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유’ 논란 부담, 3박4일 빡빡한 일정 소화
스스로
공부하는 치토세 시의원들에 큰 감동
‘갈등보단 양보, 배려’ 의정활동 새 다짐 계기
등원 후 첫 해외연수란 이름으로 일본을 방문하게 됐다. 10월 10일부터 13일까지 일본 삿뽀로시, 오타루시, 치토세의회, 복지시설, 도시기반시설을 방문하는 연수기회였다.
초선의원으로 의정활동도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해외공무출장을 떠난다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것이 사실. 특히 당시 경기도의회의원들의 ‘관광성 해외연수’라는 시선이 따가웠던 터라 설레임이나 기대보다 무거운 마음으로 길을 떠나던 기억이 생생하다. 동료 의원들도 의식적으로 불필요한 일정을 배제하고 빠듯한 일정에 동의했다.
연수를 마치고나서는 시민들의 눈을 의식해 지역신문사에 4번에 걸쳐 연수내용을 상세히 기고하는 등 무거움을 덜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고 이제는 많은 분들께서 오히려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오라고 격려해주시는 분도 생겼다. 이후 시 집행부에서도 해외 출장 뒤에 보고서는 물론 반드시 보고회를 갖고 새로운 것들을 공유하게 되기도 했다.
2시간 30분가량의 비행 후 치토세 공항 도착과 함께 창밖에 그림처럼 펼쳐진 도시, 일본의 첫 인상은 내 눈을 번쩍 뜨이게 했다. 깨끗하고 선명한 하늘과 조화를 이룬 ‘자연친화’적 도시의 모습이었다.
첫 방문지인 ‘에이화갗라는 사회복지법인 특별 양로노인홈(유료 노인종합복지시설)은 한 독지가의 유지로 13년 전 세워졌다고 하는데 250여 노인을 모시고 있는 3층 건물, 3개 시설로 나뉘어져 있었다.
특별노인시설(중증 중풍, 치매노인 120명), 케어하우스(60세이상 건강한 노인들의 주간보호시설, 하루 이용자수 50명), 주간보호시설(그룹케어 30~40명), 노인보험시설(몸이 불편한 노인시설, 이용자수 100명)로 꾸려지고 있다. 이용 평균연령은 여성84.9세, 남성 85.9세이며 최고령자로 103세 할머니가 계셨다. 삿뽀로시는 185만 인구의 15%인 29만의 노인이 살고 있다고 했다. 환자들이 가정같이 느끼도록 세심한 배려를 엿봤다.
노인복지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우리시의 실정과 비교되면서 부럽다는 생각을 지우지 못했다. 특히 그곳 직원들의 사명감에 놀랐다. “근무하면서의 가장 큰 어려움이 어떤 것이냐”고 물었더니 “환자의 상태를 잘 알지 못할 때”라는 대답이다.
복지시설 다음으로 치토세시 의회를 방문했다. 치토세는 인구9만5천으로 우리와 같은 도농복합도시다. 우리시의 의원 8명에 비해 그곳은 의원수가 28명(여성 2명)이나 됐다.
4개 상임위원회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행정ㆍ교육ㆍ종합기획을 담당하는 총무ㆍ문교상임위원회, 보건ㆍ의료ㆍ복지를 담당하는 위생상임위원회, 도로ㆍ]하천ㆍ상하수도ㆍ도시계획을 담당하는 건설상임위원회, 농수산ㆍ축산ㆍ관광ㆍ청소ㆍ폐기물처리를 담당하는 산업환경 상임위원회로 구성돼 있다.
회기중이 아니었는데 의장과 부의장, 4개상임위원회 위원장들이 나와 반갑게 맞아주었다. 무엇보다 의회 입구에 한글로 ‘대한민국 김포시의회 방문’이란 문구를 보며 일본인 특유의 섬세함과 친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치토세 시의회 의장은 인사말에서 우리 김포시의 위치와 인구 등 시의 특성(신도시 추진중)까지 거론하는 등 세심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의 임기도 우리와 같은 4년인데 사전에 집행부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큰 트러블 없이 시정을 이끌고 있다고 했다.
1958년 시가 생긴 이래 시의회가 있었다고 하니 오랜 의회 운영의 노하우일까, 의회 사무국 직원은 10명에 불과했으며 전문위원제도조차 없이 의원 스스로 공부하며 전문성을 키워간다는 설명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 자극(?)으로 지난해 대학원에 입학하여 공부를 계속하게 된 동기가 되기도 했다.
진정성을 갖고 집행부와 진지한 협의를 거치는 그들의 여유로운 모습에서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를 느낄 수 있었다.
의회 옆 건물에는 시가 직접 운영하고 있는 종합복지회관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1층에는 보건소 역할을 하는 종합보건센터가, 2층에는 취학 전 장애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장애아동센터가, 3층에는 노인들을 위한 주민자치센터가 자리하고 있었다.
우리네 주민자치센터와는 다르게 장애아, 노인 등 사회취약계층을 위한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것을 보며 약자를 위한 시의 배려가 시민들에게 더 큰 신뢰를 줄 것이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특히 보건소와 장애아동 센터가 한 건물에 있는 것을 보고 무릎을 쳤다. 일본에서 돌아와 당시 진행에 어려움이 있던 장애인 주간보호센터 이전 문제를 시장께 자세히 설명드려 시에서 받아들여졌을 때 기쁜 마음에 바로 시장실로 달려 들어가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렸더니 오히려 시장께서 민망해 하시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집행부와 의회의 협조관계가 시민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는 일본 시의회의 경험은, 지금도 어려운 일이 있을 때면 언제나 시장과 깊은 대화를 나누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방문 기간 중 쓰레기 처리시설과 마이 홈 센터(단독주택의 모델하우스), 오타루 시의 운하를 돌아보는 기회도 가졌다. 특히 우리 시에서 수로도시를 계획하고 있는 터라 영화 속 장소로도 유명한 작지만 아름다운 오타루 시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
물류중심지로 100여년전 지어졌다는 운하 옆의 창고들은 지금은 겉모습은 그대로지만 실내를 음식점으로 꾸며 세계적인 관광 명소가 되었다고 했다. 각종 개발 계획을 생산해내면서 무조건 다 부수고 새롭게만 만들려는 우리네의 인식을 새롭게 해주었다. 폭 20여m 정도로 운하 옆 산책로는 길보다 낮게 만들어 소음을 줄였다. 산책로를 잠시 걸으며 앞으로 펼쳐질 ‘아름다운 수로도시 김포’를 그려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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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다녀온 일본의 도시가 장년의 성숙한 도시라면 우리 김포는 청년의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변화를 위한 욕구가 거칠게 용솟음치고 다소 거칠고 격랑이 일렁이는 도시라는 생각, 하지만 급히 서두르기보다는 작은 일 하나부터 우리 현실에 맞는 장기적 정책구상으로 차근차근 아름답게 발전하는 김포시를 위한 의정활동을 다짐하게 한다.
편집국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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