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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로 걱정 않고 원없이 농사졌으면”탐방/하성면 '송이송이 포도 작목반'

지난 7월11일 오후 하성면 양택리.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정기적인 검사를 받는 날이다. 10여명의 농민들이 모여 있는 이곳 포도농장에서 품질관리원 김포출장소 김혜경 팀장이 농장을 꼼꼼히 살폈다. “저쪽으로 가봅시다”, “지난번에는 저게 없었는데?” 날카로운 질문이 구석구석 이미 다 알고 있는 눈치다.

 

“친환경농법은 유지하는게 참 어렵다”며 “단 한번이라도 제초제를 치면 그 농가는 곧바로 제명된다”는 김 팀장은 마치 유격대 조교같다.

농장 순회를 모두 마치자 기다렸다는 듯 농민들의 볼멘소리가 이어졌다.

“판로 걱정 없이 맘 놓고 생산에만 전념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요즘은 포도도 비가림 시설을 많이 하고 있는데 대부분 사람들은 비가림 포도를 친환경 포도로 알고 있다”는 얘기 등등.

시중에서 5kg 한 상자에 9천원에서 만원에 팔리는데 깡에 넘기면 칠팔천원 밖에 못 받는단다. 그래서 대부분 성당에 팔려고 하지만 이도 한계가 있다. 한 사람것만 팔아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성당에서는 1만3천원 정도까지 받아준다 한다.

너도나도 맺혔던 말들을 쏟아내보지만 직원으로서 들어주는 것 외에 당장 도리가 없어보인다. 잠시 후 농관원 직원이 자리를 비우자 회원 한 사람이 이번엔 기자에게 하소연이다.

“저렇게 감시만 철저하게 하면 뭘 합니까. 만들어 놓은 포도 한송이도 팔아 주지 않으면서… 저 사람들은요 우리를 감시 하러 오는 겁니다. 얼마나 까다로운지 모릅니다”

옆에 있던 한 농민이 맞장구다. “맞아요. 그래서 우린 이중 삼중 으로 맘고생을 하면서 농사를 짓습니다. 사람들은 친환경농산물 어떻게 믿냐고 수군거리지. 저 사람들은 저렇게 감시를 하지. 포도는 포도대로 상품성이 떨어져 제값을 못 받고 있으니…”

다음날 ‘송이송이 포도작목반’ 김원겸 회장의 집을 방문했다. 농장에 들어서자마자 시퍼런 풀밭 위에 하얀 물결을 이루고 있는 포도 봉지가 눈에 들어왔다. 농장 바깥면은 차광망으로 울타리가 쳐져 있고 군데 군데 쌀겨를 말리고 있는 모습이다.

 

포도와 배 등 3천여평 모두 친환경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있는 김 회장은 송이송이 포도작목반을 만든 장본인이다. 창고 한켠에는 발효가 진행중인 플라스틱 드럼통들이 보이고 풀밭 여기저기엔 닭, 오리 등이 떼지어 다니며 농장이 살아 있음을 과시하고 있었다.

“저건 고들빼기고, 저건 질경이고…” 농장이 완전 나물밭이다. 이렇게 민들레가 끝나고 나면 여름철에는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초가을이 민들레가 다시 난다는 설명이다.

“풀이 겁나지 않는냐”는 기자의 질문에 “별거 아니다. 1년에 세번만 풀을 깎으면 아무 문제 없다”면서 기계를 가지고 나와 풀베는 시범을 보인다.

김 회장은 “어떤 사람들은 풀이 영양분을 다 먹는다고 하는데 천만의 말씀”이라며 “영양에는 큰 문제가 없다”며 손사레를 쳤다.

 

“점심상을 차렸다”며 자꾸만 소매를 끄는 아주머니의 미소가 그렇게 평화로워 보일 수가 없었다. “이 반찬 모두가 여기서 나는 것들”이라며 이러저러 반찬을 권한다.

식사를 하면서 김 회장은 “언제까지나 이렇게 평화롭게 살고 싶은데 그놈의 경제가 무언지 농민들 이렇게 불안하게 만드냐”며 “판로나 좀 알아봐 달라”고 말했다.

앞선 농업을 해보겠다며 절치부심 환경농법을 유지하고 있지만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정부에선 ‘친환경’하라, ‘고소득 작물’ 하라며 농민 등을 떠밀지만 대책은 없다. 생색내기 지원대책에 유통구조는 엉망이다. 친환경 농사꾼들은 ‘독립군’이다. 송이송이 포도작목반 019-407-3704.

 

김규태 기자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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