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늘 작고 큰 태풍을 만난다. 오늘도 누군가 나에게 펀치를 한 대 날렸다.
난 떡을 주었는데 상처를 한 됫박주고 웃으며 떠났다. 인간관계라는 것이 참 그렇고 그렇다. 돌아서면서 ‘귀여운 태풍이군’하고 나 혼자 말했다.
가끔 혼자서 있다는 것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혼자 있는 시간에 무슨 말인들 못하나! 속 시원하게 말 한마디를 밖으로 내 뱉으면 그렇게 시원하다. 걸지게 욕한바가지 한들 누가 뭐라나!
가끔 우리는 고통스러울 때 한바탕 감기를 앓고 지나가야 할 때가 있듯이 우리의 삶에도 상수도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수구도 있어야 한다.
혼자 있으나 여럿이 있으나 도덕군자처럼 흔들림 없이 사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나는 결코 그렇지 못한 모자람의 사람이다.
그러므로 나 혼자만의 방이 늘 필요하다고 느낀다. 가끔 그곳이 나의 차안 일 때가 있다. 그곳은 나의 공간이자 삶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다시 살아나올 수 있는 힘을 다스리는 곳이기도 하다.
얼마 전 그런 방 하나가 필요하다는 이를 또 하나 만났다. 그는 자유로를 새벽 2~3시에 달린다고 했다. 고독한 질주.
그리고 어느 소나무 숲에 이르러서 차 트렁크 속에 보관하고 있던 간이침대를 펼쳐놓는단다. 그 침대에 누워 소나무 숲 하늘로 무심하게 하늘을 쳐다보다가 오면 다시 삶의 스트레스를 겪어내게 된다고 했다.
그뿐이랴, 밤에 눈뜨고 타는 산도 일품이란다. 밤새 산 타고 이른 아침에 얻어먹는 절밥은 꿀맛이라는 사람도 있다. 그렇게 우리는 말하기 전에는 모르는 자신만의 방들이 있다.
아무리 가족이라고 해도, 그리고 아내, 혹은 남편이라고 해도 고뇌의 모든 부분을 공유할 수는 없다. 우리는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서러워하지 말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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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방이 하나 필요하다. 나만의 방. 그 방에서 나를 보살펴야 한다.
화가 난 마음도, 불쌍한 자화상도, 말 못한 답답함도 다 하수구로 흘려보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 그리고 새롭게 나만의 방에서 내가 보내는 에너지를 내가 받아야 한다.
유인봉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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