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의 환경과 변화, ‘하천살리기’로 시작해야
미래 식량대책 논의할 때…‘농지훼손’은 그만

박태운 한국농촌공사 김포지사장이 33년 ‘물 일’을 마치고 퇴임을 맞이했다.

5년 전부터 은퇴 이후의 생각에 집중해왔다는 그의 새로운 인생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박태운 지사장은 꿈 많던 청년, 중년, 장년을 한 직장에서 물과 관련한 업무로 일관되게 살아왔다. 지나온 33년의 감회를 묻는 질문에 “담담하고 흔들림이 없다”고 답했다.

“5년 전부터 은퇴 이후에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많은 생각과 함께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왔습니다. 이제는 조상이 주신 자녀들을 다 출가시키고 아내와 둘만의 시간을 가지게 되겠지요. 그러니 이제 가벼운 마음으로 새롭게 무엇을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떤 일을 할 것인가, 구상도 하고 앞으로 구체화되는 과정 속에 있지 않을까 합니다.”

농촌공사 지사장으로 물과 함께 지역의 한 축으로 역할을 담당해온 감회가 누구보다 달랐다. 그 역사의 한 가운데 언제나 함께 있어왔기 때문이다.

외부가 아닌 내부인으로, 한 계단 한 걸음, 농촌공사 역사의 산 증인으로 지사장자리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이곳이 그의 고향이기에 더욱 애착이 깊다.

“김포평야는 수도권의 변화에 의해 피해를 받아온 것이 사실이지요. 부평이나 부천의 도시화로 한강하류에 위치한 김포는 침수지역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최근 경인운하 방수로 때문에 많은 부분 해소됐지만 도시화에 따른 하류 침수대책과 배수장 처리능력을 키우겠다는 순발력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농촌공사에 있으면서 치수와 이수의 양 개념을 놓고 늘 생각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문제들이 있었습니다. 현재는 이수보다는 치수의 개념이 더 중요합니다. 지사장 임기중이던 2006년 7월 년중 강우량의 70%에 해당하는 9백미리의 강우가 집중되고 팔당댐의 방류량이 22,000톤에 이르던 때가 있었잖아요. 밀물이 거꾸로 밀려갈 정도였으니, 당시엔 긴장감에 잠도 못잤죠”

“농촌공사가 도시화로 인한 농경지훼손의 버팀목이 되어준 것은 긍정적인 면 중 하나입니다. 굴포천의 오염된 물이 신곡리에서 한강으로 다 빠져나가지 못하고 다시 물을 퍼야할 때 ‘오염된 물로 농사를 지어야 하나’ 하는 가슴 아팠던 사연도 그렇고, 처음 행주대교에 세울 계획이었던 수중보를 도청, 서울시, 청와대에 이르기까지 곳곳을 찾아다니며 긍정적인 검토를 이끌어내 결국 신곡으로 끌고 올라온 일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이제는 한강으로 들어오는 하천들이 좋아져서 안양천 상류도 좋아졌습니다. 굴포천, 계양천, 나진천, 봉성포천 등 하류쪽에 있는 하천들이 문제입니다. 이 하천들이 모두 한강으로 나갑니다. 수중보 위의 하천들은 다 살아났습니다.”

물길 전문가인 박태운 지사장은 김포의 환경과 변화는 하천정화로부터 시작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실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하천살리기 운동으로 다시 살아나야 합니다. 농촌이 오히려 환경적으로 더 썩고 도시가 환경적으로 더 좋아지고 있어요. 한강신도시가 수로도시가 되면 시너지 효과가 큽니다. 사계절 물이 있어 25킬로미터 수로가 생태통로가 되는 것은 함께 살아가는 길이 될 것입니다. 한강 서식어족이 수로에 생존할 수 있으면 생태환경쪽에 도움이 되고 수변공간의 아름다움이 심미적 아름다움으로 인간에게 큰 평화와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어줄 것입니다. 나무와 산책로, 목선을 저어가며 뱃놀이를 하고 쉼터역할을 가능하게 하는 것, 이것이 김포벌판의 힘이고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강에 접목해야 합니다. 물밖에는 없어요. 수로자원을 이용한 도시형성이야말로 가능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창조가 될 것입니다. 그러한 기초제시를 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기쁩니다. 동화를 그린다고 생각하면 그것이 바로 자연이고 환경입니다. 즐겁고 평화롭게 자연과 함께 그림을 그려나가야 합니다”

