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 취임을 위한 각종 고시 및 채용시험에서 여성들의 돌풍이 예사롭지 않다. 10여년 전만해도 한자리 수에 머물던 여성들의 합격률은 꾸준히 증가하더니 최근에는 남자보다 합격자가 더 많이 배출되는 시험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올해만 봐도 외무고시의 60%, 서울시 공무원(7, 9급)시험의 60%가 여성합격자라고 한다. 행정고시의 경우도 2008년도 여성합격자가 50%를 초과하였을 정도로 여자 수험생들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유일한 여성 합격자를 뜻하는 ‘홍일젼이란 타이틀로 나오곤 했던 인터뷰 기사는 이제 더 이상 볼 일이 없게 되었다.
판사, 검사, 변호사로 구성된 법조계도 여풍의 영향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사법시험에서 여성의 합격률도 2, 3년 전부터 이미 40%에 육박하고 있다. 그런데 사법시험의 경우 특히, 주목해야할 점은 시험합격 후 판사 및 검사 직역으로 진출하는 여성비율이다.
판사 임용의 경우는 여성판사 비율이 60%를 훨씬 넘고 있으며 여자들에게는 덜 어울릴 것 같아 보이는 검사 임용에 있어서도 2, 3년 전부터 남성을 추월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법조계에서는 ‘여자’판사, ‘여자’검사라는 식의 여성을 구분하는 말은 더 이상 사용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추세대로 가면 멀지 않아 여성들이 법조계의 다수를 점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필자도 법정에 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여성 법조인들이 많아지기는 정말 많아진 것 같다. 부장판사를 포함한 합의부를 구성하는 3명의 판사가 모두 여자인 경우도 있다. 또 어떤 때에는 공판에 나온 검사도 여자고 국선변호를 담당하는 변호인도 여자인 경우를 보게 된다.
즉, 재판을 받으러 온 피고인을 제외한 판사, 검사, 변호인이 모두 여자로 구성되는 진풍경이 연출 되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피고인과 같은 범죄자들을 ‘법 쪽에 계신 분’이라고 농담 삼아 부르곤 하는데 이 ‘법 쪽에'는 여전히 남성들의 우위가 지켜지고 있는 셈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법조계는 여자가 다 차지하니 남자는 피고인밖에 할 게 없다’는 남성들의 자조적인 한탄을 할 만도하다. 위헌판결로 사라진 군가산점 제도를 다시 도입해야 한다는 일부 남성들의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면 여자들이 공직 시험에서 우위를 보이는 것은 왜일까? 여성들이 남자보다 이 분야에서 뛰어나기 때문일까? 필자는 이러한 결과는 아직도 우리사회에 뿌리 깊게 남아있는 남녀차별의 역효과라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에 한 젊은 국회의원의 ‘아나운서 성희롱’ 파문은 얼마나 우리나라에 여성차별 의식이 뿌리 깊게 박혀있는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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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초반 경 사법연수원에서는 시험 준비를 너무 무리하게 하여 쓰러져 숨지는 여자 연수생이 발생하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그만큼 절실한 상황에서 수험준비에 임하다 보니 남자들보다 좋은 결과를 거두는 것이다.
법조계를 비롯한 공직사회를 여성들이 지배하게 만든 것은 바로 남자들의 여성 차별적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남성들이 의식이 하루빨리 전환되어 여성들은 주로 ‘법조계’로 남성들은 주로 ‘법 쪽에'로 진출하는 사태가 이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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