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서 여기저기 아프다는 이들을 만난다. 이곳 저곳 마음이 아픈 소리, 몸이 아픈 소리들이 들린다.

살아있는 것들이 내는 아픈 소리는 생명으로 살고 있다는 증거이다.

간혹, 우리는 아프지 않고 세상 살기를 바란다. 하지만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는 글을 읽으며 모두 우리에게 오는 것들은 오고 가는 바람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왔으면 흘러가게 되는 그 순리에 따라 우리들의 몸과 마음도 물처럼 흐르고 바람처럼 흐른다.

사람들의 아픔소리만 아픔일까! 엊그제 천둥치고 바람 불더니 다음날 아침 그리도 큰 나무가 온통 길을 막고 쓰러져 있었다. 덩치로 보아하니 도무지 쓰러질 일이 없을 것 같은 굵디굵은 아름드리 나무가 꺽이고 쿵 하고 쓰러지다니! 그 소리도 대단했으리라. 그 나무가 서있던 숲속은 뻥 뚫린 듯 휑해 보여 다시 한 번 쳐다보아졌다.생명을 다한 나무는 잎새도 그리 푸른 채 하루아침에 매우 길게 누워있었다. 세상에는 간혹 아니 자주 알 수 없거나 짐작할 수 없는 벼락같은 일들이 우리를 당황하게 한다.

우리에게 있어 영원한 것은 없다. 단지 바람같이 구름같이 잠시, 혹은 조금 더 길게 옆에 있다가 흘러갈 뿐이다. 속 다 보여준 이들과 영원할 듯이 속삭이지만 그것은 조금 더 지나면 덤덤한 사람들로 남을 수도 있다. 이 세상에 매어달려야 할 그런 것들이 얼마나 있는 걸까!
지나고 나면 헛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우리는 아픔과 무관하지 않은 하루하루를 산다.

우리의 이웃들을 바라보면서 영원할 것처럼 대하는 때가 얼마나 많은가! 그만큼 사람들은 가슴 저린 외로움 속에 사는 것인지도 모른다. 단지 그 모습을 잘 보여주지 않거나 모르거나 할 뿐 외롭지 않은 나그네가 어디에 있나!

아픈 소리나 힘든다는 소리나 다 살아있는 것들의 소리다. 간혹 가장 가까운 이들이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또 어쩌면 낯설게 느껴야 한다.

너무 가깝다고 생각하면 함부로 대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분이 누구시더라' 하면서 쳐다보는 부부가 그렇게 함부로 독설을 품어댈 수 없다.

남의 자식인양 쳐다보는 아이에게 그렇게 비수 같은 상처를 줄 수는 없다. 내 자식 내 남편 이라는 가장 가까운 이유들이 아픈 소리를 내도록 만든다.

살아있는 것들은 아픈 소리를 낸다. 신음하면서 그렇게 생명을 이어가는 것 아닐까! 우리는 모두에게 함부로 대하면서 아픈 소리를 내게 하지 않았을까?

시간이 지날수록 산다는 것이 더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덕담을 해도 모자를 판에 너무나 힘 빼는 소리를 던지며 살지는 않았을까! 한 마디일지라도 살아있는 것들에게 아픈 소리를 내게 해서는 안 된다고 절대로 믿고 또 믿는다.

자기 독을 품고 있다가 준비도 안 된 상대방에게 살인적으로 뿜어대는 독설을 맞고 너무나 당황하는 사람도 있다. 같은 누런 황색 얼굴일지라도 천국과 지옥을 넘나드는 만남들은 얼마든지 있다.

제발! 살아있는 것들은 아픈 소리를 내고 꿈틀거리며 고통한다. 풀잎 한 끝도 밟힐 양이면 지구만큼 아파한다.

살아있는 동안 내 옆의 모든 살아있는 일체의 것들의 신음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

유인봉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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