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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줄 수 있는 새 생명을 키우며 새 기운을칼럼
아는 이가 전화를 했다.
땅이라도 몇평 가꾸어보자고.
너무나 바쁘고 힘든 일상에서 메마른 마음들을 잠시라도 쉬는 일들과 새로운 생명을 키우는 것은 그만큼 우리에게 여유를 선사하는 지도 모른다.
20년도 더 된 낡은 단독주택에 살면서 다른 이들처럼 아파트로 쉽게 이사를 못하는 나도 실은 봄에 새롭게 돋아나는 새싹들을 바라보는 희망 때문인이다.

사계절의 변화를 그나마 흙이 있는 앞마당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은 나의 작은 기쁨이기도 하다.
우리 아이들도 이제는 넓은 아파트에 사는 친구 집에 갔다오면 우리 집이 형편없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 아이들은 우리 집에서 강아지를 키울 수 있고 상추씨앗이라도 심을 수 있다는 즐거움을 기꺼이 누리자고 말한다.

오랜 단독주택가는 솔직히 사는 만큼 손해라고 한다.
요즘처럼 아파트 값이 날이 갈수록 올라가는 추세에 우리 집 시세는 10년 전 가격에다 집 값은 쳐주지도 않는단다.
어떤 때는 나만 오식으로 거꾸로 사는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한자리에 앉으면 쉽게 옮기지 못하는 성격 때문인지 사람도 잘 못 떠나고 집도 잘 옮기지 못하고 산다.

얼마 전에는 8년이나 키우던 누리와 그의 딸 럭키가 세상을 떠났다. 물론 병명은 모르지만 그 길고 추운 겨울을 여덟 해나 넘기도록 강했던 그들이 꽃망울이 피어나는 봄날에 우리들의 곁을 떠난 것이다.
아이들이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애통해 했고 남편은 목련 나무 아래에 그들을 묻어주는 장례식을 치루었다.

목련꽃이 피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은 그들이 곱게 꽃으로 피어나는 거라고 믿고 산다.
그리고 학교에서 돌아오면 그들을 묻어 놓은 나무아래를 꼭꼭 밟아준다고 말한다.
사람도 정이 들면 힘들지만 기르던 강아지가 없는 마당을 들어선다는 것이 얼마나 허전한지.

아무런 조건도 없이 대문을 열고 들어설 때마다 그렇게 꼬리를 치며 반가워하는 그들을 바라보노라면 이 세상 누가 이다지 나를 반가워하고 무조건적으로 따를까하는 생각도 여러 차례.
사람은 숱한 배신을 느끼고 살지만 강아지들에게는 배신이 없다.

며칠을 고민하다가 새로운 식구를 맞이하기로 했다.
하얀 강아지 한 마리가 우리 집으로 왔다.
무언지 모를 새 기운을 식구들 모두가 느끼고 있다.
이름을 지어주기로 하고 여러 좋은 이름을 찾다가 ‘희망’이라고 이름지었다.

늦잠을 자고 싶어하는 아이들도 “희망이 밥 주라”는 말에 벌떡 일어난다.
아직은 두어 달도 되지 않은 희망이는 낯가림을 하다가 이내 우리식구들 바지가랑이를 파고든다.
힘들고 지친 몸으로 대문을 들어서다가 녀석을 발견하면 괜시리 웃음이 나온다.
나보고 반갑다고 하고 좋다고 꼬리치는 모습을 보면 흠도 많고 부족한 나를 받아주는 듯한 느낌이 다가온다.

‘그래, 너는 이 걱정 근심 많은 이 세상에서 가장 천진하게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아무에게도 쉽게 열릴 것 같지 않고 안으로 닫혀지는 마음이 저절로 열린다.

상처받고 닫혀져 가는 마음들이 열리기에 새 생명과의 만남이 아닐까 한다.
화초를 하나 키우는 일일 수도 있고 상추씨에서 나오는 새싹일수도 있고 마음을 줄수 있는 어느 것이라도 좋을듯하다.
마음 줄 사람 없는 듯한 세상이지만 그래도 마음을 열 무엇이 끊임없이 필요한 것이 사람살이 아닐까?

편집국  mirae@gimp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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