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면 연화산 주변 동네인 후평리와 시암리에서는 농부들이 곳곳에서 밭을 갈아엎고 있었다.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길을 열고 있는 모습이다. 농부들이 거름을 내고 씨앗을 뿌린 땅에서는 생명체들이 공간으로 고개를 내밀 것이다. 대지가 수천 년 동안 씨앗을 품어 하나의 싹을 내는 것은, 강물이 수증기가 되어 하늘로 오르고 비가 되어 다시 땅에 떨어져 강물이 되듯, 생명체들도 자연의 기운과 만나 순환하는 이치와 같다.

추위는 따뜻한 기운을 만나 싹을 잉태한다. 그 싹은 더위를 만나서 왕성한 기운을 펼치고, 푸른 기운은 서늘한 기운을 만나면서 열매를 맺는다. 그 열매는 다시 썩어서 새 생명을 잉태하는 자연의 이치는 어긋남이 없다. 하늘에 머리를 두고 살아가는 사람이나, 땅과 물에서 살아가는 생명체들이 순환하는 자연에서는 너와 내가 없고 격이 없이 같은 기운 속에서 살아간다.

얼었던 산하가 풀리는 삼월에 하성면 후평리 연화산에 올라 1천5백 년 전 백제의 이야기를 더듬어 본다. 연화산에 있는 연화사에서 바라보는 한강하류는 김포 후평리 들판과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를 사이에 두고 있다, 지금 환경에서는 고구려군과 백제군사가 격전을 치룬 곳으로 생각하기에 강(江)은 너무 먼 거리에 있다. 그러나 한강하류에 둑이 없었으면 후평리 앞까지 기다란 갯벌이 펼쳐졌을 곳이다.

연화봉은 한강하류에 접근한 지역이며 조강과 연결되는 곳에 있는 산이다. 조강에서 밀물을 따라 올라가면 시암리 돌곶이를 돌아 한강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에는 한강을 차지하고자 하는 삼국시대의 전투가 있었음을 알려주는 전설이 있다. 연화봉 앞을 흐르는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조강에도 전쟁에서 비롯된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으며 가까이는 1950년 한국전쟁에서도 마찬가지다.

백제가 위례성에서 도읍을 정한 이후 6세기경에는 고구려의 광개토왕과 장수왕을 비롯한 신라와 백제는 한강하구를 차지하고자 전쟁이 끝임 없이 이어졌던 곳이다. 연화봉의 전설도 그 당시에 있었던 것으로 유추한다. 연화봉의 전설은 1500년 세월이 지나 지금까지 사람과 사람을 통해서 구전으로 전해오고 있다. 금석문으로 남겨 놓지 않았어도 할아버지를 통해서 남겨진 이야기다. 현재 김포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생명의 순환을 알게 하는 자료가 된다. 백제의 땅 김포에 남겨진 이야기는 이렇다.

『1500여전 전 삼국시대에 고구려가 영토 확장을 위해 백제를 침략 할 때의 일이다. 고구려 병사 한 사람이 백제의 낭자와 사랑에 빠졌다. 그후 백제군이 전세를 가다듬어 반격에 나서자 고구려군이 한수(漢水) 이북으로 패퇴하게 되자 병사는 낭자에게 다시 오마 굳은 약속을 남긴 채 후퇴하였다. 그후 낭자는 매일 같이 이 산봉우리에 올라 북쪽을 바라보며 낭군이 오기를 애타게 기다렸으나 오지 않아 일편담심으로 강을 건너려다 개펄에 빠져 죽었고, 그 자리에서는 한 송이 연꽃이 피어났다 하여 연화봉(蓮花峰)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김포시“지명유래집”에 있는 내용을 옮겼다. “김포의 설화”(김포문화원)에서도 내용은 유사하다. 연화봉에서 돌곶이를 지나 조강으로 합수하는 주변에는 역사적으로 이와 같은 이야기가 남아 있다는 것은 한강하구가 그만큼 중요한 전략적 지역이었다는 것이다. 조강도 마찬가지다. 조강은 1950년 이후 소통이 끊어진 곳이나 지금은 중요한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이다. 한강하구 24개 나루터 중에서 조강이 차지하는 비중은 祖江이라는 이름에서도 유추할 수 있다.

앞으로 조강을 한강하구란 이름으로 묻히게 하는 것보다 조강이라는 김포의 이름으로 부각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조강을 국내와 세계적으로 부각시키는 방법들이 무엇인지는 김포의 문화와 역사의 자취에서 찾아 전략적인 내용들을 수립하면 될 것이다. 김포에 남아 있는 선조들의 이야기와 자연환경은 현재 김포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과 후손들에게 보물이 될 수도 있다. 수천 년 동안 한강하구에 위치한 연화봉 주변과 조강에 수없이 발걸음을 했을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의 땅에 남겨진 자취와 이야기는 김포의 문화자산으로 남아 있다.

정현채  정현채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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