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마을 교사에서 김포교육장으로 40년 교육계 외길
밖에선 ‘스마일 맨’, 스스로는 고삐당기는 ‘외유내강’

넉넉한 미소와 모나지 않은 성격으로 ‘백년지대계’라는 교육의 일선을 묵묵히 걸어왔다. 21살 꽃같은 청춘에 섬마을 초등학교에서 일선교사로 교직생활을 시작해 20년여의 세월 1천여명의 제자와 웃음을, 때론 눈물을 나눴다. 그렇게 축적된 경험은 20년여 교육행정을 걷는 밑거름이 됐다.

지난 3월 부임해 6개월여 김포교육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용국 교육장 이야기다. 교육인으로서 40년 6개월여 한길을 걸어온 김 교육장에게 김포는 장학사와 학무과장으로 8년여의 기간을 수행해왔고 마지막 걸음을 걷고 있는 제2의 고향이다.

부드러운 마인드의 소유자다. 언뜻 ‘실없다’ 싶을 정도의 헤픈 웃음으로 ‘스마일 맨’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하지만 보이는 것과 달리 김 교육장은 스스로 긴장의 끈을 놓는 법이 없다. 전형적인 ‘외유내강’ 스타일이다.

우리 사회에서 ‘교육’은 대단히 무거운 주제다. 사회적 분위기가 만든 부모들의 예민한 반응과 냉혹한 평가가 뒤따르기 때문에 무거움이 더할 수밖에 없는 것이 교육계의 현실이다.

대화 내내 웃음을 잃지 않은 김 교육장에게 비결을 물었더니 스스럼 없이 자신을 내보인다. “원래 성격이 날카롭지 못해요. 사실 순진하고 겁이 많은 편이죠. 이 나이에도 친구들에게 ‘쪼다’ 소리를 들어요. 사실 긴장되는 자리(교육장)죠. 지역내에 유ㆍ초ㆍ중과 어린이집까지 셈하면 4만5천여 학생들을 교육해야 하고 교사들만도 2천여명에 육박하고 있어요. 내심 긴장을 놓을 수 없지만 여유를 가지려고 노력해요. 안에서 썩히는 과정이 많으면 많을수록 밖으로 여유있고 웃을 수 있어요. 어두운 면을 볼 줄 알아야 밝음을 표출하듯이.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고 하죠”

실없이 그저 좋아보이는 웃음 뒤에 숨겨둔 냉철한 판단과 신념을 엿봤다. 김 교육장은 선순환 리더쉽을 강조했다.

“교육에 정도라는 것은 없습니다. 항상 실험되고 정립되는 듯 싶다가도 다시 변화를 필요로 하게 되죠. 원칙 중심의 교육과 변화 중심의 교육이 서로 공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교육입니다. 이론과 교육은 언제나 현실앞에서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교육자의 자세와 처세는 계속되는 순환을 통해 현장에서 검증되는 과정으로 체화되고 체득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필연적인 순환의 과정이 바로 교육이라고 봅니다. 그때 그때 순환의 연결고리를 잇는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생길 수 밖에 없는데 그 과정을 얼만큼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넘어가느냐가 바로 교육의 목표이고 지향점이죠”

김 교육장의 뜻밖의 면모도 찾을 수 있었다. 김 교육장은 70년대 교직생활 초반 자작소설을 통해 등단한 문학인이기도 했다. 지방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혹부리’가 수상했다고 한다. 학무과장 시절 김포교직원들의 창작동아리로 현재까지 명맥이 유지되고 있는 ‘김포교원 문학회’ 이끌기도 했었다.

문학적 소양의 토대를 김교육장은 스스로 ‘자기와의 싸움’에 대한 성찰로 분석했다. 21살 초임교사로서 섬마을인 옹진군 서도초등학교에 발령받고 외로움을 이겨내고 자신을 표출하기 위한 방법이었다고 한다.

후배 교사들을 위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신생어로 ‘베이비 티처’라고 하잖아요. 공부밖에 모르는 사회에서 화초처럼 성장한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상처받고 적응하지 못해 교육자의 본분을 잊고 교습사로 전락하거나 직분을 잃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요즘 아이들은 빠르고 격정적이어서 교사가 나약하면 안돼요. 그런 교사들에게 스스로 강해지라고 자주 얘기해요. 각자 상황은 조금씩 다르지만 자기 자세에 따라 그런 상황을 능동적으로 변화시켜 나갈 수 있다고 봐요”

김포지역의 교육현실을 진단해봤다. 김 교육장은 도시화로 급변하는 김포사회를 출렁거리는 파도속 격랑에 비유하면서 창의력 학습에 방점을 뒀다.

“신도시가 완성되는 2013년까지 초등학교 15개 신설, 중학교 9개 신설, 고등학교 6개 신설이 예상됩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저소득층자녀, 외국인 근로자녀, 다문화 가정학생 등에 대한 교육격차 해소 문제에 적극 나설 게획입니다. 물리적인 투자는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학생 스스로 자기주도적인 학습을 해나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고 창의력을 키우는 교육을 통해 개성 있고 자기 삶을 개척해나갈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습니다”

김 교육장은 이를 위해 지역의 역사를 바로 알고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의식 함양을 강조했다. 문화, 예술, 체육 교육의 내실과 건강, 안전 관리 능력을 높이고 특기적성 교육을 특성화함으로써 균형적 성장을 돕는 교육, 특색 있는 교육과정 운영, 탐구ㆍ실험 중심의 과학교육 내실화에 대한 뜻을 밝히기도 했다.

김 교육장은 69년 3월 옹진군 신도초에 첫 교사로 부임해 대장초, 부천남초, 심곡초, 을왕초, 인천 소양초 교사를 지냈고 88년 양평 지제초 교감으로 지도사의 길을 걸었다. 90년 9월 김포교육청 장학사, 94년 3월 부천교육청 장학사로 재직하다 05년 3월 김포교육청 학무과장으로 돌아왔다. 이후 경기도교육청 초등교육과 과장으로 근무하다 올해 3월 김포교육장에 취임했다.

유인봉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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