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좋은 공부는 사람만나는 공부다

요즘은 누군가를 만나면 참 여운이 많이 생긴다. 정말 열심히 사는 사람들은 그 분야에 있어서 중요한 경험을 축적하고 있기 때문에 가만히 듣다보면 기막힌 언어들을 쏟아낸다.

그 언어는 가히 예술적이기도 하고 응축되어 있는 진주 같아 그렇게 소중하다. 영화만이 감동적인 것이 아니다. 인생의 고비 고비 사연 많은 보따리들과 지혜들은 너무나 대단한 것임을 알겠다.

그래서 어떤 이는 말한다. ‘늘 한 발자국 내려서는 공부중이라’고.

그렇다. 단지 그 사람과 접속이 안 되어 있어서 이해를 할 기회를 못 만났던 것일 수도 있다. 제일 좋은 공부는 역시 사람만나는 공부인 것 같다.

앉아서 하는 공부도 중요하지만 눈과 눈을 마주치면서 나누는 공부야말로 도전이 되고 에너지가 된다. 나이가 많은 사람은 많아서 대단히 풍부한 경험을 줄 수 있다.

그렇게 껍질이 벗겨지던 무좀이 나보다 경험이 많은 어떤 이가 가르쳐준 목초액 요법으로 보름여만에 잡혔다. 방법도 간단했다. 목초액 넣은 비닐봉지를 신고서 한 두 시간 있다가 맑은 물에 한 번 헹구는 것을 일주일여간 했다.

오랫동안 내게 침을 놓던 한의사 선생님이 "어찌 그런 일이 있느냐? 참 신기하다"고 했다. 우리 몸이란 자연을 통해 그렇게 신기하게 치유된다. 목초액이 무엇인가? 나무가 타서 숯이 되면서 흘린 눈물 아닌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해석한다. 그 나무가 타면서 흘린 눈물이 사람을 치유한다니!

그 뿐인가? 한 나이라도 젊은 사람을 만나면 더 젊게 열심히 살게 되는 공부를 하게 된다. 그러고 보면 날마다 우리가 만나는 사람이 길이고 안내자임이 틀림없다.

더위가 몹시 대단하다고 느끼다가도 손님이 오거나 아니면 정말 더운 1시에서 3시까지만 선풍기로 대신 한다던 분을 만나고는 사무실이 아닌 집에서 물론 나도 선풍기를 틀지 않고 산다.

아니 선풍기가 없다. 187미터의 100kg의 거구인 아들은 내일은 꼭 에어컨을 달자고 조르고 있는데 아직은 에어컨이 작은 방 구석에 보관되어 있는 상태다.

일본의 여름도, 인도의 여름도 어떠한지를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그 생각을 하면 한국의 여름은 그야말로 감동적이다.

하나의 고통을 알 때는 그것이 전부인 줄 알지만 다른 고통을 경험하고 나면 앞의 경험이 아직은 견딜만 했던 것이고 감사했던 것이었음을 고백하게 된다.

지난해 인도의 여름은 겨우 숨 쉬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알게 했다. 그곳에 가보니 아들보고 왜 공부 안하냐는 소리가 나오지가 않았다. 그저 그곳에서 살고 견디고 있다는 것이 그렇게 훌륭해 보였다.

그리고 올해 한국의 여름은 촛불과 함께 더욱 더 뜨겁다. 하지만 나는 선풍기 없이 견디며 속옷을 적시고 있다. 작년 이맘때를 생각해보면서 그렇게 감사할 뿐이다.

그리고 생각이 나는 지인들에게 틈이 나면 전화한다. "요즘은 더위에 지쳐서 얼마나 힘드냐? 콩국수나 먹자"고.

그러다가 인사를 겸해 같이 콩국수도 먹고 이야기를 하다보면 서로를 이해하는 대화가 활짝 열리는 경험도 한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데도 열심이고 자신의 이야기도 솔직하게 드러내놓으므로써 감동을 자아내게 한다.

나는 그것이 인생의 드라마를 찍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드라마 한편 찍었다"고 집에 오면 가족들에게 말한다. 그리고 내친 김에 줄거리도 이야기해준다.

솔직히 나는 고백적인 이야기에 익숙한 귀를 가지고 있다. 진실한 이야기를 듣노라면 드라마가 어찌 다 그 사람의 인생을 그려내겠는가 싶을 정도로 산과 강을 몇 고개씩 넘어온 이력이 드러난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발가벗고 보여줄 수 있는 세상이 사랑스럽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순간일지라도 빛나는 별이 될 수 있다. 완전한 태양이 아니면 어떠랴! 작은 별하나 보며 길을 찾도록 도울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솔직히 잘나면 얼마나 잘나고 못나면 얼마나 부족할 것인가? 나이 70이 되면 그런 것은 다 어디로 가고 살아있어 남아준 이들이 그렇게 반갑고 고맙단다.

그것을 보며 상대방을 다 알 수 있다. 눈물을 강요하지 않아도 감동이 있으면 우리의 눈은 신기하게 눈물이라는 것이 나오면서 마음을 보여주지 않던가!

그것이 인생이고 사람만나는 공부이다. 한 발자국 내려서는 공부이기도 하고.

유인봉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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