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이가 가슴에서 불편한 무엇인가가 쑤욱하고 빠져나가는 것 같았단다. 그리고 그토록 오랫동안 불면증에 시달렸는데 모처럼 집에 가서 ‘오랜만의 단잠’을 잤다고 전해왔다. 내가 엉엉 소리를 내면서 울 때마다 그이는 왜 그런지 그리도 가슴이 시원했다고 했다.

‘세상에 나 아닌 다른 사람이 나를 위해 왜 이리 우는갗 하는 마음이 들면서 내가 우는 동안은 가슴이 시원해지고 눈물을 멈추면 다시 가슴이 답답했었노라는 체험을 이야기했다.

요즘은 점점 더 도대체 눈물이 부끄러운 줄을 모르겠다. 그래서 만나는 이들마다 좀 많이 좀 울라고 말한다. 힘든 사람일수록 석 달은 울라고 말한다. 사람마다 가슴에 가득 고인 슬픔도 분노도 아픔도 눈물을 흘리면 녹아내릴 텐데, 도대체 왜 그리 울 수가 없는 걸까!

언젠가도 눈물에 대한 이야기를 쓴 적이 있다고 기억하지만 요즈음 나는 더욱 사람들이 울지 못해서 더 병이 많은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자꾸만 하게 된다. 한참을 울지 못하다가 눈물을 흘리면 정말로 끈적끈적한 액체임을 알게 된다. 눈물은 맹물이 아니다.

몸이 녹여서 내보내는 진수이며 생명의 물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아침이슬처럼 방울져 흘러내려 나만이 아니라 상대방도 녹여준다. 아무리 하여도 가짜눈물은 그리 오래 펑펑 나올 수 없다고 믿는다.

진정이 통하지 않으면 도대체 나올 수가 없는 것이 눈물이다. 그러므로 진정한 눈물은 가짜가 될 수 없고 억지로는 안 되는 신성한 것이다. 영혼의 선물이다.

오랫동안 서로를 힘들게 버거워하며 얼음처럼 살아온 부부가 있었다. 그런데 아내가 남편을 생각하며 이야기하다가 울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미워하면서 울다가 나중에는 불쌍해서 울고 다 울고 나서 생각하니 남편을 위해 울어본 일이 처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그 부부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참으로 신의 조화인가 봐요. 알 수가 없어” 때로 우리는 천 마디의 말보다 두 줄기의 눈물이 더 그 마음을 적절히 표현해줄 때가 있다. 자녀들에게 천 마디 말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아이를 위해 눈물을 흘리며 기도하는 모습이다. 네 자녀를 위해 울라고 하지 않았던가! 

진심어린 눈물이야말로 우리에게 더 필요한 양식이 아닐까! 그리고 이렇게 힘든 세상, 어찌 울지 않고  고개고개를 넘어가겠는가! 울 수 있는 사람은 산다. 울 수없는 사람이 죽는다. 너무 힘들 때, 너무 독이 나 있을 땐 울 수가 없다. 

누가 나를 괴롭게 하거든 무조건 엉엉 울어라. 그리고 더 진도가 나가면 그를 위해 울어보라. 절대로 쉽게 울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울 수만 있다면 웬수가 다정한 그이로 돌아오고 다정한 내 자식, 내 아내, 내남편으로 돌아오고 형제가 된다.

그것이야말로 눈물의 조화이며 신화이다. 마음 놓고 두 다리 뻗고 울 수 있는 나만의 시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좋겠다. 힘들어서 울음이 목까지 가득 차 올라오면 쏟아놓는 곳 말이다. 그러면 얼굴에 화색이 돌고 몸의 기운이 순환할 것이다.

유인봉  dk@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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