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이 흐른 후에 그 곳에는 100미터 높이의 거대한 산이 생겨 났지만 그 산에는 생명이 없었어.
그 곳이 이제 네 곁으로 생명을 품고 돌아온거야! 끝없이 주기만 하는 생명을 이제 우리가 지킬 차레야!
“이 산은 쓰레기가 쌓여서 만들어 진거야!”
“정말? 쓰레기가 하나도 없는데…”
대한민국 4강신화가 가져다준 영광이 ‘변방의식 탈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레드컴플렉스 탈출’이라면 월드컵이 가져다준 또 하나의 선물은 ‘생명의 숲’이다.
자유로를 타고 스쳐 지나가기만 해도 왠지 부담스럽고 부끄러움으로 남던 곳 난지도.
난지도라는 이름은 들을 때마다 우리의 생활을 부끄럽게 했다. 도심 한복판에 마치 우리의 배설물들을 쌓아 놓은 듯한 부담과 죄책감으로 영원히 치유되기 힘든 상처인줄만 알았다.
그러나 지금의 난지도는 달랐다. 아니 이제 난지도라는 이름은 어울리지 않았다.
나는 그곳에서 하늘을 보았다. 그리고 자유롭게 날개짓하는 ‘생명’을 보았다.
하늘 향해 올라가는 구비길 ‘산책로’
상암구장과 이어진 구름 다리로는 연신 사람들이 하늘을 향해 오른다.
마치 상암구장의 식지않은 열기를 하늘로 발산하려는 듯…
구름다리를 건너 공원 안으로 들어서면 제일 먼저 만나는 것은 하늘여행을 마치고 굽이굽이 계단길을 돌아 내려오는 사람들.
이들에게도 하늘에서 만났던 생명을 느낀다.
이들을 비껴 잘 닦인 산책로를 따라 돌아가면 돌러브레이드를 타고 힘겹게 하늘을 오르는 아이들, 가족들을 만난다.
이들과 함께 30분 쯤 느린 걸음을 걸어 올라가면 끝을 알 수 없는 쭉 뻗은 하늘공원을 만난다.
더위 탓에 매점을 찾는 이들을 만날 수 있지만 그곳에는 매점이 없다. “더이상의 쓰레기를 만들어 내지 말자”는 짧은 설명에 누구나 고개를 끄덕인다.
수십만 평에 이를 하늘 공원에는 이름처럼 정말 하늘과 땅이다. 꾸민 듯, 꾸미지 않은 듯 심어 놓은 억새가 늘어선 평원과 타작을 기다리는 메밀, 땅 낮은 해바라기… 그 사이로 늘어선 산책로.
하늘공원의 전부다. 그 것만으로도 마음은 평안하다.
생명의 숲 ‘난지천’
그곳에도 생명이 살 수 있을까? 한참 전에 읽었던 고 정채봉 씨의 책에서 접시꽃 마을의 내력을 읽은 적이 있다. 사람들이 떠나 버린 난지도에 꽃씨 하나 날아와 척박한 땅을 뚫고 생명을 피웠다는. 그 꽃씨가 퍼지고 퍼저 그곳을 지나는 이들이 접시꽃 마을이라 부르게 되었다는…마치 책을 풀어 놓은 것같은 착각처럼 ‘난지천’공원에서 생명을 만났다.
하늘을 날고 있는 밀잠자리며 실잠자리, 오래전 들녁에서나 보았던 방아깨비며 무당벌레들. 그들을 찾아 날아 들어 둥지를 틀었을 법한 두꺼비며 맹꽁이 멧비둘기까지…
‘난초와 영지의 땅’이 매립장으로
난지도는 난초와 영지가 자생하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철따라 온갖 꽃이 만발해 ‘꽃섬’으로 불리기도 했고 오리와 비슷하다 하여 ‘오리섬’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1978년부터 그곳에 생명 대신 쓰레기가 쌓이기 시작했다. 잠실, 장안동, 상계동의 쓰레기 매립장이 한계에 이르자 서울시가 난지도 매립을 시작했다. 광활한 평원은 15년만에 100m 높이에 이르는 ‘쓰레기 산’이 되었다.
비만오면 침출수 문제가 제기 되었고 그곳을 지나는 사람들은 코를 막고 눈살을 찌푸렸다.
우리가 버린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다.
월드컵 공원으로 돌아온 ‘난지도’
월드컵 기간 중에 그리고 월드컵이 끝나 아쉬움이 채 가시기 전인 7월 초 생명의 숲 난지도 ‘월드컵 공원’을 찾는 이들이 하루에 10만에 이르기도 했다.
그들은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한결 같이 “이곳은 예전에 쓰레기를 버려서 만들어진 곳이란다”며 설명한다.
난지도는 그렇게 자연스럽게 우리 품에 돌아왔다.
생명의 숲에서 쓰레기의 땅으로, 쓰레기의 땅에서 다시 생명의 숲으로…
애써 설명하려 하지 않아도 우리는 난지도를 통해 알게 되었다.
생명은 우리의 책임 이라는 것을…
자동차로 20분이면 달려갈 수 있는 곳 ‘월드컵 공원’.
휴일이나 평일 저녁 아이들 손을 잡고 찾는 그곳에서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자.
심재식 기자 p4141@gimp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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