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북한은 남한자본의 투자처?

격세지감
세미나가 열리는 마사회대강당에는 그야말로 농업계 인사들로 붐비고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은 서로 악수를 나누고 명함을 주고 받았다. 하나같이 검은 얼굴들인 것으로 보아 대부분 농업 현장에 있는 사람들로 보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귀가 따갑게 들어왔지만 적당히 남의일처럼 생각 되었던 ‘통일’. 그리고 지금까지 열심히 주장은 해 왔지만 당위적 한계에만 머물러 있던 ‘통일농업’.
시커먼 사람들이 마사회 대강당을 가득 메운채 ‘통일농업’의 방향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청와대 관계자에서부터 대한민국에 있는 농관련사업체 관계자들이 거의 모두 참석 하고 있었다. 바야흐로 통일시대를 눈 앞에 두고 있다는 것이 실감나는 자리였다.  

남북경제공동체와 남북농업공동체
오는 10월 2일부터 열리는 2차남북정상회담의 의제로 ‘한반도평화’와 ‘남북경제공동체’가 예정되고 있는 가운데 이날 토론회에서는 남북농업공동체가 집중 논의됐다.
북한의 낙후된 경제 상황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일방적인 지원만 가지고는 해결될 수 없기 때문에 근본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만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러한 시스템이 구축 되기 위해서는 정상적인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하며 이러한 방향에서 정상회담이 이루어져 한다는 것이다.
한편 당면한 과제로 북한의 식량문제가 심각한 만큼 식량문제의 해결 없이는 경제공동체 또한 성공할 수 없음을 확인하면서 남북경제공동체의 핵심적인 사업으로 ‘남북농업공동체’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농업공동체를 통하여 남북경제공동체가 건설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일석이조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 갖가지 제안들이 쏟아져 나왔다. 듣기에 따라서는 이기적일 정도로 자신들의 처지를 반영 하는 의견들이었지만 그만큼 현실적일 수 있다는 생각에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었다.
참석자들은 숨김없이 자신들의 어려운 처지를 들고 나왔다. 그동안 개방농정으로 인해 피폐해질대로 피폐해진 현실을 인정하는 순간이었다. 이들은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에서 통일농업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만큼 통일농업이 현실적으로 한발짝 다가서 있었다.
남쪽은 모든게 남아돌아 문제가 되고 있고, 북쪽은 그 반대다. 농산물은 농산물대로, 농기계는 기계대로, 비료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북한의 현실은 남쪽의 남아도는 농산물을 해결할 수 있는 통로이자 동시에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여건이 되고 있다. 일부 참석자들은 북한이야말로 남쪽의 자본과 기술, 북쪽의 노동력이 결합하여 북방으로 진출할 수 있는 전진기지를 건설 할 수 있는 적지라고 주장했다.

자성의목소리
점점 분위기가 고조되어가자 일부 참석자들이 욕심을 냈다. 그들은 잠시나마 상대가 북한 이라는 것을 잊고 있는 듯 했다. 어느새 북한은 남쪽 자본의 투자처로만 인식되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모든 농산물이 ‘상품’ 으로만 인식되고 있었다. 일부 참석자들의 오버액션에 답답해 하던 청중들은 중앙대학교 윤석원교수의 한마디에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윤교수는 농산물을 상품으로 보기 이전에 ‘식량주권’의 관점에서 ‘남북농업공동체’가 논의 되어야함을 강조 하였다. 또한 일부 참석자들이 제안한 ‘남쪽의 관행농법’을 그대로 북한에 적용하는 것을 신중하게 고려해야함을 지적했다.
즉, 남쪽도 ‘수탈농법’으로 인해 갈수록 ‘친환경농법’으로 전환하고 있는 마당에 북한에 남쪽의 부실한 농법을 전파하기 이전에 쿠바식 친환경농법도 장기적인 생산성을 위해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명한선택
한반도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6자회담. 우리를 둘러싼 나라들은 한반도의 통일을 바라지 않는다. 새로운 강대국의 탄생을 꺼리기 때문이다. 물론 말로는 어떤 나라도 우리의 통일을 반대하는 나라는 한 나라도 없다.
우리의 정치권 또한 마찬가지이다. 말로는 통일을 반대하는 정치세력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자신들의 당리당략을 위해 한반도의 통일을 반대하고 있는 국가들과 굳게 손잡고 있는 정치세력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