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시민의 작은 실천이 진짜 봉사
‘복지’ 개선보다 ‘의식’ 개선 선행돼야
‘부모덕에 산다’는 말이 있다. 여기서는 부모가 재산을 많이 쌓아서 그 재산으로 놀고먹고 산다는 말이 아니다. 부모가 생시에, 또는 생전에 이루어 놓은 선행으로 그 자손들이 공덕을 누린다는 것이다.
봉사를 하는 사람들이 참 많아졌다. 믿기지 않는 말이지만 국회의원, 돈 많은 재벌, 높은 관리 어르신들까지 봉사를 한단다.
사회가 어려움에 처하면 대중들은 본능적으로 움츠리며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는 경향이 있다.
이럴 때 강조되어지는 것이 소위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고 하는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도덕적·정신적 책무다. 즉 가진 것 만큼 의무를 다하라는 것이다.
따라서 봉사란 가진 것 이상으로 자신을 희생할 때 들을 수 있는 고귀한 말이다. 100억 가진 사람이 불우이웃돕기위해 100만원 내면 그것은 봉사가 아니라 당연한 의무이다. 100억을 자신의 힘만으로 모은 것이 아니라 사회라는 존재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므로.
처음 본는 사람이라면 박동국씨(45 오리마을 대표)를 김포에서 그 흔한 ‘땅 보상받아 떼 부자 된 졸부’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귀티가 흐르는 얼굴과 여유로운 몸짓에서 그런 느낌을 받기 십상이다.
그러나 그는 부인 신현숙씨와 슬하에 쌍둥이 아들을 둔 평범한 서민의 한사람이다. 양곡에서 오리구이집을 경영하는 사람으로, 맛좋은 집이라고 해서 본 기자도 몇 번 그 집을 찾은 적이 있으나 한 번도 얼굴을 대해본 적은 없었다. 주방에서 주방일만 보기 때문이다.
그는 김포에 내려온 지 10여년이 됐다고 한다. 본래 전북 남원이 고향이지만 20대에 서울로 상경했고 그 후 김포에 내려와 3년 전부터는 양곡에서 오리구이점을 경영하게 됐다는 것이다.
특별하게 남을 위해서 살아야 하겠다는 생각은 없지만, 틈나는 대로 할 수 있는 만큼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한 것을 두고 주변 사람들이 조금 좋게 봐준 것 같다고 겸손해 한다.
한 달에 2번 노인들을 위한 식사대접, 아동들을 위한 센터에 간식 제공, 매달 사우동 복지회관 식사제공 및 청소, 노인 실버대학 차량운행 등이 그가 실천하는 봉사 주 종목이다.
언뜻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몇 년을 꾸준히 한다는 것은 해본 사람만이 그 어려움을 알 것이다. 시쳇말로 “안 해 봤으면 말을 말아요”라는 코미디언의 말이 생각난다.
“가장 보람있는 것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일찍 고향을 떠나왔기 때문에 부모님 생각에 노인들을 위한 봉사활동, 특히 호화롭지는 않지만 식당을 하기 때문에 정성들여 준비한 음식을 노인들에게 대접할 때”가 가장 보람이 있단다.
아쉬웠던 점도 이야기했다. 어려운 경제상황으로 국가 복지예산이 줄어들어 더욱 어려워진데다, 김포시의 경우 노인들에 대한 복지수준은 높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아동들에 대해서는 지원의 손길이 점점 더 줄어드는 것이 아닌가 해서 안타깝다고 했다.
장애인 문제도 “말로만 장애인 복지를 외치고 뒤로는 장애인을 불편한 존재로 생각하는 의식이 더 문제”라고 꼬집는다. 복지이전에 의식의 전환을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맞는 말이다. 장애인이 오면 도울 생각보다 피할 생각부터 하는 것이 우리네 인심이 아니었던가.
그래서 그런지 박동국씨는 앞으로 장애인문제에 대해 더 관심을 갖고 장애인 봉사를 위해 힘을 써볼 계획이라고 한다.
올해 7월부터 그는 로타리클럽의 새로운 총무역할을 하게 된다고 한다.
농담 삼아 “몸만 힘든 것 왜 하냐”고 했더니 “시켜서”라고 한다. 간단해서 좋다. 봉사에 대한 그의 생각도 간단하다. 어려운사람 있으면 도우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다. “딱 할 수 있는 만큼, 어려우면 어려운대로 조금 여유 있으면 좀 더 하면 된다”는 것이다.
앞에서 부모의 공덕이란 말을 꺼냈다. 자식에게 재산 물려주려고 이를 악물고 돈 버는 사람은 보았어도, 자신의 선행을 통해 공덕을 물려주려는 사람이 적은 세상이다.
재산 물려주어 자식들 재산 쌈질해서 집안 풍비박산 나는 것보다 훨씬 보기 좋은 것이 아닌가 생각하면서도, 기자 본인 또한 그것이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잘 안다.
박동국씨는 인터뷰 내내 “별거 아니다”며 계속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그 ‘별거 아닌 것’을 꾸준히 하면 특별함이 된다. 작지만 특별하고 아름다운 선행이 모든 이들의 거울로 비춰지기를 바란다.
심영섭 기자 yungsub@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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