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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명을 떠나보냈다유인봉 칼럼

은퇴를 앞 둔 교역자를 만났다. 돌이켜보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 갔노라고 했다. 아마도 500명은 그의 교회에 인연이 닿았다가 떠나갔다는 것을 돌이켜 알게 되더라고 했다.

그때마다 1달, 혹은 1년, 혹은, 단련이 된듯해도 열흘이상은 가슴앓이를 했다고 했다. 그런데 ‘떠날 때는 말없이’ 그냥 보냈다고 했다.

너무나 많은 이들이 삶에서 제일 어려운 것들이 ‘관계’라고 한다. 세상은 살기가 어렵다지만 ‘같은 모양’으로 생긴 사람들에게 적응하는 것이야 말로 더 어려운 듯하다.

살아온 이들의 아주 오밀조밀한 생각의 틀은 아주 비슷한 것들도 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아주 다른 것들 일 수가 있다. 그렇게 우리는 사람들과 만나는 것보다 헤어지는 것이 더 힘들다는 것을 배운다.

지나갈 수 없다고 생각되는 일들이나 상식들도 선이 지켜지지 않고 무너지는 것도 본다. 생각의 틀이나 행동의 상식선이 이제는 너무나 많이 달라졌다.

최대한 객관적이고 완전한 답을 구하려고 하면서 판단을 내리기도 하지만 완전한 객관이란 것이 있을 수 있나! 최대한 노력해서 내린 결론이야말로 지혜로운 답이라고 생각하면서 다음의 행로를 결정하는 것일 뿐이다. 

그래서 가슴 씻는 일과 귀를 씻는 일들을 더욱 더 진지하게 해야 한다. 오늘 내게 왔던 일들이나 경험들이 내일의 나를  건강하지 못하게 붙잡고 늘어지지 않게, 그렇게 또 비워야 한다.

떠나는 것들은 흘려보내고 떠나가게 해야 한다. 봄날은 가지 말라고 하여도 여름을 지나 가을 겨울로 간다. 갈 사람은 다 떠나가기도 하고 큰 생채기를 주고 가기도 한다.

인간의 역사에서 ‘배신’이라는 말이 빠진 날들이 얼마나 있었을까? 하지만 지나고 나면 그것도 세대요, 새로운 날들의 시작이었다. 가을이 아니어도 봄바람에도 져야 될 잎은 진다. 내가 보내고 싶지 않아도 보내야 되는 일도 있다. 준비가 되지 않은 헤어짐도 헤어짐이다.

   
 
 
 
헤어짐을 애틋해 하는 심사야 인간의 심사이지만, 고운 헤어짐도, 미운 헤어짐도 다 인간사에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산에 가니 아직 푸르다기보다는 연초록의 잎들이 곱다. 하지만 저들도 이내 곧 짙푸른 녹음이 되지 않던가! 그걸 알면서도 연두 빛 고운 색에 눈을 빼앗기고 황홀해하던 나는 또 누구란 말인가!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오고 가는 것이 자연의 이치거늘, 인간사 관계에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의 황량함과 변화야 말로 당연한 것 아닐까! 떠나보냄을 너무 두려워하지 않아야 하리라.

유인봉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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