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법이 없이도 잘 돌아가는 세상이야말로 편하고 아름다운 세상이리라.
하지만 무인도의 로빈슨크로스처럼 혼자가 아닌 이 세상에는 서로가 삶을 잘 지켜낼 수 있는 법이나 관습, 규칙 같은 것들로 질서를 유지해 왔다.
지난해부터 유난히 법이라는 용어를 많이 생각하면서 살게 되었다.
어릴 때 경찰서 옆만 지나가도 괜히 등이 으스스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우리는 될 수 있으면 먼 곳이었으면 하는 것이 경찰을 비롯한 법이라는 질서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주위를 돌아보면 아는 이들, 적어도 사업을 하는 이들 중에는 한 두 번 송사에 휘말리지 않는 사람이 없는 듯 하다.
일전에 어떤 이를 만났는데 이야기를 하면서 쓴 농담을 주고받았다.
“알고 보니 전과자네?”
“아이고 그런 말 마소”
일을 하다보면 완전하게 법을 피해가기도 힘들고, 모르고 지은 죄, 알고 지은죄가 허다하단다.
그런 말을 주고 받으면서 생각하니 평생 길거리에 침 한 번 안 뱉고 사는 사람도 드물고 한 두 번 교통신호 위반하지 않고 사는 사람도 없다는 말에 동감이 간다.
범법자라는 말은 무시무시하기도 하지만 우리는 언제든지 그 언저리에서 왔다갔다하며 사는 지도 모른다.
본의 아니게 법이라는 것은 늘 상대방을 놓고 시비를 가리는 일이 되는 지라 늘 입장이 있는 싸움이다.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서 있는 열정을 다 불살라 버리는 일 또한 법 앞에서 벌이는 그 무엇인지도 모른다.
어찌 보면 피를 말리는 싸움을 하는 것이고 이기거나 진다해도 정말 완전한 승자라는 것은 없는 것아닐까? 늘 개운치 못한 상태에서 마음을 놓지 못하고 일상을 진행해 나간다는 것도 물론 힘을 빼는 일이다. 그러면서 웬수니 악수니 하면서 인생의 옹이마디로 서로가 만나고 응어리가 진다.
세상을 살면서 안 만나고 싶고, 그 사람이 아니기를 바란다는 것은 큰 불행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악연의 끈에 묶여 미움으로 세상과 사람을 보는 일은 없어야 하지만 물 흐르는 인연 따라 고리가 생길 때 마지막 수단으로 법 앞에 길을 묻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법이라는 객관적 평가기준으로 판결이 나는 일도 많지만 우리네 삶의 구비구비는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법 앞에 서서 벌이는 싸움이나 소진되는 힘보다는 가능한 대화의 방법이나 잠시 지는 듯해도 악연은 섬겨야 한다고 받아 들이는 더 높은 경지야말로 우리에게 필요한 무엇이 아닐까?
작은 일일 때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점점 더 에스컬레이트화 되는 과정을 밟는 것은 서로가 무너지는 것임을 뒤늦게 깨닫는다는 것은 아무리 보아도 늘 슬픈 일이다.
어쩌면 법 앞에서 풀일 일이라면 더 먼저 선행되는 과정 속에서도 충분히 풀릴 수 있는 일이다.
단지 상대방의 온전한 입장을 이해하지 못한 결과 파행의 길로 치닫는 결과가 이어지는 것이다.
나는 개인적인 혹은 공적인 입장에서 검찰의 앞마당을 여러 차례 서성인 적이 있다.
처음에 시커멓게 바라다 보이는 검찰 청 앞마당을 와 있다는 것 자체가 분노였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그 곳에 피어있는 목련꽃의 아름다움과 봄바람의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작은 차 큰 차들이 줄지어 빼곡한 앞마당에도 어김없이 봄이 오고 맺혀진 일일지라도 언젠가는 풀리는 것도 인연이라는 것을 생각했다.
악연일수록 섬겨야 한다는 것은 어쩌면 한 해를 경유하면서 배운 아픈 언어였다.
모든 인연의 잘못 엮어짐이 모두 다 풀어지는 시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했다.
인연의 덧 없음이여!
세월지나가면 미움도 고움도 모두 다 한 언어가 되는 것을 우리는 하늘을 작은 우물로 생각하고 복닥거리며 사는지도 모른다.
편집국 mirae@gimp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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