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나누는 맑은 영혼들의 속삭임

2008 김포대학 하계 캄보디아 해외자원봉사를 다녀와서

대학에 입학한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졸업반 여름을 맞이했다.
작년 이맘때 학과 친구가 우리대학 해외자원봉사단으로 선발되어 캄보디아 봉사를 다녀와, 많은 것을 배우고 돌아왔다고 경험담을 들려줬다. 나도 졸업하기 전에 꼭 해외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싶은 소망을 품고 여름방학을 손꼽아 기다렸다. 내가 그 곳에 갈 수 있기를 바라며 수 없이 기도한 결과 2008해외자원봉사단에 선발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김포대학 해외자원봉사단은 21일 아침 8시에 인천공항으로 집결했다. 이른 시간이지만 봉사단의 얼굴에는 어서 캄보디아로 가서 봉사를 열심히 하고 싶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6월21일~6월30일까지 9박10일의 일정이었다.

낯선 캄보디아에서의 낯설지 않은 감동의 첫걸음

베트남 항공기를 타고 베트남을 경유한 후에 21일 저녁 우리는 캄보디아 수도인 프놈펜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밖으로 나오자마자 숨이 턱 막히는 더운 공기에 놀라하는 봉사단에게 한국인 신부님이 다가오셨다. 신부님은 열흘 동안 우리의 봉사활동에 큰 힘이 되어주셨다.

첫날은 시간이 늦어서 게스트 하우스에서 정해진 룸메이트와 짐정리를 하는 것으로 일정을 마쳤다. 첫날 밤, 처음으로 맞는 캄보디아의 밤. 서너 번에 마주침으로 아직은 어색했던 룸메이트와의 한방 같이 쓰기, 모든 게 처음인 신생아의 느낌으로 내일의 봉사를 기대하며 잠들었다.

‘캄보디아’에서 맞는 첫 아침, 우리는 식사를 마친 후에 신부님이 캄보디아 어린이들을 돌보시고자 지으신 쉼터에 갔다. 우리는 걷기도 힘들게 정리되지 않았던 입구를 흙으로 메웠고, 그 위에 보도블록을 깔아서 아이들의 출입이 편해지도록 만들었다. 조금은 횡행했던 쉼터의 벽에 벽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바다를 볼 수 없는 아이들에게 시원한 바다벽화를 선물해주었다. 벽화에 "You can do it!" 이라는 문구를 적었더니 신부님이 참 좋아하셨다.

여기 아이들은 숙제를 내주면 시작하기도 전에 ‘난 못해요’가 입에 배어 있었는데 저 문구를 보게 하면 될 것 같다며 흐뭇해 하셨다.

오후에는 봉제공장에 근무하는 근로학생들과의 만남을 가졌다. 우리 나이 또래인 그들과 처음에는 말도 안통하고 서먹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편하게 눈빛을 주고받으며 놀 수 있었다. 열대과일을 먹기 쉽게 잘라주던 근로학생의 친절함은 아직까지도 생생히 내 기억 속에 남아있다. 기념사진을 찍고 헤어질 시간이 되었을 때 우리는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서로의 손을 꼭 잡았다. 아쉬운 만남을 뒤로하고 우리는 게스트 하우스로 돌아왔다.

셋째 날은 언동마을이란 곳에 가서 다일공동체가 운영하는 무료급식소를 찾았다.

그곳은 메콩강 주변에 살던 사람들이 국가가 개발을 한다는 이유로 쫓겨나 이곳으로 오게 된 사람들이 사는 작은 동네라고 한다.

하루 끼니를 걱정하는 그들의 아이들에게 다일공동체는 따뜻한 점심 한 끼를 매일 제공한다. 우리 봉사단은 아이들이 배식시간을 기다리는 것이 지루하지 않게 요술풍선으로 동물, 꽃, 모자 등의 장난감을 만들어 주고, 알록달록 재미있는 판박이를 몸에 붙여주었다. 미리 준비해 간 비눗방울놀이, 줄넘기 등을 함께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의 점심식사를 마친 후에는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서 수상가옥 3채를 짓기로 했다. 톱질과 못 박는 일이 주된 작업이어서 남자 봉사단원들이 수고를 많이 했다.

언동마을과 쉼터에서의 봉사일정 마지막 날에는 김포대학 재학생, 교직원들의 정성으로 십시일반 모은 생활용품과 의류, 필기도구를 전달하는 시간을 가졌다. 쉼터에서 여자아이들에게 예쁜 끈으로 머리를 묶어주니까 자신의 모습이 신기한지 갸우뚱하던 천진난만한 얼굴을 난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100의 마음을 주고 오리라 생각했던 해외자원봉사,
200의 순수함을 받게 된 값진 시간

언동마을에서 봉사활동을 마치고 게스트 하우스로 가는 차에 올랐다. 해맑은 눈망울로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어 주던 아이들이 지금도 너무나 보고 싶다. 그 아이들은 그 날이 우리의 마지막 방문이었다는 것을 몰랐을 것이다. 마치 내일 또 와서 놀아달라는 눈빛으로 날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아 나는 참았던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

한국에 돌아온 지 며칠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도 언동마을 아이들을 생각하면 눈가가 촉촉해진다.

나에게 캄보디아라는 나라는 목 언저리가 죄어오는 감동을 준 나라다.

순수한 아이들과 그들을 진심으로 사랑하시고 가르치시고자 하신 신부님, 또한 봉사활동을 이렇게 잘 마칠 수 있도록 도와준 분들 모두 내 인생의 큰 한 획에 나란히 선 사람들이 되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인연의 끈으로 만나게 된 우리 해외자원봉사단.

처음에는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방학을 뜻 깊게 보내고자 지원했던 해외자원봉사단이 지금은 16명의 단원들이 함께 돌이켜 생각할 수 있는 공통의 대화거리, 공통의 추억이 생긴 것이다. 대부분의 일이 지나고 나면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예쁘게 포장되듯, 캄보디아에서의 자원봉사도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아이들의 미소 그대로 가슴속에 그려져 있는 듯하다.

9박 10일 짧다면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2년이라는 대학생활에서 진정으로 내가 배우고 느낀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곱씹는 시간이었고 앞으로 내가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살아 갈 것인가에 대하여 느낄 수 있었다.

내 인생에 다시는 대학생활이 오지 않듯 이러한 기회는 오지 않겠지만 그만큼 귀한 이번 경험은 평생을 살아가는 데 든든한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힘들고 어려울 때면 불우한 환경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캄보디아 사람들, 그리고 함께 정을 나누었던 우리 봉사단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편집국 mr@gimpo.com

트윗하기

편집국의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