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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아지경에 이를 때까지 부딪쳐보라유인봉 칼럼

건물 틈 사이로 피어난 한 송이 민들레꽃을 만났다. 봄이라고는 하지만 이토록 날씨가 춥다고들 말하는데 가녀린 꽃 한 송이가 건물 돌기둥 사이로 피어날 수 있다는 것, 살아남기 위해 그토록 애를 써 온 흔적이 안쓰럽고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사람들이 쉼 없이 지나다니는 곳에 어쩜 그리 용케 자리 잡아 제 목숨을 그다지 소중하게 피어내고 있는지! 물기도 없고 열악한 환경에서도 식물조차 필사적으로 살아남으려고 애쓰는 것을 보면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것이야말로 모든 생명과 자연의 섭리라고 굳게 믿는다.

또 그렇게 추운 계절을 뚫고 나와 한 송이 꽃을 피우고 나면 다시 흙으로 돌아갈 것이다. 꽃 한 송이조차 그렇게 열심히 살고 돌아간다.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의 특별한 능력만이 아니라, 평범한 이들이 살아가기 위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노력으로 일하고 살아남으려고 하는 것은 우리들 생명의 절대사명이다.

생명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노력'으로 성공적인 역사를 만들어간다. 물론 노력하는 사람이나 동물이나 풀조차도 벼랑 끝은 언제나 있을 수 있다.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위기가 기회’라는 말이 있지만 어쩌면 기회가 위기가 될 수도 있다.

금년 봄도 어김없이 아프면서 피어나는 생명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그 오랜 아픔 끝에 새로운 국면을 만나는 이들을 만난다.

이혼, 혹은 죽음, 사고, 병마와 같은 것들을 거치며 생명들은 애써 다시 자리를 찾아가야 한다. 힘들디 힘들지만 현실을 인정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생명이다.

누구나 행복한 삶을 꿈꾸지만 살면서 수많은 시련을 겪는다. 생각하지도 못한 불행이나 가혹한 운명이 우리에게 오기도 한다. 운명을 극복하는 놀라운 능력은 그 운명 속에 숨어 있다.

사실 우리가 어려운 일과 운명을 극복하려면 더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더욱 적극적으로, 말하자면 무아지경에 이를 때까지 부딪쳐 보는 거다.

아무 생각이 나지 않을 때까지 무엇에 열중할 때 반드시 결과가 나오게 되어있다. 한 사람의 엄청난 간절함과 눈물의 집중적인 기도는 하늘이 반드시 듣게 된다. 바람이 전하고 구름에 실려 다른 생명들의 삶에 파동을 준다.

그것들은 자신만이 아닌 다른 생명들을 감동시킨다. 그것이 생명이 가진 놀라운 전달력이다. 생명은 늘 완벽한 조건 안에서만 발아하거나 피어나지 않는다. 가장 어려운 조건에서도 민들레 한 송이가 돌 틈에서 기필코 생명으로 피어나듯 아름다움을 가졌다.

너무 힘이 들 때도 일하고, 슬퍼도 일하고, 밥만 먹어도 일해야 한다.

무아지경에 이를 때까지 부딪치고 걸어가다 보면 그토록 옭아매던 무거운 짐들을 훌훌 털어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새로운 세계의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옥토에서만이 아닌 척박한 돌 틈에서 피어날 꽃은 반드시 꽃이 피어난다. 안 된다는 부정적인 생각 속에 있는 사람들은 안 되는 환경만을 분석하고 논리적으로 불가능을 말한다. 하지만 피투성이가 되어서라도 살겠다고 긍정적으로 의지를 가진 생명력은 놀라운 꽃으로 피어난다.

사실, 일을 하면서 한 번도 '완벽한 누림'이란 생각해볼 수도 없었다. 카메라 하나도 비싼 장비 없이 그렇게 찍어대고 글을 써댔다.

내 짐이든 남의 짐이든 달리 본 적이 없다. 인연이 닿는 일이나 사람은 같이 부둥켜안고 살고자 했다. 알고 보면 누구나 사랑해주어야 하는 꽃이다. 그대로 버티고 눈뜨는 아침이면 그대로 축복이었다.

   
 
 
 
"머리칼을 왜 그리 길게 기르는지, 아가씨도 아니면서 뭐냐"고 말하는 여성에게 단지 웃음으로 답했다. 하루하루 자라는 머리칼은 나에게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잣대였으므로.

돌 틈에서 피어나는 꽃처럼 어쨌든 새로운 꽃으로 피어나고 싶었다. 아직도 작은 이웃이나 작은 꽃들이나 안쓰러운 일들에 더 눈이 가는 것은 나도 그와 같은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아지경에 이를 때까지 부딪치고 열어가면서 하루하루를 열고 닫고자 한다. 하여 우리가족의 신념은 새롭게 형성되었다. 고민을 하는 일이 있다 하여도 마지막에 이와 같이 말한다.

"죽는 것 아니면 다 괜찮아!" 그러고 나서 풀면 되는 거다.

유인봉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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