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무엇인가 잘 버리지 못하는 것이 그 이후 기분이 좋아지게 하기도 한다. 귀한 편지 한통이 8년째 서랍 안에 누워 있었던 것이다.

"멀리 떠난다함은
집으로부터,
세상으로부터 멀리 떠난다함이 아니요.
애욕으로부터,
분노로부터,
적의로부터,
멀리 떠난다 함입니다…
이로부터 공포와 번뇌로부터 떠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이는 말씀하십니다"

이렇게 시작되는 편지는 앉았다 일어서는 것을 하나하나 놓치지 않을 것과 먹고 마시는 일에 이르기까지 깊이 관찰해야 함을 주의 깊게 담고 있었다.

8년 전 당시 평소에 귀하게 여기는 분이 병실에 찾아와서 놓고 가신 글귀다. 읽고 또 무수히 읽었던 기억이 난다.

'나에게 애욕은 무엇 이었던가, 어떤 분노 속에서 헤어나지 못했던가. 어떤 적의 속에서 힘들어하고 있는가'를 찬찬히 들여다보았던 기억이 새롭다.

날마다 버려도 버려도 언제 들어와 앉아있었는지도 모르는 크고 작은 아픔과 애욕, 분노, 적의를 또 버려야 했다. 오직 걸으면서 내가 걷는 것이 아니고 오직 발끝만 오가는 것이 보이는 일이 될 때 비로소 마음이 평화의 바다가 되는 듯 했다.

하지만 살아있는 자는 살아있는 이들의 법칙아래 서 있어서 그런지 또 다른 고통과 번뇌가 찾아오지 않던가! 삶은 늘 쉼 없는 파도를 친다.

8년 전에 받은 편지 글귀 하나하나가 색 바래지 않고 또 새 마음속에 있게 한다. 오늘의 삶이라는 굴레에서 오는 애욕과 분노, 적의, 번뇌와 무관하지 않음일 것이다.

인생은 늘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자신의 본질을 바라보게 한다. 그리고 돌아보면, 다 가진 것 같지 않아 여러 가난함에 몸부림쳐도 우리는 너무나 많이 가지고 산다. 단지 의식 속 에서 너무 목마름과 타는 가난함에 얽매여 있을 뿐이었다.

알고 보면 내 몸에 걸치는 철철이 옷도 많고, 먹을 것 또한 없어서 못 먹고 살만큼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네 가슴들은 늘 너무 여유 없음과 가난함에 쪼들려 산다. 겉으로는 부유한 듯해도 가슴이 시린 것은 무엇 때문이고 충만함 없이 외로운 것들은 또 왜일까?

자신이 행복하지 않음은 가시가 되어 넘치고 하이에나처럼 다른 이들에게 적의로 가 닿는다. 가진 것들을 누리기보다 안 가진 것들에 더 마음을 빼앗기고 허기가 져서 산다. 다른 사람들을 자비의 눈으로 바라보기에는 너무나 바닥이 드러난 앙상한 마음이다.

또 너무 멀리, 많이 보느라 진주 같은 주변의 것들을 지나친다. 부부간에도 나하고 살 때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다른 사람의 편에서 보면 매력적인 님 일 수 있다. 하나하나 자세히 보면 충분히 감동할 일들이 수 없건만 너무나 오래 살 것만 생각함이 오늘 하루의 행복을 놓치게 한다.

앉았다 일어남, 그리고 하나하나 자신의 행위를 충분히 느끼고 살 수 있어야 행복하다. 그렇게 행복은 느끼고 만들어가는 것 아닐까! 
 
가끔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 같은 소중한 것들을 간과한다. 열흘 살 날 만 생각하고 하루 죽을 줄은 모른다고, 멀리만 쳐다봄으로써 지금 여기서 충분히 느끼고 행복할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누구나 같은 시대를 살 수 있다는 것, 누가 누구를 살기등등하게 죽일 수도 없고 살릴 수도 없다. 단지 그는 그의 생명대로 살도록 옆에서 있는 이웃이고 햇살이 되어 줄 수 있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 있으랴!

애욕이나 적의나 분노가 우리를 사르지 못하도록 멀리 떠날 일이다.

유인봉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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