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되면서 감이 익어가는 색이 곱기만 하다. 어느사이 까치가 달게 익은 감을 파먹기 시작했음을 보고 놀랍기만 하다.

밤톨 까먹는 놈에, 감 먹는 놈에 부지런히 제 몸을 살리려 애쓰고들 있다. 가을이 깊이 익어 가면 감이 더 노래지겠지. 그리고 아마도 서너개는 남겨놓고 감을 따게 되지 않을까!

어린 시절 어머니는 항아리에 덜 익은 감을 따 차곡차곡 담아놓으셨고  우리는 겨울동안 광에 드나들면서 그렇게 달고 차가운 감을 먹는 감촉을 즐겼다.

살폿이 스며드는 맛, 달콤하게 감겨드는 그 맛은 아이스크림 맛과는 비교할 수 없는 참 즐거운 복이었다.

부모님들은 어찌 그리 몽땅 감을 다 따지 않고 꽃처럼 가지 끝에 남겨둘 생각을 했었을까?
사람들이 아닌 새들이 먹을 수 있는 배려까지 잊지 않는 멋스럽고 정스러움.

우리가 살면서 복도 좀 남겨 놓고 받으면 안 될까?

복도 폭식을 하면 다음에 받을 것이 없다. 아이들을 키워가면서 정말 우리 아이들이 함께 행복할 수 있도록 내가 받을 복이 있다면 좀 나누어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세월이 가면서 참으로 우리네 복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들을 듣는다. 누구나 이세상에 살면서 복을 받고 싶어한다. 복 받기 위해 노력하는 일은 소중한 일이다. 하지만 또 복은 대박만 터질 일이 아니라 서서히 그리고 천천히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진정코 받아서 잘 누리고 감당할 수 있도록 말이다. 누릴 수 없는 것은 도리어 화가 되는 경우가 얼마나 많던가! 한 번에 받은 복을 그렇게 엄청나게 누렸다는 보고는 드물다.

대박터진 복권으로 천상의 복을 누렸다는 뉴스보다는 오히려 더 나락으로 떨어졌다는 후문이 우리 귀에 잘 들린다.

엄청난 재물을 안았지만 하루 아침에 감당하지 못하고 날아가 버린 대박터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도를 통해 보면서 복은 진정 준비된 사람의 준비된 만큼 와야 함을 믿는다.

혼자 받을 것도 아닌 것 같다. 감나무에 감 몇 개는 남기고 받듯이 그렇게 누군가와 반드시 나눌 일이다. 무엇이든지 내가 다 쓰면 남은 부족하게 되어있다. 건강도 내가 다 쓰면 우리아이들에게 잘해 줄 무엇이 없고 환경도 우리가 다 누리면 우리 후세들이 가지고 누릴 것이 없다.

다른 사람이 너무 못 누리는데 나만 누리는 것은 죄다. 요즘의 죄는 시간이든 환경이든 나만 누리는 것이다. 내가 벌었다고 해도 나만을 위한 세상은 없다. 어차피 어떤 식이든지 우리는 빚을 지고 사는 사람들이다. 

사람은 물질적 기반에 맞게 사고가 변형된다. 본래가 아닌 것들에 의해 잠시 온 것 같은 복은 복이 아니다. 이자를 많이 준다고 하는 것도 위험한 일이고 무엇인가 지나친 공약도 경계할 일이다.

이자 많이 준다는 말에 배주고 뱃속을 빌어먹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원래 돈을 꿀 때는 갚을 때 이자 줄 생각을 하면 그렇게 쉽게 이자 많이 붙여준다는 말이 나올 수는 없는 거다.

무슨 일이든 밥을 하듯이 뜸이 필요하다. 오늘을 사는 사람들은 무르익을 익을 시간이 필요한데 그것을 기다리지 못하는 것, 그것이 복에서 멀어지게 하는 까닭이 된다.

사람을 알아가는 데도 그렇고 사물의 이치를 깨닫는 데도 그렇고 복을 받는데도 그렇다. 공짜란 것이 얼마나 허망한 것이냐. 그렇게 누리는 것은 밥 한 끼라도 당당하지 못하게 한다.

솔직히 어떤 사람에게 계속 밥을 얻어먹어 봐라. 그 사람의 부탁이나 논리에 반박하기가 쉽지 않다. 때로 객관적인 사고가 가능해야 할 때 그렇지 못하게 될 수 있다.

가끔 행복하다고 느낄 때나 힘들다고 느낄 때  나만 이런 것인가 아닌가를, 또 넘치고 있는가를 생각하게 된다.

복을 좀 천천히 나누어 받았더라면 좋았을 사람들이 너무 빨리 많이 받아서 부작용도 나고 이 땅에서 사라져도 간다.

다 가졌다고 느낄 때 그때는 좀 몇 알 남겨두자. 우리는 정말 벌거숭이로 이 땅에 왔다. 생각에 따라 우리는 다 가진 사람이다.
 

유인봉  mr@gimpo.com

<저작권자 © 미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