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건실히 유기농법을 유지해오던 한 농민이 어처구니없는 농업행정으로 억울한 피해를 당할뻔한 일이 발생해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서울특별시 보건환경연구원(원장 김민영) 강북농수산물검사소는 지난 12월6일 서울시 성북구 종암동 모마트에 판매한 고재평씨(47세)의 농산물(상추)에서 기준치가 넘는 농약이 검출되었다며 식품위생법 제7조(기준과 규격)의 ‘농산물 잔류농약 허용기준 초과로 부적합 판정’되었다는 내용의 공문을 생산자인 고재평씨와 관련 기관에 보냈다.

공문에는 검출된 농약성분이 ‘디메토모르프(역병,노균병약)’이며 검출치는 10.31mg/kg(기준치 7.0mg/kg)이라고 밝힌 뒤 ‘해당 농업기술센터 및 서울특별시농수산물공사에서는 부적합 농산물이 유통되지 않도록 반입금지조치를 취하라’ 고 되어있었다.

▲ 고재평씨

그리고 다음날인 12월 7일엔 바톤을 넘겨받은 기관들이 구체적 조치를 담은 공문들을 재발송했다.

서울특별시농수산물공사는 위와 같은 내용으로 경매시장팀장,서울특별시장(농산유통과장),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장(소비안전팀장),전국공영도매시장(사장,사무소장,사업소장),서울청과(주),농협(공),(주)중앙청과,동양청과(주),한국청과(주),대아청과(주),상장예외품목협의회,강남농수산물검사소장,강북농수산물검사소장,산동농협,고촌농협,생산자 고재평 등에게 공문을 보냈고,

김포시청(농정과)에서는 과태료 60만원(농약관리법 제23조 제1항 위반) 통지서와 함께 의견서(이의제기)를 2008년 1월 4일까지 제출 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정말 꿈같은 일이 전광석화처럼 네트웤을 타고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12월 6일 고재평씨는 서울특별시 보건환경연구원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후둘거리는 마음을 안고 서울로 차를 몰았다. 무언가 크게 잘 못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에 입이 바짝 타 들어만 갔다. 그들은 전화로 “치커리와 상추에서 농약이 검출 되었다”고 통보를 했다. 그동안 농약을 치지 않고 병충해와 풀과의 전쟁을 벌여 왔는데...더구나 치커리는 아직 작아서 몇일 더 있어야 출하를 시작 하는데...

고씨가 차를 몰고 서울특별시보건환경연구원으로 가는 사이에 보건연구원에서 보낸 공문들은 전자우편을 통해 순식간에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강북농수산물검사소에 도착한 고씨가 자신의 상추박스를 발견 하고는 “내가 보는 앞에서 다시한번 검사를 해 보자”고 하자 검사소 직원들은 “냉동실에 보관되어있는 시료로만 검사가 가능하다”고 했단다.

답답해진 고씨는 농림부, 식약청, 국립 농산물 품질관리원, 서울시청 시험검사 관리팀, 식품위생과, 서울특별시 보건환경연구원 감사실 등에 검사기준에 대해 문의를 하면서 서울시청 민원조사 담당관실 민원조사2팀에 이의신청서를 접수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강북농산물검사소장과 전화로 다시한번 사정을 해 보았지만 “대통령이 와도 안된다”는 말만 들었다고.

그런데 두어시간 후 상황이 급변했다고 한다. 강북농수산물검사소장으로부터 “부하직원 한테 고재평씨가 확인한 농산물 상추 시료로 재 정밀분석을 하라고 지시를 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다시 10분 후 “역 추적을 하여 확인 한 결과 마트에서 일반 농산물을 잘못 담아 주어서 그렇게 되었다”고 소장이 다시 전화를 했단다.

고씨는 “대통령이 와도 안된다는 것이 어떻게 10분만에 밝혀질 수 있느냐”면서 “이는 건수를 올리려는 공무원들의 계획적인 탁상행정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자신들의 떳떳치 못한 행동이 드러나자 이젠 마트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하면서 ”끝까지 자신들의 행동을 반성하지 않는 공무원들을 고발하여 다시는 나와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여기저기 진정을 하게되었다“고 말했다.

고씨는 12월 12일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긴 글을 작성한 후 전농,한농연,김포시의회등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이를 본 언론사들의 취재를 이끌어냈다.

그는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통해 “본인은 만약 이렇게 까지 할수밖에 없었고 강력 하게 주장 하지 않았었다면 고재평은 7년간의 믿음과 신뢰로 쌓아온 고객과의 약속, 피나는 노력, 밤낮으로 고생한 보람과 열정, 절망과 허탈감 또 한 법적,행정적인 절차로 출하정지 및 친환경 인증 취소는 말할것도 없고 3년이하의 징역과 최고3,000만원 이하의 엄청난 벌금도 피하지도 못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라고 자신의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

그 후 서울특별시보건환경원은 ‘부적합 농산물 생산자 정정보고(통보)’ 공문을 보내왔으며(12월 8일자), 서울특별시농산물유통공사도 12월 10일자로 ‘반입금지 해제’; 공문을 보내왔다.

이로서 고재평씨의 잔류농약 파동은 3일만에 일단락 되었지만 그가 입은 물적,정신적 피해는 언제 회복될지 아무도 모른다.

이에대해 “비록 3일동안 출하를 못했지만 보상은 바라지도 않는다. 이번일을 계기로 나처럼 어이없는 일을 당하는 사람이 두 번다시 나타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고재평씨는 미련할정도로 순박한 농민중의 농민이었다.

▲ 출하직전의 치커리...

김규태 기자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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