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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송정 아래, 해란강을 지나며살며 생각하며|최철호

우리일행(민주평통 김포시 공산권방문단)은 연길에서 아침 7시 백두산을 향해 떠났다. 새벽부터 비가 내리고 호텔 뒤쪽 강물은 흙탕물로 변해있었다. 모두들 천지를 볼 수 없을 것 같은 불안감으로 한마디씩 객쩍은 농담을 하며 차에 올랐다. 여자 안내원이 “백두산천지는 하루에도 열 두 번씩 변하지만 좋은 분들이 오셨으니 천지가 열릴 것”이라며 우릴 안심시켰다.

백두산 아래 도착하려면 버스로 7시간을 가야한다니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다잡는다. 이 나라가 남한의 100배가 된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그리고 이 광활한 땅이 고구려의 땅이었다니 지난 역사가 야속하기만 하다. 중간에 세 군데를 들린다며 안내원이 안내를 한다.

한 곳은 용정이고 또 한 곳은 휴게소, 그리고 점심을 먹을 식당이란다. 용정이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순간 노래 선구자의 곡과 가사가 마음속 어딘가에서 울려온다. 그리고 윤동주의 시들. 일송정, 해란강, 뜻 깊은 용문교, 용두레 우물가 등의 단어들이 차창에서 배회한다. 심호흡을 하며 이번 여행에서 용정이 내게 가장 큰 선물을 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잠시 눈을 붙이고 있는 도중, 가이드 목소리가 들린다. “저곳이 해란강입니다. 윗쪽 정자가 보이는 산이 일송정이고…' 눈을 떠서 오른쪽을 보니 수심이나 강의 넓이가 안양천 정도 됨직한 개천이 보이고 개천이 휘돌아가는 모퉁이 위로 산이 보이고 그 위에 정자가 보인다.

내 마음속의 해란강보다 실제 해란강은 작아보였다. 다행히 일송정은 내 마음속의 일송정 만큼 되었다. 말달리던 선구자들은 없지만 이 해란강과 일송정, 선구자들은 많은 사람들 마음속에 지금도 살아있다. 사실 그 실체가 어떤 모습인가는 지금 내게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윤동주 역시 젊은 나이에 그가 보여준 순정했던 애국심과 청신했던 시어들이 지금도 살아있지 않은가. 대성중학교 앞마당에 그의 시비가 있었고, 대성중학교 유물관에서 나는 약간의 기부금을 내고 윤동주 육필원고 책자를 받았다.

누렇게 색 바랜 원고지에 세로로 쓴 만년필 글씨가 또박 또박 정갈하게 쓰여 있었다. 그가 쓴 서시의 운율과 시어들, 그 글씨체가 함께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그이의 성품만큼 글씨가 닮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5세때 연희전문학교 문과를 졸업하던 해에 그가 쓴 서시도 그 육필원고에 있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 했다./ - 중략 -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1941.11.20).

용정에서 태어나 조국독립을 위해 순절한 그의 모습만으로도 만주는 근대사까지 우리의 땅이고 그 땅의 동포들이 우리 백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정부는 우리 독립투사들의 업적이나 소수민족인 조선족의 구심체 역할을 하는 문화유적지를 애써 지우려 노력하고 있다.

일송정 정자 앞에 세워졌던 안내문을 어느 날부터인가 치웠다면서 가이드는 소개를 했다. 중국이 55개 소수민족 중 가장 경제적으로 윤택하고 교육열이 높은 조선족의 단결이나 남한과의 연결을 달가워하지 만은 않을 성 싶다.

   
우리 일행은 용정을 지나 끝없이 계속되는 백두산의 밀영을 지나 점심을 먹고 나서 백두산 천지에 오르는 짚차에 탈 수 있었다. 짚차는 곤두박치듯 산을 올랐다. 백두산 밑은 여름날씨였는데 정상에는 아직 눈이 녹지 않았고 중턱부근에는 봄꽃들이 피어 있었다.

천지는 우릴 위해 열려 있었고 북쪽엔 적막감만 흐르고 천지물은 음지쪽에 얼음이 얼어있었다. 해발 2744m에 떠있는 푸른 호수는 한민족의 영혼인양 빛나고 있었다. 그렇게 고속짚차로 올라서 본 백두산은 엉겁결에 본 꿈같이 느껴졌다.

이 글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김포시지역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필자가 지난 ‘고구려사 답사’의 일환으로 방문단 일원으로 참여해 6월9일~13일까지 다녀온 중국 용정, 백두산 여정을 기행문 형식으로 보내온 글입니다.
·시정발전위 교육체육분과 위원장
·전 경기도학원연합회장

최철호  opulent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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