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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아직은 살만한 세상!방문간호사 김현숙

   
봄꽃이 흩날리던 4월에 김포시의 맞춤형 방문건강관리사업이 시작되었다. 나는 '건강관리사'라는 명찰을 가슴에 꽂으며 앞으로 만날 대상자에게 어떻게 건강관리를 해야 할지 생각해 보았다.간호사로 줄곧 살아왔지만 건강관리사는 좀 더 포괄적 의미를 지니고 내가 해야 할 일이 되었다.

그동안은 찾아오는 환자를 간호하는 일이었지만 이 사업은 내가 대상자를 찾아가고 발굴해 그 분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능동적이며 적극적인 사업이다. 정말 보람되고  나 스스로에 대한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일이란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러나 첫 출발부터 난관이었다. 김포로 이사온 지 3년이 넘었지만 48번 국도 큰길로 집과 직장만 오가던 터라 사우동 동네 구석구석을 주소하나만 가지고 집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우선순위 대상자가 기초생활 수급자 이다보니 구석구석 찾기 힘든 곳에 꼭꼭 숨 듯 감춰져 있는 집을 번지수를 확인 하며 기웃거리다 사나운 개를 만나 도망쳐 나오기도 하고 방문약속을 잡고자 보건소에서 방문 드리겠다고 전화를 하면 관공서를 사칭한 사기가 아니냐며 신분증명을 해보라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어 일시사역이라는 신분을 서럽게 하기도 했다.

처음 방문 했을 때 유난히 사납게 짖으며 으르렁 대는 개를 키우던 강 00 대상자는 정신분열병을 앓고 있는 분 이였다. 첫 방문차 집으로 전화를 드렸을 때 어머니가 받으셨고 강0 0 대상자와 누나가 병원에 가고 부재중이라 다른 날 약속을 하고 방문을 했다.

그 날도 대상자는 부재 중 이고 어머니만 혼자 집에 계신 상황이었다 .어머니와 몇 마디 대화를 해보자 횡설 수설 앞뒤 얘기가 안 맞고 대화가 더 이상 진전이 없어 누나와 통화를 시도했다.전화를 받은 누나는 방문간호사라는 말에 의심의 눈초리와 함께  보건소로 전화해 내 이름과 신분을 확인했다.

00시에서 이사온 강00 대상자 가족은 강00 대상자와 어머니가 정신분열병을 앓고 있으며 00시 정신보건센타의 회원인 강00 대상자가 최근 00시 정신보건센타 이용을 꺼려하고 집에 있으면서 가족과의 갈등이 더 심해져 가족 모두가 힘든 상황이었다.

김포시 정신보건센타가 보건소 증축으로 장기동으로 임시 이전해 있음을 안내 해드리고 교통편과 위치를 알려드렸다. 주간보호센타 회원으로 등록해 주간재활프로그램과 직업재활등을 받으시도록 권유했다.

오랜 병력으로 많이 지친 대상자와 가족들에게  작은 희망이라도 만들어주고 싶었다. 병원 임상에서 정신과 근무를 경험하며  만성정신장애인들과 그 가족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알기에 ......

얼마 후 강00대상자와 누나가 정신보건센터로 찾아가 센터선생님들께 상담을 받고 회원으로 등록해 현재 주간재활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다. 성공적인 사회복귀를 해서 누구보다 당당한 김포시민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해본다.

교육청 부근에 사시는 이 00 님은 주변 이웃 분들이 모두 아는 알콜 과다섭취 대상자 였다. 첫 방문 시에도 혈압이 200/110정도로 높게 체크 되었으며 몇 일째 식사는 거르고 술만 드시는 분이였다. 부인과는 사별하고 정신과적 문제가 있는 두 아들과 생활 하며 혈압이 높음을 전혀 모르고 술만 좋아하셨다.

보건소로 모시고와 진료를 보고 혈압약 처방을 받아드리고 꼭 규칙적 복용 할 것을 설명 드리고 알콜 문제와 아들의 정신과적 문제를 정신보건센터로 연계의뢰 했다.

