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달에 한 번은 달을 쳐다볼 수 있는 시간이 있다면 좋으리라.

사람이 답답하면 자연스럽게 하늘을 쳐다본다. 한자락 인간사 설움이나 슬픔도 사람을 통해서 녹여지기보다는 자연과 우주를 통해서 녹아지고 독이 빠지는 것을 우리는 진심으로 감사해야 한다.

사람에게 털어놓고 시원할 수도 있지만 말이란 하고나면 자연 후회가 되기 마련이고 실수에 실수를 인정하는 순간이 있게 마련이다.

우리가 아는 천하명장 이순신도 힘들 때마다 지혜롭게 달밤에 홀로 앉아 일기를 썼던 것을 보면 달빛이야기를 통해 아픔도 슬픔도 녹여내는 방법이 아니었을까 한다. 깊은 내면의 성찰을 통해서만 큰마음으로 옮겨가게 되는 것이 아닐까?

지인 한사람도 삶의 질퍽하고 견디기 어려운 짐을 지고 죽고자 바닷물에 발을 담갔다가 훤히 뜬 달을 보고 마음을 돌렸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사람이 살면서 한 번도 죽고 싶었던 마음은 없고 살고만 싶었던 사람은 없으리라. 누구나 죽음의 깊은 강들을 건너고 건너서 삶의 바다로 향하는 것이 아닐까!

혼신의 노력을 다하지 않는 성공이라는 것이 어디 있나? 어쩌면 살아있는 그 모든 노력도 성공이 아닐까!

엊그제 저녁을 먹으러 한 식당에 들렀다가 안주인의 어깨가 너무나 무겁고 가녀려보여서 나도 모르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순간 그이의 눈에 핑하니 눈물이 고이는 것을 보았다. 밥 한 공기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보듬고 따듯한 이웃이 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야기 중에 바다이야기가 나왔다. ‘힘들 때는 바다에 가고 싶다’고. 자연은 우리의 뭉침과 눌림, 답답함, 슬픔 같은 것들을 온전히 녹여내는 기적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정말 어려울 때 우리를 위로해줄 누군가에게 안겨야 한다. 너무 힘들 때는 아무 말 없이 꼬옥 안아줄 엄마 가슴이 필요하지 않던가!

하지만 세월이 한참 지난 후의 엄마는 앙상하니 우리가 안아주어야 할 또 한 사람의 큰아기다.

달빛에 어린 아름다운 세계야말로 우리들을 씻어주는  바다일 수 있다. 확실히 어떤 근심도 한조각 구름 이상일 수는 없다. 어떤 구름도 달빛을 완벽하게 삼킬 수는 없다.

문밖에 서서 들여다보는 것처럼 그렇게 바라볼 수 있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지나고 나면 늘 그때 왜 그렇게 불덩어리가 되어 힘들었었나를 희미하게 기억하게 된다.

힘든 것도 구름처럼 흐르게 마련이고 구름모양이 바뀌듯이 자꾸 바뀌어 간다. 달빛을 바라보면서 이야기를 많이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

유인봉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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