 냄새가 안 날뿐 더러 안내인은 무해하다며 자신의 혀에다 가져다 맛을 보기도 하였다.
순환의 역사로 보면, 생명이란 보이는 생명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나서는 보이지 않는 세상으로 건너가며 보이던 세상의 순서를 다른 생명에게 넘겨주는 것이 순리이다. 하여 거름이 되고, 거름이 다시 생명으로 스며들어가 너와 내가 구분되지 않고 하나 되어 꽃피어지는 것이다.

누구나 꽃봉오리가 되고 싶지만 그 꽃을 피우기 위해 좋은 거름이 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드러나지 않으면 그렇게도 힘들어한다. 자신이 스며들어간 총체로서의 조직이나 형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그와 나를 분리하는 습성에 젖어있다.

   
 
 
 
그러나 낙엽 하나 뒹굴 때조차도 우리는 사물의 이치를 바라보며 깨닫는 순간을 맞이한다. 하나의 낙엽조차 이 세상에 왔다가면서 의미 없이 가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한 존재는 또 다른 존재를 위한 거름이어야 한다. 부모는 자식의 거름이고 부부는 서로에게 잘 썩고 발효된 거름이어야 한다. 이 세상에 왔다 가는 낙엽조차 돼 쓸쓸함이 없겠는가?

하지만 그래도 완전한 거름으로 변화해서 형체를 버리고 새로운 생명으로 다시 오롯이 거듭나 생명의 천년의 숲과 세월을 유지시켜나가고 있지 않는가!

유인봉  mr@gimpo.com

<저작권자 © 미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유인봉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1
전체보기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