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면 잽싸게 창가로 다가간다. 어둠과 밝음이 교차하는 시간의 동녘 하늘을 보기 위해서다.

어두움이 점차 푸르른 빛으로 변하면서 밝음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하늘이 붉은 색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그것을 아침마다 보는 일은  너무나 행복한 일이다. 때로는 숨이 멎을 것처럼 황홀한 파노라마가 동쪽 하늘에서 일어난다.

그 황홀경을 혼자 보기가 너무나 아까운 적이 어디 한 두 번 이었을까! 눈빛이 그 빛을 따라서 일어서면 몸도 따라서 일어나고 문을 열고 산으로 향한다.

그런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나는 다른 곳에 시선을 빼앗기지 않으려 한다. 반드시 운동복으로 갈아입으려 하지 않고 입던 옷차림 그대로 산책에 나서는데, 가끔 내 옷차림을 누군가 보면 웃을지도 모른다. 머리는 부스스 길게 늘어뜨리고 맨발에 남자 고무신에 긴 치마를 입은 채 산길을 걷는 모습. 

눈빛을 하늘에 고정한 채 한 걸음 한 걸음 걷다보면 걷는 것인지 아니며 날아가는 것인지 구별할 수 없는 지경이다.

요즘 같은 가을날의 하늘빛은 더구나 놓칠 수 없는 장관이다. 세상의 어느 소식이 그와 같이 황홀하며 가슴이 탁 트일 수 있으랴! 날마다 대자연을 품는 일과 대 자연이 주는 황홀한 향취는 멀리 있지 않다.

우리는 너무 우리자신을 누구누구라고 생각하면 산다. 곧 남의 시선에 나를 맞추느라 애쓰고 사느라 정작 자신의, 자신을 위한 시선을 잊어버리고 마는 것은 아닐까!

'남이 나를 어떻게 볼까?', 남의 시선을 의식하면 깊고 깊은 착각 속으로 빠져들기 쉽다. 멋있는 옷, 예쁜 화장, 좋은 차, 남들의 시선을 위해 나를 맞추며 사는 일은 끝이 없는 숙제를 하는 것과 같다. 밖에 나가려면 반드시 무엇 무엇을 해야 하고 등등, 절차와 단계에 빠져 정착 도달하려는 단계를 안타깝게 놓치고 마는 경우가 많다.

가끔, 있는 그 모습으로 일어서면 그다지 분주할 일도 없을 터인데 우리는 완벽하지도 못하면서 준비를 단단히 한 끝에야 무엇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잠시 거리를 나서더라도 완벽한 차림새가 아니면, 내 생각에 내가 갇혀서 출발을 하지 못한다. 모든 사람들이 나를 보는 것으로 착각하며 쓸데없이 고민하며 낭비하며 살고 있는 것이다.

'나'라는 존재는 남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고 바로 '나'자신을 위해 산다는 것을 자주 돌아보는 일이야말로 정신 차리고 사는 일일 것이다. 그것은 이기적인 것과 다르다.

내가 채워지지 않고 남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물과 같이 채워지고 나면 자연스럽게 남는 부분이 흐르듯 내가 즐겁거나 충만하면 다른 사람도 그렇게 만드는 신묘함이 있다.

그러기에 늘 나를 흘러가게 해야 하는 일들에 시선을 줄 일이다. 내가 어떤 순간 어떻게 할 때 가장 좋아하고 좋은 에너지들이 충전되는 지 알 일이다. 내면에서 걸어오는 작은 속삭임들은 비타민과 같이 우리에게 꼭 필요해서 구하는 일들이다.

어느 순간 나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에 귀 막고 눈 감아서는 안 된다. 슬픔이 있으면 달래 주어야 하고 화가 나면 화를 풀어주어야 한다.

낙엽 하나가 내 앞에 떨어지는 순간, 내가 본 바로 그 자리에 떨어지는 인연을 예사로이 여지지 않고,  확연한 느낌으로 안을 수 있다면 이미 새로운 인생의 여행길에 들어선 것 아닐까!

스물 네 시간이 어찌 다 행복할 수만 있으랴! 하지만 한 순간의 섬광 같은 충일함이 그 나머지를 채워주고도 남는 이치를 아는 일은 놓치지 않은 일이다.

유인봉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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