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사람들 탐방
“모두 훗날 나의 모습입니다”탐방|‘여성노인들의 안식처’ 실로원

30여 어르신 임종 지켜내, 김연 원장 “소중한 일, 때론 갈등”
“치매노인이라도 자존심 있어…세밀한 배려 필요해”

김연(51, 사단법인 한국노인복지개인시설협회 회장, 실로원 원장)원장을 만나러 실로원을 찾았을 때 텃밭에서 딴 빨간 고추가 태양아래 널어 말려지는 풍경이 인상적이었다. 내 집 같은 분위기, 작은 정자하며 풍경에 어울리는 꽃들 사이로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늘어지게 하품을 하다가 이내 졸음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는 표정에 절로 미소가 떠올랐다.

가을 하늘아래 한유하기 그지없는 이곳이 바로 실로원이다. 1천5백여평의 공간에 집과 텃밭과 꽃밭이 편안하게 자리잡고 저마다 편안함을 주는 표정이다. 

“이곳에서 10년차입니다. 이 길이 정말 가야할 길인가 크리스챤으로 사명을 가지고 시작했지만 지금은 가라고 하면 안갈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마지막 길이라 생각하고 내 인생 어디에서 어떤 교육을 통해 이 배움을 가지겠나 하는 마음으로 일합니다. 이곳에 계신 어르신들도 다 소중한 분들이고 다 예뻤을 것 아닙니까? 지금은 주름진 얼굴이지만 다 인생의 다양한 이력을 거쳐 현재에 이르신 거구요”

“연세가 80세가 되면 다 거기서 거기입니다. 인간이 얼마나 겸손해져야 하는지 알게 됩니다. 주름진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내면적인 거라는 것, 그리고 이분들의 모습이 먼 훗날 바로 나라는 생각이 들면 마음이 달라집니다. 누군가가 바로 ‘나’이고  내가 누워있다고 생각하면 달라져요. 아무리 치매노인이라도 자존심은 있는 겁니다."

김연 원장은 마음을 가지고 한 소중한 이 일이 갈등으로 이어지며 접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 마음이 정말 아프다고. 과거에는 마음으로 하는 일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아 주었지만 현재는 많은 부작용이 있다는 것을 현장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 자신 한국노인복지개인시설협회 회장으로 전국 1,200여 곳의 시설을 대표해서 각종 봉사를 다하고 있기 때문에 전체와 부분에 이르기까지 세밀한 배려와 복지를 위해 적극적 역할을 하고 있다.

"하루아침에 완전한 기틀이 다 마련되지는 않겠지만 상처가 없이 갔으면 합니다. 시간이 갈수록 자식들의 자기역할도 각박해져 가고요. 어르신들의 사고율에 대해 법으로 나서는 인심도 아쉽지요. 삶이 무너지는 상처는 아물지도 않는답니다”

실로원을 운영하면서 김연 원장은 점점 더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인생을 살고 있다고 했다.

“이곳에서 30여 분의 어르신들 임종을 지켜봤습니다. 장례를 치루면서 얼마나 많은 인생을 배우겠습니까? 날마다 복음을 전하며 영혼을 구원하는 일이 소중하구요. 정말 사업으로 하면 왜 이일을 하겠습니까?”

저마다 삶의 현장에서 정말 최선을 다해 살아왔던 어머니들의 인생여정의 쉼터, 이곳 실로원은 차분한 가을하늘 아래 있다. 여성이며 어머니들로 열정을 다해왔던 그 아름다운 황혼기를 이곳에서 보내는 맑은 눈빛들의 어머니들을 만나면 “안녕하세요?”라고 웃음지을 수밖에 없다.

자신들의 역사를 가슴 가슴마다 담고 노을지는 그 어머니들, 누군가를 보살펴왔던 손길들이 이제는 또 다른 이들에 의한 보살핌이 필요한 손길아래 놓여있다. 그리고 그 일의 현장에서 김연 원장은 10년을 후딱 살아냈고, 강산이 한번 변했다.

“모두 훗날 나의 모습입니다” 라고 말하는 김연 원장의 말에 누가 아니라 말하리요.

유인봉  mr@gimpo.com

<저작권자 © 미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유인봉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