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며 커튼을 열면 나도 모르게 늘 웃음이 나온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웃음요법을 쓰는 거다.

아마 암과 만났던 지난 7년 동안 정말 많이 울기도 했지만 많이도 웃었다. 자화상을 떠올리면 웃는 거였다.

7년 전 어느 날 기 치료를 하는 한의원이 있다고 해서 갔었다. 처음 침을 맞으면서 웃기시작해서 두어 시간을 내내 웃은 적도 있다. 도저히 참아지지 않는 웃음을 두어 시간 웃고 나면 얼굴이 볼그레하게 혈색이 돌아왔다. 남편은 계속 그곳에 다니라고 권했다. 어쨌든 그 이후로 즐거운 웃음을 웃기로 작정했다.

입이 먼저 말하면서 웃고 그 다음에 마음이 웃는다. “오늘은 좋은 일이 있을 거야!” 라고 말하고 나면 기분이 우선 좋아진다. 좋아진 기분으로 대하는 삼라만상은 그대로가 꽃이요, 밝음이다.

어린아이와 같이 순수한 상태로 돌아가고 긴장 없는 눈으로 마주하는 것은 젖은 낙엽조차 반갑고 새 한 마리가 지저귀며 내는 소리조차 귀에 천상의 음악으로 들려온다. 누구든지 만나면 배시시 웃음이 나온다.

기대하면서 하루가 시작된다는 것은 참으로 대단한 것이다. 준비된 마음으로 만나는 모든 것들은 신선하고 탱탱한 과실을 한 입 베어 무는 것처럼 좋다. 신바람이 나야 산다. 그렇게 산 일과 할 일들은 잘 된다.

요즘은 추어서 그렇지만 가끔은 녹두빈대떡을 먹으러 갈만큼 기분을 내기도 한다. 무겁지 않는 이야기와 사람들이 그렇게 좋아보인다.

때로 작은 빈대떡을 서로 사주겠다고 착한 이야기를 하는 지인들을 만나는 것도 즐겁다.
엊그제도 고향친구가 김포근처까지 왔다고 연락이 왔길래 기꺼이 만나러 갔다.

큰 주제 없는 일상의 대화가 그리 즐거웠다. 옛날 같으면 효율성 있는 일들을 더 중요하게 배치했으리라.

빠알간 스커트를 입었다.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를 즐기고 싶었다.

물론 그전에는 절대로 그런 일은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러고 싶다. 스스로 즐거운 확신을 갖는 일은 다 하고 싶다. 신선하게 서로를 기운 주는 그런 모습으로 마주하고 싶다. 무거운 느낌은 사양한다. 

인생은 계속 변화하고 우리는 그 흐름을 따라가는 수밖에 없지만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생각은 계속 즐겁게 이어갈 수 있다. 행여 우리의 즐거운 생각을 놓쳐버리면 안 되는 것을 느낀다.

어쩌다 보면 다시 옛 습관과 경향성으로 자칫 넘어가버리고 있는 자신을 만난다. 그것은 참으로 끔찍한 일 아닌가! 행복하다고 느끼다가도 금방 넘어질 수 있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지속적으로 행복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쩌면 늘 즐거운 확신 속에 있을 필요가 있다. 끈질기게 우리의 행복을 위해서 ‘포기’를 거부해야 한다.

아침마다 늘 새로운 호기심으로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할지라도 잠시만 지나면 놓치기 쉬운 것을 알면서 일상으로부터 자각되는 일들을 용기 있게 그대로 하면서 산다.

마음을 지배하는 주된 생각을 바꿈으로써 불만족스러운 현실까지 바꾸어 놓을 수 있다.
즐겁지 않으면 지옥이다. 즐겁게 살지 못하는 인생도 죄이다.

‘가난도 죄’라고 누군가 말했지만 정말 즐겁게 살지 못하는 것도 죄인 것 아닐까!
즐거운 확신이야말로 새로운 2010을 여는 가장 확실한 열쇠이다.

유인봉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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