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고 다시 떠오르듯이 사람들은 어느 자리에 오르고 내려온다.
크게는 나라의 대통령부터 시작해서 말이다. 새로운 해가 되면서 이모저모 작고 큰 조직들의 리더들이 바뀌고 있다. 이 지역에서도 단체장이 많이 자리에 오르고 또는 내려오는 모습에 카메라 포커스를 맞추어대면서 정말 재미있는 느낌을 갖는다. 오르는 이는 물기 오른 나무같이 기운차고 내려오는 이는 그보다 부드러운 기운이라는 거다.
본래 사람이 어떤 기운에 휩싸여 사는 것이 분명하다. 이름표 하나 내려놓는다고 전해지는 기운 또한 그렇게 다르게 전달된다. 눈빛부터 다르게 보여진다.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 인생이고 소위 빈손으로 왔다가 백년도 못살고 간다는 것을 생각하면 모든 것은 단지 부분이고 상징일 것이다.
잠시 손바닥만한 어떤 상징이 나를 다 대변할 수도 없다. 그래도 목숨을 건 듯한 명예의 욕심들이 줄을 잇는 것을 보면 대단하다. 몸은 비록 내려와도 마음이 못 내려와서 어떤 식으로든지, 영향력을 그대로 발휘하려는 모습도 본다.
억지로 끌려 내려와서는 비통한 분노에 휩싸인 모습도 있다. 정말 연기를 잘하는 사람은 어떤 틀에 갇히지 않는 사람이라고 한다. 흔히 텔레비전의 드라마를 통해 보는 연기자들의 경우 자신의 역할이 고정된 이미지로 굳어질 경우 참으로 다음의 어떤 연기에 지장을 받을 뿐만 아니라 좋은 연기를 위해서는 오히려 방해가 된다고 한다.
잠시 입었던 옷을 벗듯이 그렇게 훌훌 명예롭다는 어떤 자리도 벗어놓고 놓여날 일이다. 떠났으면 다시 집착하지도 말 일이다. 내가 아니라도 세상은 존재한다. 그냥 그대로의 모습으로.
이것이 아니면 어찌 될 줄 알고 집착했던 일이나 사람들도 지나고 보면 정말 아주 작은 빵덩이나 조각에 불과했고 배를 채워주기에는 언제나 모자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충만한 평화는 결코 밖으로부터 올 수 없다. 나의 내면에서 솟아나는 샘물과 같은 것이다. 혼자 있을 때 아무것으로 나를 덧입지 않은 모습으로 자신을 사랑할 수 있다면 좋겠다.
언젠가 한 조직을 경험하면서 정말 고뇌에 찬 세월을 보낸 적이 있었다. 지금에야 생각하면 현재, 너무나 편안하고 다행스러운 행복 속에 있다고 믿고 있다. 언젠가 나의 어떤 열정이 그리로 향했었다면 현재는 또한 어떤 힘이 이렇게 살게 하는 것을 알고 들여다본다.
그것들은 단지 하나의 옷이었고 부분이었을 뿐이다. 무엇이 우리를 한마디로 요약해낼 필요는 없다. 억매일 필요도 없다.
가끔 공손히 두 손을 모으고 인사를 하면 “절에 다니세요?”하고 묻는다. 그러면 난 “목사 마누라입니다”한다. 어떤 틀이 우리를 구속하고 나를 나답지 못하게 하는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으면 좋겠다.
나는 가끔 필요하다면 목소리를 높일 수도 있는 아줌마이기도 하다. 고상한 목사 사모의 이미지도, 그리고 직업적인 내 이미지도 그리 나를 가두지 않기를 바란다. 가끔 재활용알뜰매장에 간다. 거기서 연출한 내 모습은 잠시 나를 즐겁게 하지만 영원하지는 않다. 그래서 좋다.
그리고 내 그런 모습을 부러워하면 가지고 있던 것을 편하게 상대방에게 건네준다. 집착이란 것이 없어서 좋다. 어제도 누가 내가 낀 작은 은반지가 예쁘다고 해 은반지를 주었다. 물론 초면이었지만 즐거웠다.
여러 이미지로 변신을 하면 즐겁다. 때로는 그것이 그렇게 해방감을 주는지 몰랐었다. 나를 가두는 어떤 틀도 버렸다. ‘꼭 이래야 하는 것’이라는 것도 사실은 없다고 믿는다.
일탈을 하는 어린아이 같은 모습이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그리 사니 몸도 마음도 좋아한다.
만나서 이야기하다보면 좋아서 일이 되기도
한다. 누구나 서성거리지 않고 평화롭게 사는 쪽을 선택할 수 있는 것 아닐까?
그것은 오직 본인이 선택할 몫이다. 새로운 목표나 설정도 좋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그 순간에 가질 수 있는 어떤 것들이 또 사라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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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같은 모임을 해도 좋은 음식일랑 뒤로하고 가족과 저녁을 같이 하기 위해 유혹을 마다하고 집으로 간다. 작은 행복과 즐거움을 아는 것 같아 좋아 보인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고 그렇게 사는 사람은 정말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이라고 믿는다. 꼭 돈이 아니어도 그런 성취가 가능한 것이 많을 수 있다. 그렇게 살 수도 있다. 작은 용기 하나만 있으면 말이다.
유인봉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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