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기른 자식을 셋을 둔 어머니가 말했다. 자신도 자라던 시절에는 “울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무수히 다짐했었다고. 그런데 오늘 자신들의 자식도 또 “울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게 하는 것이 가슴 아프다고.

정말이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참 철없이 쉽게도 이리저리 말하고는 했었다. 특히 부모들의 삶이 폭폭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을 때 그렇게 말하곤 했던 부모들의 삶을 어른이 되어서 돌아보면 ‘부모만큼 살아내기도 그렇게 힘들구나’ 하는 겸손함에 이른다.

적어도 부모는 그렇게 힘들어도 늘 내곁에 있어주었구나 하고 알아차리는 것도 대단한 일이다. 어릴 적 학교에서 돌아오면 엄마는 늘 뒤꼍에서 장독대를 돌보든지 텃밭에 계시든지 적어도 내가 “엄마”하고 소리치면 금방 대답하는 거리에 있으셨다.

하지만 더 세련된 도시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대부분 아이들이 집에 돌아올 때 그곳에서 응답하기에는 너무나 먼 직장에 있기가 쉬웠다.

대학교를 그렇게 가고 싶어도 등록금이 없던 시절을 어찌 어찌 넘어서고 졸업식 때 어머니 머리위에 사각모를 씌워드릴 때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시면서 동냥공부처럼 힘들게 공부했다고 내게 위로하셨다. 그 가난하던 시절, 가끔은 우리 부모가 넉넉하지 않게 사시는 모습에 참으로 목마르기도 했었고 답답하기도 했었다.

열심히 사시는 농부인데 도무지 생산력이 모자라는 부모님께 아무런 기대를 하지 못하고 내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하고 정리해야 했던 시절의 고달픔이 나 하나로 끝나기를 바랬다.

그런데 이제 내 딸이나 아들이 또 나와 똑같은 위치에서 고민해야 하는 모습을 바라보노라면 어찌 좋은 마음이 아니다. 아이들 본인 이름으로 대출받은 등록금은 갚지 못하고 쌓여만 가고 시절 따라 욕구는 높은데 현실은 밤잠을 설칠 만큼 부모나 자식이나 만만치가 못하다.

우리 집 만의 문제가 아닌 이집 저집의 문제다. 등록금 1천만원의 시대를  쫓아갈 수가 없는 부모들이 허다하다.

연년생의 대학생인 딸과 또 내년 입시를 앞둔 딸을 둔 친구는 지금 2천만원을 보내줘야한다고 울상이었다. 모두가 행복하기를 노래하지만 곡간이 빈 행복이 과연 있는 것일까?

행복이란 것이 다분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이라고도 하지만 이러한 문명인으로 살면서 문명의틀 안에서 소통하려면 이것저것이 다 필요하다.

웬만해서는 차 없이 살기가 어렵고 핸드폰 없이 살기도 참으로 불편하고 어렵다. 같은 코드로 반응하지 않으면 어려운 시대에 필요한 것들을 가지고 소통하기에는 생산력도 모자라고 기운도 모자라는 것을 경험한다.

두세 가지 이상의 직업으로 살지 않으면 정말 힘든 시대다. 그러므로 때로는 가만히 누워 그때 그 시절 여러 남매를 뉘어놓고 밤잠을 이루지 못하며 치열하게 살았을 부모님들 얼굴을 저절로 그려보게 된다.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불평을 달고 말하던 대상이었던 그 엄마의 굳은 손만큼이라도 살자고. 어제 사업하는 친구도 대거 인원을 감축했단다. “아유 지금은 누구도 힘들어. 요사이 대통령도 엄청 안 행복하잖아!”

살아있어서 하는 고민은 다 행복이다. 같이 고민하며 눈물 흘릴 수 있는 것도. 사느라고 하는 고민은 어떤 것이든 다 생산적이고 아름답다.

우리 부모도 다 그렇게 도망가지 않고 죽음의 그 마지막 아픈 순간까지 자식들에게 보여주고 가신 것이리라. 죽는 순간도 내 것이 아니다. 그 순간까지도 함께 공유할 소중함이다.

유인봉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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