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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복지, 고스톱은 아니다이제는 일자리가 필요하다
자욱한 담배연기와 쾌쾌한 냄새, 그리고 그 안에 어지럽게 널려 있는 소주 병.
툭툭 소리와 함께 군용 담요에서 화투장이 튄다.

얼굴 붉은 노인은 저놈이 날 속였다고 벌컥 소리를 지르며 화투판을 엎어 버리곤 쓴 소주를 기울이고 밖으로 나가 버린다.

영화속 이야기가 아니다. 어느 지역, 어느 마을회관을 가나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노인의 집 ‘경로당’의 풍경이다.
우리는 이 모습을 보며 시골 정취가 배어 있는 아름다운 풍경이라 말해야 할까? 아니면 소외된 노인들의 모습이라 말해야 할까?
경로당은 노인들의 유일한 휴식처다. 그래서 동네의 거의 모든 노인들이 그곳에 모이고 모두가 똑같은 일을 한다.

고스톱을 친다. 장기나 바둑을 두는 이는 거의 볼 수 없다. 우리나라 전통놀이인 윷을 노는 이들도 없다.
예나 지금이나 고스톱이 단연 노인들의 소일거리 1호지만 “고스톱을 치면 치매가 예방된다”는 말이 있고 나서부터는 더욱 심해진 것 같다.
고스톱을 치면 치매도 예방되고, 즐겁고, 돈도 벌 수가 있다면 말릴 이가 누가 있겠는가. 오히려 장려해야 할 것이다.

경로당 문화는 언제나 어디나 똑 같다. 여러 노인들이 모이고, 노인들은 판을 벌이고 판을 벌이다 보면 소주 잔을 기울이고, 붉어지 모습으로 집에 돌아간다. 어제도 그랬고 내일도 그럴 것이다.

최근에는 붉은 빛의 꽃무늬가 그려진 화려한 옷을 차려 입고 깨끗한 사랑방에서 빙빙 돌며 춤을 추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시가 추진하고 있는 노인복지정책의 일환이다. 몇 개 시범 경노당을 정해 댄스 교실 등을 운영함으로써 노인들의 무료함을 달래고 건강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복지 정책이다.
그러나 이런 복지정책이나마 수혜를 누릴 수 있는 경로당은 불과 10개 미만이다. 나머지 190개의 경로당은 어제 같은 오늘의 반복이다.

우리는 고령화시대에 살지 않으면 안 된다. 노인 대접받기 싫어하는 정정한 노인들, 즉 65세 이상의 강제 퇴역자들은 갈수록 늘고 있다.
과연 노인들을 위해 준비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그저 그렇게 치매 예방되는 고스톱이나 권장(?)해야 할 것인가. 그대로 보고만 있어야 할 것인가. 우리 모두는 다리 밑 정서를 한 폭의 그림처럼 향수로 간직하려는 것은 아니라는 데 공감한다.

실버산업을 육성하고 있기는 하다. 노후를 편안히 지낼 수 있는 시설 마련과 할 일을 모색하고 있다. 그래도 아직 피부에 와 닿을 만큼 느껴지지 않는다.

일본의 경우 노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그들에게 믿고 맡긴다.
가내수공업형식의 간단한 조립이나 제작은 오히려 노인들이 꼼꼼하게 만들어 낸다고 한다. 노인들이 할 일을 주는 것은 노인도 좋고, 주인도 좋다. 노인들은 소일거리가 있어 좋고, 고스톱 못지 않은 치매예방 효과도 거둘 수 있어 좋다. 무엇보다도 ‘나도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사회인’이라는 희망을 주어서 좋다.

노인들에게 할 일을 찾아주는 것이 시급하다. 하루빨리 노인들이 삶의 보람을 느끼며 살아 갈 수 있는 기폭제가 강구되어야 한다.
우리도 머지 않아 노인이 될 것이고, 그들이 곧 우리의 어버이이심에 더욱 그렇다

심재식 기자  p4141@gimp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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