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밝고 아름다워진다는 것이다. 한참 피어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새로운 사랑을 하는 이들도 새로 피어난다.

실버시대에 다시 사랑하는 노인들도 마냥 아름답기 그지없다. 어쩌면 짧기만 한 사랑이고 기가 막히게 시간이 아깝고도 소중한 사랑을 하는 경우인 경우 그래서 더욱 애닯은 사랑일수 있다. 지는 해의 장엄한 아름다움이야말로 아침 해를 능히 능가한다. 정성을 다하는 사랑이야말로 사람을 피게 한다.

일전에 한 어르신을 만났는데 얼굴이 그렇게 밝은 수가 없었다. 짝 잃은 기러기로 살다가 새롭게 만난 인연이 있어서 다시 하루가 새록새록 즐거우시기만 하다. 인연이 닿는 대로 그렇게 사랑하며 살도록 만들어진 것이 인간인 듯하다.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것, 나이가 들수록 가슴도 메마르는 줄 아는 것, 정말 오해다. 젊은이들의 사랑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세월을 경유하면서 오히려 성숙하고도 정제된 아름다움을 발할 수 있다. 적당히 내려놓을 줄도 알고 한계도 인정하는 그런 여유로움이 좋다.

눈으로 바라보기만 하여도 가슴이 꽉 차오르는 감동을 경험할 수 있다. 가끔 우리는 우리의 뇌가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줄을 모르고 산다.

사랑은 몸으로만 하는 육체의 언어가 아니다. 모든 기운이 서로 소통하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사랑이다. 기운이 서로 소통하고 하나가 되는 것. 손가락 하나 잡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는 무엇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서로 아는 것. 그것이야 말로 엄청난 행복이고 사랑이다. 

사랑도 망설이고 붙잡고만 있으면 못준다. 주고 싶을 때 주저 없이 주어야 한다. 주고 나서 준 것은 잊어버리고 또 줄 것을 생각해야 한다. 사랑은 결코 계산할 수 없는 그 무엇이다.

사랑받는, 혹은 사랑을 하는 사람들은 그래서 밝아진다. 그러니 하는 일도 밝아진다. 가정이 밝은 사람이야말로 밖의 일도 밝다. 무거움이 없이 새처럼 가볍다. 사랑은 상승하는 기운이다. 목소리가 올라간다.

좋은 기운으로 가득할 때 사람은 밝다. 해처럼, 달처럼, 눈에 띈다. 좋은 기운은 끌어당긴다. 사람도, 좋은 운도 말이다.

누군가로부터 관심 받고 사랑받는다는 것, 정말 감사한 일이다. 인간은 결코 밥 만으로만 살 수 없는 존재다. 하루를 살아도 사랑받고, 사랑하고 살아야만 생기 가득한 진짜 삶을 사는 것이다.

소통하지 못하는 닫힌  삶이나 사랑 없는 인생은 잠시일지라도 의미가 없다. 매일 매일 붙어서 사는 부부일지라도 날마다 새로운 사랑을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날마다 그 사랑으로 충만하고 느낄 수 있다면 그야말로 천상의 나날들일 것이다. 위기 없는 사랑이나 고통 없는 사랑이 어렵지만 이를 극복하고 나면 더욱 더 고귀한 사랑으로 충만해진다.

12월 19일. 22년을 함께 살아온, 소위 결혼기념일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남편이 불쌍했다.
“당신은 왜 나하고 살아? 나랑 살기 참 힘들었겠다”

날 힐끔이 쳐다보더니 남편이 말했다. “그러는 당신은 왜 나하고 살아? 난 뭐 잘하는 게 있어야지”

정말 철없는 시절에는 내가 참 괜찮은 사람인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너무 많은 이들에게 사랑의 빚을 지고 사는 것을 알겠다. 사랑의 빚을 갚기 전에는 그래서 결코 죽을 수가 없다는 것도.

사랑을 하는 동안 우리는 누구나 꽃이다. 활짝 핀 꽃이다. 활짝 피어나는 꽃으로 살자.

유인봉  mr@gimpo.com

<저작권자 © 미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