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에 대한 의지’를 누가 말했던가? 인간이 지닌 본성 가운데 권력에 의존하고 권력을 추구하는 인간의 성향을 가장 본질적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권력에 대한 향일성은 지배욕구의 표현이기도 하다. 이것은 비판이나 반대를 용납하지 않고 순종과 복종을 강요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권력에 의해 저질러진 무자비한 폭력적 만행의 본질이기도 하다.
2008. 3.18. 0시. 중국 당국이 티베트 시위 군중에게 해산을 명한 최후통첩 시한이다. 물론 일방적 강제이다. 인도 다람살라의 티베트 망명정부는 학살된 티베트인이 수백 명에 이른다고 호소하지만 중국 당국은 13명에 불과하다며 진상을 은폐한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군부 독재 무리들이 저지른 만행과 똑같은 양상이 티베트 수도 라싸에서 일어나고 있다.
2007년 10월 미얀마 수도 랑군에서도 어쩌면 그렇게 똑같은 참사가 일어났는지. 미얀마에서는 수십년 권력을 독점한 군부가 항의하는 미얀마 시민과 승려들을 무차별하게 총칼로 진압하고 강제 환속시켰다. 당시 AP통신은 138명이 죽었다 하였는데 미얀마 당국은 13명이 죽었다고 축소하였다.
이후 기자를 포함 모든 외국인들을 추방하고 인터넷 차단 조치 등도 빼다 닮았다. 13의 숫자도 중국 당국이 발표한 사망자 숫자와 어찌 그리 일치하는지. 미얀마 수도 랑군은 ‘전쟁의 날이란 뜻이다. 오랜 식민 지배의 아픔을 끝내고 평화를 염원하는 미얀마인의 소망이 ‘랑군’에 깃들어 있다.
그 때나 지금이나 권력은 언론을 통제하고 진상을 조작하였다. 광주시민을 빨갱이로 몰았듯이, 미얀마인들의 민주화 주장을 폭도로, 티베트인들의 독립 호소를 국가분열 도발로 규정하고 자신들의 폭력적 만행은 합리화하였다.
일찍이 티베트는 강맹하여 중국 장안을 3차례나 점령하였을 뿐 아니라 서로는 페르시아, 북으로는 몽고, 남으로 인도차이나까지 침략하였던 군사 강국이었다. 그러나 남으로 인도불교와 북으로 중국 불교를 고루 받아 들여 티베트 불교를 정립한 이후 성과 요새는 사원으로 바뀌고 전사들은 승려로 바뀌었다.
극에서 극으로 변환이 이루어진 영적인 나라 티베트이지만 과거 그들이 저지른 폭력에 대한 업보를 받고 있는 것일까? 티베트 독립은 요원하다.
독재의 권력들은 복종 아니면 죽음이라는 양자택일을 강요한다. 타협과 절충은 그들에게 통하지 않는다. 백기냐 죽음이냐. 상대방의 입장은 아랑곳 없고 강자의 주장만 존재한다. 상대에 대한 배려는 민주주의의 바탕이다. 소수 약자의 입장을 수용하고 귀기울임은 진정한 화합과 치유의 기틀이다. 의견의 다름을 인정한다는 것, 다양한 의견의 공존을 인정한다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다. 훈련을 통해서 가능하다. 건전한 토론의 학습은 가정과 학교에서 일찍부터 시작되어야 하건만 상하의 위계 질서를 중시하는 권위적 사회에서는 매우 미숙하고 열등한 기능이다.
권력에 대한 동경은 의존 욕구의 발로이지만 지배자의 입장에선 손쉽게 지배할 수 있는 인간의 약점이기도 하다. 강력한 신을 만들면 만들수록 우매한 민중을 통치하기 쉽다. 그래서 신전과 사원을 거대하게 장식하고 종교의식을 더욱 장엄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다. 백성은 굶어 죽어가도 왕은 신과 동격이므로 호화롭고 고귀하게 살 수 있어야 한다.
연약한 인간은 당연히 힘센 왕에 의지하고 칭얼대야 한다. 아니면 엄한 벌을 받는다. 수많은 황제들이 제 명에 살지 못한 것은 이러한 권력의 꿀맛 속에 독이 숨어 있음을 모르는 인간들의 도전 때문이다. 권력을 독점하고 유지하기 위해서 보다 강한 법을 만들어 내고 잔인하기 짝이 없는 온갖 고문을 고안한다. 부모 자식 형제마저 역도로 몰아 제거하는 골육상쟁이 등장하는 것도 모두 권력에 대한 욕망 때문이다.
권력에 중독된 자들은 지배 욕구를 성찰하지 못하였기에 폭력을 정당화한다. 캄보디아의 공산정권 크메르루즈가 만인의 평등을 주창하다 실패한 것도 바로 잔인한 폭력에 의지하였기 때문이다. 수백만 명의 지식인과 부유층을 학살하였지만 여전히 캄보디아는 가난한 나라이다. 성전이라는 이름으로 전쟁이 미화되는 것도 권력을 향유하려는 욕망 때문이다.
이른바 악의 무리를 응징한다고 시작한 이라크전쟁도 같은 무지에 싸여 있다. 갖은 명분을 붙이고 신적 권위로 포장해보지만 내용은 추악한 욕망에 의한 폭력일 뿐이다. 폭력은 보복의 악순환을 반복하게 되어 있다. 업의 윤회다.
인간의 심성 속에는 지옥의 성품부터 천국의 영성까지 다양한 의식의 스펙트럼이 있다. 어느 수준에 나의 마음을 조율하느냐에 따라 해당하는 세계가 상응한다. 지옥-연옥-천국의 세계. 보다 세분하면 수많은 지옥과 수십 천국이 벌어진다. 그 세계는 고정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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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뜻대로 하고 싶은 욕망을 성찰하지 못하고 잔인성을 다스리지 않으면 어떤 종교인이건 신의 탈을 쓴 악마가 될 수 있음을 모든 권력
추종자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편집국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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