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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ㆍ통일’ 민의(民意) 하늘에 알리다‘매향제’ 5년간 홀로 엄수한 작가 김수주 씨

   
개천절을 앞둔 지난 2일 질퍽거리는 대명포구 개펄 속에서 주위 시선에 아랑곳없이 묵묵히 뭔가에 집중하고 있는 한 사내가 있었다.

종을 쳐 고즈넉한 하늘을 깨우고, 준비해온 젯상을 펼친다. 꾸벅 절 한번 올리고 소주 한 잔 허공에 흩뿌린다. 그리고는 야삽을 들어 주춤 주춤 질퍽한 개펄을 뒤짚어 파헤친다. 어느 정도 깊이가 됐나 싶더니 나무 한토막을 집어넣고 다시 묻는다.

여민문화연구소 대표 김수주(49) 작가다. 개천절을 맞아 민물과 바닷물이 교차하는 이곳 대명포구에서 향나무를 묻고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는 매향제를 엄수한 것이다. 김 작가는 5년째 혼자서 이같은 행위 ‘매향제’를 시연해오고 있다.

‘매향’은 소원을 비는 기원제의 한 형태로 미륵사상에서 발생기원을 찾고 있으나 종교행사와는 관계없이 보, 결계, 향도 등의 민간조직체가 발원자들을 결속시켰으며 일반백성이 중심이 되어 행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학계는 지금까지 발견된 매향버들이 경남 사천 삼천포, 충남 당진 등 고려말 조선초에 걸쳐 서ㆍ남 해안가에 집중된 것으로 보아 왜구의 침탈과 살육을 모면하고자 하는 시대적 염원을 담았던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작가는 “보국안민, 국태민안이 발원의 핵심이었던 것은 이 시대의 상황을 설명해 주는 것이며 매향은 한 시대의 국가적, 민족적 제일의 과제를 표현하고 있다”며 “따라서 왜적 침략 때는 구국이, 일제강점기에는 독립이 매향의 주제일 것이며 오늘날은 헌법적 가치이기도 한 평화와 통일이 매향의 발원 주제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이날 매향제의 의미를 설명했다.

김 작가는 이어 “매향은 민이 주인이었고 생명과 평화를 외쳤던 소중한 문화유산”이라며 “인류가 교훈으로 삼아야할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가치를 내포하고 전세계 어디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특별한 사례”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 김 작가는 왜 5년간을 묵묵히, 그것도 혼자서 소박하게나마 이같은 행위를 지속해왔을까.

사실 김 작가는 수년전부터 여민문화연구소를 설립해 김포시에 ‘평화민족의 하나됨을 기원하는 매향제’를 제안하는 등 규모 있는 행사로 이를 추진해왔었다. 행사에 필요한 예산 지원과 군 협의 등 행정적 도움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포시는 몇 차례 가진 논의에서 '매향'이라는 생소한 용어와 역사, 의미 등에 대한 시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하고 있고 민간차원의 축제에 예산을 지원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행사 추진을 꺼려왔다.

김 작가는 “개풍군과 조강은 국제법상 자유왕래가 보장된 지역이고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상징적인 가치를 지닌 곳으로,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는 최적지라는 판단으로 김포에서의 행사추진을 고집해왔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혼자지만 무능하고 부패한 정부를 믿지 않고 백성들 스스로 나섰던 매향의 정신을 되살려보고 싶었다”며 “내년부터는 뜻이 있는 시민들과 함께 엄수하는 방향을 생각중이다. 국가를 걱정하고 민의를 존중하는 한 사람 두 사람 그렇게 뜻을 모으면 더 의미있고 가치있는 일이 되지 않겠나”고 덧붙였다.

   

황인문 기자  im@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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