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소리가 다르다.

바람소리와 나뭇가지가 벌써 다른 것은 물론이다. 봄이 온다는 소리는 없었지만 바람결이 겨울의 그것과 다르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움직임 없던 것 같았던 나무들이 이미 계속 생명의 진도를 나가고 있었음이여!

같은 나뭇가지이건만 겨울에 바라보았던 느낌과 색이 사뭇 다르다. 진달래꽃이 아직 열리지 않았어도 이미 꽃망울은 붉은 색을 담고 있다.

그리 좋을 수가 없다. 신나는 일이 새봄을 맞이할 수 있다는 희망하나로도 족한 일이다. 일전에 어떤 이의 소식을 들으니 이러한 봄 천지를 구경할 수 없는 처지라한다. 암환자의 병동에서 읽었던 소중한 한 구절이 생각난다.

“당신이 살고 있는 오늘은 어제 죽어간 이들이 그렇게 살고 싶었던 내일이다”라고. 봄을 그렇게 소망하는 이들이 분명히 있다.

어떤 이들이 지겨워하며 사는 일상을 최고의 행복이요, 천국으로 소망하며 봄꽃을 기다리는 사람들 말이다.

겨울지나 봄을 그대로 맞이할 수 있음도 그대로 복이다. 때로 우리는 내려놓는 마음으로 우리의 본능인 자연으로 돌아갈 일이다.

점차 시간이 갈수록 덧입혀진 것들보다 자연스러운 것들이 우리를 거스르지 않음을 절실히 느낀다. 겨울을 뚫고 나와 우리들의 입맛을 돋워주는 냉이를 만나도 신기한 일이다.

돌아보면 어찌 작은 생명 하나에도 우주의 기운이 다 들어있건만 우리는 고마워하기보다는 당연한 것으로만 받아들인다.

인간들의 생각으로 덧 입혀진 것, 어떤 문명들보다 어느 한 곳이 빈 듯은 해도 자연은 우리를 부담스럽게 하지 않는다. “자연은 우리들의 본능이다”라는 소리를 누군가 해서가 아니다. 우리가 돌아갈 곳이 그곳이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살맛은 자연이라는 코드에 맞추어져 있다. 살맛은 자연을 통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어려운 일이라 하여도 자연으로 걸어 들어가면 별일이 아닌 듯이 신기하게 해소가 된다. 정말로 대부분의 우리들의 고민들은 주먹을 꽉 쥐고자 해서이다. 갈망들이 우리를 고민하게 한다.

손을 펴고 산길을 걸으면 바람결이 코끝을 어떻게 간질이는지, 새소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붉은 해가 얼마나 장엄한지에 온통 눈길이 다 간다. 지나치는 산천의 흙냄새가 그렇게 우리를 해원시켜간다.

미움이라는 파도도, 분노라는 불길도 어느 사이 잡혀버리는 자연의 신비함속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갈 일이다. 무슨 일이든지 그 사람 혼자 만들어낸 것이 아님을 알게 하는 것도 자연이다. 나도 그 일이 만들어지도록 협조한 공범자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하는 것도 자연이다.

내가 원망하는 그 사람도 언젠가는 내가 그리도 좋아했던 사람이고 교류하던 사람이 아니던가! 선거를 앞두고 너무나 많은 말들과 마음아픔, 미움, 원망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을 보며 마음이 슬프게 나뉘어지는 일들이 좀 적었으면 좋겠다.   

작은 핸드폰을 쓰려 해도 반드시 충전이 필요하듯이 우리는 우리들 본능 속의 자연을 통해 충전을 할 일이다. 더욱 큰 일에 속하는 일들을 감당하려는 사람들은 반드시 자연 앞에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물어볼 일이다.

정말로 이 역사와 이 순간을 위해 하늘과 땅과 사람들이 준비해온 바로 그 사람이 자신인지를 말이다. 이슬비가 와도 문수산에는 그렇게 자연속에 담기려는 마음을 가진 이들이 간혹 비옷을 입고 오르고 있었다.

조금씩만 보이고 조금씩만 실망하고 살 수 있으니 계속 유지되는 것 아닐까? 도심으로 가라하면 일단 머리부터 아픈데 산으로 간다하면 머릿속이 맑아지니 참으로 우리가 가야할 곳이 어디란 말인가!  

이제 색색이 아름다운 꽃들이 천지에 수없이 피어날 것이다. 아무리 누가 말려도 그것은 멈추지 않을 생명들의 행진이다.

유인봉  mr@gimpo.com

<저작권자 © 미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