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간에 칼이 없다고 하던가? 요즘 석 달 째 우리집 거실에는 텔레비전이 없다.
아니, 하도 오래 된 구형 텔레비전이 수명을 다해서 더 이상 기능을 할 수 없게 되어버리면서 굳이 새로운 물건을 들이지 않은 까닭이다.
그런데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그렇게 고요하고 걱정이 줄어드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떠들썩한 ‘신종플루’도, 이러저러한 잔인한 일들도 우리 집에는 전달되지 않는다.
며칠은 아주 갑갑스럽더니만 차츰 익숙해지면서 차라리 새소리와 바람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고 밤이 익어 떨어지는 소리에 기분이 좋아진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게 될 것인지는 정하지 않아서 모르지만, 안다는 것과 정보라는 것이 우리에게 경계도 없이 파고들어와 얼마나 우리에게 근심과 걱정을 한아름씩 가져다주는지 실감하는 계기가 됐다.
세상에 대해서도 훨씬 우호적이고, 절망보다는 희망스럽고 낙관적으로 느끼고 있다는 것도 말이다.
게다가 아들 녀석이 운전면허를 따고나서부터는 자주 차를 빌려 가는데, 불편하기는 해도 짧은 거리는 걸어서 좋고, 이리 저리 밖에 나갈 일을 계획해서 나가게 되었다.
짧은 거리에서 일을 보고 돌아오며 사우광장을 힘차게 걸어보니 그렇게 기분이 좋았다. 어쩌면 새로운 상쾌함이라고나 할까!
우리는 너무 많은 부분들, 우리 몸과 마음을 다른 것들에 의해 지배당하면서 살고 있는 것 아닐까? 반드시 있어야 할 것 같은 것들이 우리 옆에 없다고 해서 불행한 것이 아닌데, 늘 잡혀서 살고 있는 어떤 부분들이 있었던 것 아닐까?
내 생각, 혹은 내 슬픔, 내 우울함이라고 믿지만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슬며시 들어와 그렇게 만드는 것들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어야 한다.
세상을 보면 정말 걱정할 것, 싸워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은 듯이 보이는 사람들도 산다. 하지만 싸우지 않기로 하면 적은 내 앞에 없는 거다.
우리인생은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우리에게 다가오게 되어있다. 사서 하는 걱정은 안하고 싶다고 하면 그렇게 된다. 우리는 순간순간을 훨씬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처음 만나는 풀잎에게도 나와 같은 소중한 한 생명으로 인사를 할 수 있다. 말을 걸고 나면 훨씬 더 행복해질 거다.
우리의 생각이 우리의 세계를 만든다. 무엇을 가져서, 혹은 무엇이 우리 옆에 있어서 행복할 수도 있지만 떠나보내고 나서 느끼는 한가로운 행복도 있다. 붙잡으려고 하기보다는 스스로 존재 그 자체로 서로 누릴 수 있는 행복도 있다.
어떤 이는 늘 불리한 사고 습관을 말한다. 그러한 지배적인 사고습관이 그 사람을 만들어 내고 현실로 경험하게 된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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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이나 그 물건이나 없으면 안될 것 같지만 살아보면 다 살아지게 마련이고 더 좋은 기회를 만날 수도 있으니 연연하지 말 일이다.
하나에 집착하고 있는 사이에 다른 기회는 날아가 버리고 만다. 마음에도 우리의 집에도 그것이 있음으로 해서 다른 것이 들어온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들이 있는지 돌아볼 일이다.
유인봉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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