박태운 지사장은 “누가 꼭 할 일이라면 내가 하고 누가 지옥을 갈 일이라면 내가 간다”는 철저한 자기헌신과 책임감을 강조했다. 지사장 시절 어려운 일들도 감당해냈다. 안 된다는 수영장을 정확한 구조진단으로 내보낸 일도 그런 일중의 하나였다. 사전 예방차원에서 꼭 해야 할 일이었지만 그 일로 인한 감사도 많이 받았다.

이제 그는 사전노력을 다한 후 가볍게 떠날 수 있게 되었다.

박태운 지사장의 책상에는 늘 새로운 관심과 세계에 접속하는 수많은 정보와 평화와 사랑을 주는 책들로 가득하다. 주변에 아끼는 이들에게 그는 작은 시집이나 책들을 손에 쥐어주며 늘 책과 동행하는 삶을 나누고 있다. 그의 요즘 관심은 생태적으로 이제 농촌의 아들로 다시 돌아와 다시 살릴 수 있는 농업에 집중돼 있다.

“농업에 살 길이 있어요. 그런데도 농업은 여전히 한 목소리를 못 냅니다. 농업인구는 이제 전국적으로 2.4%밖에 되지 않아요. 농사체계를 변화시켜야 해요. 농업이 아닌 농산업으로 수익을 남겨야하고, 고품질화 경쟁력을 갖추고 수출까지 가야합니다. 테마가 있는 쌀, 친환경 쌀을 만들어 검증받아야 합니다. 88년 135만 헥타에 이르던 논이 이제는 105만 헥타로 30만 헥터의 농지가 사라졌습니다. 이렇게 사라진 논의 면적은 경기도 논 면적의 2배나 됩니다. 서해안 개발이 30만 헥타였어요. 농지훼손은 정말 심각한 문제입니다. 식량은 조금만 문제가 있어도 폭동이 일어납니다. 우리가 북한처럼 되지 말라는 보장이 있나요? 미래식량의 대책을 논의해야 할 때입니다. 더 이상 농지훼손과 우량농지의 도시화는 안됩니다”

그래서 그는 요사이 새로운 동화를 마음속에 쓰고 있다. 다소 꿈같은 이야기라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지금이야말로 이런 진실한 꿈이 필요한 시대라고 확신하고 있다.

“1,200평의 자급자족형 농가와 농지형태는 좁은 농토에서 생태적으로 살아나갈 길입니다. 600평은 논으로 100여평은 집과 정원, 50평은 온실, 300여평은 밭으로 꾸미면 좋을 겁니다. 98%인 쌀은 낮추고, 콩이나 옥수수 밀 같은 3대 식물이나 타종의 작물들을 살려내고 지원하고 소득을 높여주어야 합니다. 퇴직 후에는 농민의식을 고취시키는 일이나 지역환경에 관심가지고 일하고 싶어요. 김포사회의 변화는 도시화와 환경문제가 함께 가지 않으면 정체성을 잃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나진벌판이 이미 다 없어진 일은 정말 기가 막힌 일입니다. 도시와 농촌은 공존해야 합니다. 스쿨존처럼 ‘그린 존’을 만들어 침해할 수 없는 녹색의 김포를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그것이 녹색혁명이고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33년 퇴임을 앞둔 박태운 지사장의 꿈은 푸르고 넓고 공동체적이다. 자유롭다.

유인봉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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