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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부도를 넘어서유인봉 칼럼
환갑을 맞은 큰 오라버니가 조카 등에 업힌 모습을 보면서 왈칵 눈물이 나왔다.

6남매의 다섯 번째로 태어난 내게 있어 큰 오라버니는 연령차이가 많았던 탓에 같은 형제로서 이것 저것 얼마나 힘드냐고 조잘거리며 자란 사이는 못되었다. 그런 오라버니는 장남으로서 가정을 지키는 역할에는 다소 한계가 있었던지 객지에서 많이 생활했고 이혼의 경험과 이산가족의 고통도 겪었다.

어린 나이에 보았던 오라버니는 아버지와 잘 맞지 않는 아들의 모습이었다.
아버지 인생에서 장남의 이혼은 자신의 인생이 실패한 것 이상의 아픔이요 혼란이었던 탓에 그 시절 아버지와 큰 오라버니가 있던 사랑방에서는 자주 큰 소리가 났었다.

집을 나가서 새벽까지 돌아오지 않던 오라비가 뿌연 새벽에 신발을 벗어놓고 방으로 들어왔을 때가 기억난다. 어린 마음이었지만 무엇인지 가슴이 꽉 막히고 저리면서 모기 소리 만하게 겨우 물어본 소리가 “오빠, 어디 갔다 왔어?”였다.
오라버니의 대답은 한참만에 나왔다.
“......, 산에”
어린 시절의 기억 속에는 오라비가 산자락에 쭈그리고 앉아 고통 하는 모습이 들어있다.
온갖 풍상을 겪던 큰 오라버니가 귀향한 것은 아버지가 돌아가실 무렵이었다.

어쩜 저리도 고생을 하면서 인생을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던 오라버니가 정말 고맙게 느껴지기 시작한 것은 나도 자식을 낳고 살고 사십대가 넘어서면서 인생이 호락호락 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이다.
그리고 산 속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오라비가 죽음의 문턱을 넘어 살아준 것이 그리도 고마울 수가 없었다.

요즘은 환갑을 그리 대수롭지 않아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오라버니의 61번째의 생일은 우리 가족의 아픔을 다스리고 아물게 하는 힘이 있었다.
온갖 인생의 시련 속에서 헤어졌던 딸과 아들들과 형제들이 진정으로 기뻐하며 노래부르고 춤을 추는 신명이 있었고 지난 일들을 눈물 속에만 가두어 두지 않고 통합해 내는 힘이 있었다.

식장을 가득 메운 일가 친척들과 친구들을 보면서 그래도 얼마나 인간관계를 노력하면서 살아왔는지 오라버니의 다른 면모를 볼수 있어 진심으로 고마웠다.
역사도 굴절과 오욕의 장면이 있고 개인사도 그렇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잘못된 것들을 반성하고 바로잡고 해석을 통해서 강물처럼 흘러가도록 해야 한다고 믿는다.

누구나 완벽한 인생은 없고 원하지 않던 어려움이 죽음의 문턱에까지 사람을 몰아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자포자기하지 않는 정신 한 가닥이야말로 자신을 다시 주도적이고 성공적인 인생을 만들어 가게 하는 것 아닐까?
인생에도 부도는 있다. 기업인들을 만나보면 기업의 부도에 가정파탄을 딛고 일어난 사람들이 있다.

부부가 헤어지면서 원수처럼 다시 볼일 없으리라 다짐했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인생의 길을 가는 가운데 좋은 친구관계로 해석해 내고 복원해 내는 이도 있다.
아무 문제가 없는 가정이나 환경은 없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대물려지는 악순환과 나쁜 일들을 과감하게 끊어내고 새로운 변화를 주도하고 만들어 내는 사람으로 살 것인지가 문제이다.

영원한 부도는 없어야 한다.

인생의 부도를 넘어서서 어떤 식으로든 유종의 미를 맞이하고 마침표를 찍어야 하는 것이 사람살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그러므로 아무리 힘들다고 느끼면서도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이들은 모두 일등 인생이다.

고통을 극복하기까지의 개인차는 있지만 결국은 인생이라는 기차를 타고 가는 차 속에서 일어났던 태풍들은 종착역이 가까워지면서 정리되어지고 통합되는 것이라는 믿음을 져버리고 싶지 않다.

편집국  mirae@gimp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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