약을 규칙적으로 드시는지 확인하고 규칙적인 식사와 절주를 방문 때마다 강조 해서인지 혈압약의 규칙적 복용은 잘 이루어져  정상 혈압을 유지하며 지금은 한달에 한번씩 보건소 진료실로 스스로 혈압약 처방을 받으러 오신다.

보건소로 약 처방을 받으러 오실 때 마다 꼭 눈도장을 찍고 수줍게 웃고 가신다. 알콜 문제 또한 아주 없어지지는 않았지만 본인의 건강에 관심을 가지고 스스로 건강을 지키려는 모습이시니 절주에 성공하시리라 믿는다.

사우동 방문대상자 중 가장어린 00네 집을 방문한 것은 00이가 태어난지 두 세 달 무렵 정도 지나서 였다. 미혼모인 엄마는 정신지체와 정신분열병을 가진 정신장애인 이고 외할머니 또한 정신지체3급의 장애가 있었다.

00이는 아빠의 외면으로 출생 신고 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목욕시키는 것, 분유타서 먹이는 것 , 트림시키는 것, 모든 것이 서툰 00이 엄마와 할머니였다.

00이의 발육상태를 살펴보고 영양사님께 연계해 영양상담과 이유식 만드는법을 교육 받도록 했다. 분유와 물의 비율을 엉터리로 타서 먹여 변비가 있었지만 지금은  영양사님께 교육 받은 대로 서툴게라도 이유식도 해서 먹이고 있다.

엄마의 성을 따서 김포시민으로 출생 신고한 00이가 건강하고 씩씩한 아이로 자라는데 맞춤형 방문건강관리사업이 작은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

H원룸에 사시는 정00할아버지는 첫 방문 시 근엄한 표정으로 눈 맞춤도 없이 얘기 하시고 고국에 와서 병이 생겼다며 푸념하셨다.

5살 때 중국으로 건너가 노인이 다되어 고국 땅 한번 밟고 싶어 2005년 김포로 와서 그해에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우측편마비가 있으며 고혈압과 당뇨가 있어 투약중이었다.

경제적 사정과 병원을 모시고 다닐 보호자가 없어 재활치료를 포기하고 있는 상태이고 당뇨는 투약 중임에도 혈당이 220이 넘고 있었다. 집밖을 거의 벗어나지 못하고 좁은 원룸에서 하루 일과를 보내고 계셨다.

중국에서 함께 나온 할머니는 지원 받는 기초생활 생계비로 원룸 월세와 공과금을 내면 통장이 비어버린다며 이른 아침부터 저녁 까지 일을 다니고 계셔 집에는 늘 할아버지 혼자 계셨다.

재활치료를 물리치료사님께 연계 의뢰 하고 혈당조절을 위해 영양사님께 식이조절과 영양상담을 의뢰했다. 주기적인 방문으로 혈압과 혈당 수치를 체크하고 본인이 스스로 본인 병에 관심을 가지고 자가관리 할수 있도록 이끌었다.

방문보건계에서 운영하는 뇌졸중환자 그룹운동프로그램에 참여토록하여 5주간의 교육을 받고 물리치료사와 영양사를 연계하여 집으로 방문해 주기적인 물리치료와 주1회 영양교육과 식이조절교육을 하면서  재활의 의지 또한 강해졌다.

최근 들어 오전 오후 두 차례 스스로 지팡이를 짚고 시청 길 주변을 산책 하신다. 이제는 '사람냄새가 그리웠는데 와줘서 고맙다'며 방문을 반기신다.

내가 만나고 방문하는 대부분의 대상자는 소외 계층이다. 병에 시달리고 가난에 상처받고 집집마다 애달픈 사연을 하나씩 가슴에 묻고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그런 대상자들에게 세상이 그래도 나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그래도 아직은 살만한 세상 이란 것을 맞춤형 방문건강관리사업을 통해 느낄수 있도록 해드리고 싶다.

편집국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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