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5분후에 일어날 일도 모르면서 우리는 인생을 전반적으로 이야기하며 사는 것은 아닐까?

시간이 갈수록 세상도 삶도 ‘모른다’고 고백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생각이 든다. 멀쩡했던 사람이나 시간 속에서 예기치 못한 일들을 경험하면서 소위 잘난 소리나 잘난 체 할 것은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젊은 시절에는 배짱 좋게 이야기를 폴짝폴짝 잘도 내뱉고는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책임지지 못하는 이야기나 행동은 당최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난 아직도 순진한 편이라서 누군가가 이야기를 하면 열심히 경청하고 그가 그대로 사는 줄로 믿는 때가 많다. 하지만 나중에 보면 그것은 그것이 아니었음을 알겠다.

올해, 적어도 내가 아는 한 사람은 내게 고마움도 주었고 고뇌도 같이 주었다. 그 사람은 내게 많은 공약성 발언을 했다. 난 그의 모든 이야기가 반가웠고 진실로 고마웠다.

하지만 내게 했던 이러저러한 약속이나 이어진 행동은 지금은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 다만 그 때 말했던 그 마음은 진실로 그렇게 하고 싶었던 마음이었으리라고 믿고 싶다.

잃어버린 것들이 많은 경험이었지만 5분후의 일을 모르는 인생사라고 믿고 있다. 이러저러하게 잘 해주리라고 하는 분홍빛 약속일랑 쉽게 할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당장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이나 만난 사람을 소중하게 여길 일이지만 절대로 잘난 맹세일랑은 영원히 아껴둘 생각을 하는 것이 옳은 일 아닐까!

잠시 후에, 약속도 헛되고 혀를 끌끌 찰 일들이 무수히도 일어난다. 정말로 말을 아낄 일이다. 더구나 다 행동으로 표현하지 말고 좀 저장해두고 살 일이다.

잘 아는 이 하나를 만났다. 만나자 마자 그이의 눈에서 눈물이 핑 돌아나왔다. 남편이 외국 가는데 잘 배웅하고 돌아서서 5분도 안되어서 교통사고가 났단다.

행여 먼 길 떠나는 남편이 알면 안될 것 같아 혼자 수습을 했다는데 “오늘따라 왜 그리 달은 밝던지 눈물이 났어요”라고 했다.

행운도 불운도 늘 우리 옆에 있다. 5분후에 바로 올지도 모르는 이러저러한 소식들처럼 우리는 늘 얼음조각위에 선 채로 함께 사는 것은 아닐까?

시간이 갈수록 알게 되는 인생은 결코, 정말로 결코, 만만하지 않다. 마치 인생이라는 바다에 출렁이면서 일어나는 작은 파도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들에게는 무수한 일들이 일어난다. 바로 예기치 못한 어느 순간 충격적인 일들과 만난다.

그런 파도를 넘고 또 넘어가며 우리는 질기게 사는 것인지도 모른다. 또 살아내야만 한다. 좋은 일도 어려운 일도 그저 한 순간 일어나는 물결이라고 생각하면 어느 때나 다 겸손해야 할 까닭이 된다.

거부할 수 없는 일과 인연들이 우리 주위에 늘 파도처럼 일어나는 인생사 아닐까! 5분 후에 내게 일어날 일도 모르면서 엄청나게 뒤에 올 일들을 걱정하고 미리 애를 쓴다는 것도 부질없다.

비가 온다고 왜 비가 오느냐고 하늘에 손가락질할 수 없듯이 우리에게 불현듯 오는 손님들을 그대로 맞이하면서 겸손하게 살 일이다. 할 수 있는 한 우산 하나 받쳐 들고.

유인봉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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