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세기경 중국의 유명한 화가였고 미술이론가였던 사혁(謝赫)은 그림에도 격이 있다고 하여 ‘화품론(畵品論)’＊을 주장했다. 사혁(謝赫)은 모든 그림이 품격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3품속에 속하는 그림은 적어도 작가의 인품이 배어 있음을 말하고 있다.

조선 초 강희안(姜希顔)도 화목구품(花木九品)을 이야기하여 산천의 꽃과 나무에게 품격을 부여하였다. 이들이 말하는 것은 사람에게 인격이 있듯 모든 것이 격조가 있어야 함을 말하는 듯 싶다.

창조도시(The Creative city)의 저자인 영국인 찰스 랜드리(Charles Landry)＊＊ 는 도시의 성공 핵심은 지도자의 예지(foresight)와 시민의 창의성을 도시의 기풍(ethos)으로 진작시키는 데 있다고 말하고, 리차드 플로리다 교수는 시민의 인격과 관계양식을 포함한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지식정보화시대를 이끌어갈 창조적 계급의 유치와 공공디자인을 핵심적 요소로 보고 있다.

세계의 명품 도시들을 살펴보면 그 외모가 거대하고 아름답게 꾸며진 곳도 있지만 인공적인 조건을 갖추지 않은 작은 도시도 깊은 내면을 담아 격조를 높인 곳이 많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김포시는 과연 사혁(謝赫)과 강희안(姜希顔)이 말한 품격이 있는 도시인가? 혹 지방재정확대라는 명목으로 도시 개발에만 치우쳐 있는 것은 아닐까? 명품을 가장한 짝퉁 도시를 지향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제 도시개발을 시작하고 있는 시점에서 도시의 격을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 그러나 최소한 명품도시는 아닐지라도 격 있는 도시가 되기 위해 우리는 지금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논자는 격 있는 김포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5가지의 기본요소를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자치단체장의 비전 제시다. 수도권 규제, 군사시설 보호를 빌미로 이중 삼중의 중첩 규제로부터 벗어나 이제 변화하고 있는 도시의 격을 가장 확실히 바꿀 수 있는 개발사업을 발굴해야 한다. 도시 상징의 강화, 이야기와 체험이 있는 도시 특성을 살릴 수 있는 도농복합도시의 목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둘째, 깨끗하고 잘 정돈된 거리와 개성 있는 건물을 만들기 위한 시민의 인식전환이다. 사우동, 풍무동 등 각 거리마다 각기 다른 크기와 형형색색의 간판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개성도 없고 너무 복잡하여 답답함을 느끼게 한다.

향후 ‘김포한강신도시’ 개발 지역의 토털 디자인은 품격 있는 도시를 위해 가칭 ‘도시경관추진위원회’를 발족하여 자문을 구하고, ‘경관법’에 따라 건축 디자인, 도시경관관리, 가로경관, 간판 및 현수막 등 광고물에 관한 기본 방향을 사전에 설정하여 개성 속에 차분함이 있고 매력적인 도시와 거리가 되도록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셋째, 김포시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도시의 품격은 공공디자인이 결정한다. 김포시는 시민들의 실생활과 연계된 공공디자인 사례라기보다는 도시개발 사업을 이미지 위주로 단순히 소개하는 데 그쳐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공공디자인은 단순히 도시를 예쁘게 꾸미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문화적 가치를 존중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어 공공디자인의 주체인 김포시의 발상의 전환을 통해 보다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넷째, 김포시를 브랜드화 시킬 수 있는 문화아이템을 개발해야 한다. 문화는 도시를 알리는 최고의 전략이다. 기업이 제품과 서비스에 브랜드를 활용하여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도시도 브랜드를 추구해야 한다. 함평 ‘나비’, 화천 ‘빙어’, 고창 ‘지평선’ 등과 같이 CI, 캐릭터, 슬로건 및 역사적인 문화예술자원, 지역축제, 지역의 자연경관 등에 이르기까지 지역 전체를 표현할 수 있는 차별화된 이미지를 창출하여 경쟁력있는 우수브랜드 육성을 통해 도시를 브랜드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물’ 에서 찾고자 한다. 김포 신도시 발표에 ‘김포 한강신도시’라는 명명을 퇴색시키지 않으려면 한강에서 김포시의 도시 이미지를 찾아야 한다.

＊사혁(謝赫)의 3품론 : 신품(神品), 묘품(妙品), 능품(能品)으로 분류한 이후 여러 이론가들이 이를 근간으로 하여 6품, 9품 등으로 분류하며 작품의 수준을 분리하였다. 이때부터 그림은 품격을 갖추게 되었다.

＊＊도시혁신분야 세계적인 권위자이며 유럽최고 문화컨설팅 코미디아 설립자

편집국  mr@gimpo.com

<저작권자 © 미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