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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뒷모습이 아름다워야유인봉 칼럼

운전을 하면서 무심코 음악이 나오려니 해서 버튼을 누르니 의외로 토크쇼가 진행되고 있었다.

“남편과 아내 중에 누가 먼저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으냐?”는 아나운서의 질문에 대부분의 아내들은 1년 혹은 몇 년의 차이는 있지만 “남편을 먼저 보내고 마무리하고 가겠노라”고 대답했다.

참으로 의미심장한 우리의 현실 아닐까?

참으로 내일을 알 수 없는 혼재한 오늘을 사는 우리는 늘 언제라도 땅의 사람이 아닌 하늘의 사람이 될 수도 있음이 사실 아닌가!

저녁에 함께 있을 때 남편에게 물었다.

“우리는 누가 먼저 가는 것이 좋을까?”
“나는 함께 갈거야”
“아니 그러면 아이들이 너무 충격이 크고 힘들잖아”
“어자피 한번 겪는 것이 좋지 않을까? 다른 사람 부주도 생각해주고 말이야”

“에이, 정리는 당신이 잘하니까 한 살 많은 내가 먼저 갈게 나중에 와” 내가 말하자 남편이 웃었다. 웃고 있지만 이미 ‘암'을 경험했던 아내를 보낼 뻔 했던 그 가슴은 철렁했으리라!

서로 처음엔 가볍게 이어간 말이었는데 시간이 가면서 점점 우리는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음을 느꼈다. 그래, 곁에 있어도 그리도 그립고 그리운 가족이여!

뒤에 남을 자식을 생각하면 힘들어도 누군가는 마무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내 자신도 그 사람도 떠나야 할 사람들이다. 그리고 정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나이와는 상관없이 아름답게 떠날 수 있는 구체적인 그림을 한 번 이상은 진지하게 생각할 일이다. 또 우리는 늘 언제든 어디론가 떠나고 다시 시작해야 하는 존재 아닐까!.

시작하는 것이 어렵다고 하지만 헤어지는 것은 더 어렵다. 서로 만나 사랑을 키울 때는 가랑비에 옷 젖듯이 스몃스몃 스며들었지만 막상 이별을 할 때는 뼛속이 녹아내리는 아픔이 몸을 사르지 않던가!

부모를 만나 결혼을 하면서 그렇게 헤어질 때의 그 첫 마음을 잊지 않는다면 부모를 그렇게 버릴 수는 도저히 없으리라. 만남의 시작보다 헤어짐에 대한 그림은 얼마나 애뜻한가!

애뜻함이 넘칠 때 다른 사람을 미워할 수 없다.
눈물 맷힌 마음은 오히려 이슬처럼 영롱하여 다른 사람을 탓하지 않는다.

모두를 용납할 수 있는 힘, 그것은 만남이 아니라 헤어짐이 무엇인지 알 때 가능하다. 헤어짐이 무엇인지 안다면 오늘 이 순간이 아니면 도저히 해줄 수 없는 것들을 이다음으로 미룰 수는 없다. 다음이란 없다. 정말로 없다.

또 일어서서 떠나야 할 때를 알지 못하면 자신만이 아닌 다른 생명도 병들게 한다.죽어야만 내려놓을 수 있는 권력과 명예, 부자에 대한 욕망, 자식에 대한 집착, 탐심들! “박수칠 때 떠나라!”

어느 단체장이 하는 말을 듣고 조용히 메모를 했다. 떠날 때는 두렵지만 떠나는 것은 또 하나의 새 세상과의 만남이다. 하지만 떠날 수 있다면 반드시 새벽별을 볼 수 있다.

2007년의 3월의 봄날 이른 아침, 일어나 산길을 걸으니 눈이 오고 있었다. 솜사탕 같은 봄눈이 내리면서 그렇게 아침햇살에 반짝이며 녹아내리는 것을 정신없이 바라보았다. 봄눈과 햇살, 정말 보석이 이처럼 아름다울까! 마흔 일곱에 나는 봄눈을 처음 발견한 소녀 같았다.
그날 봄눈은 새벽별이 되어 내 가슴으로 들어왔다.

   
새벽 일찍 집을 떠난 산길, 정말 아무도 없는 그 길을 걸으며 눈물이 줄줄 흘렀다.
“암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이른 새벽 이리도 부지런한 사람이 되어 봄눈을 맞았을까? 보석처럼 아름답게 녹아내리는 반짝이는 봄눈을 알기나 했을까? ”

그리고 암이 내게 축복이었음을 정말로 감사했다. 누구나 떠난다. 떠나야만 한다. 단지 내가 먼저 용기 있게 경험하는 것이다. 그 한 번의 용기는 자신을 비겁함에서 살려내고 다른 생명을 키워낸다.

이것이 아니면 안 되는 것은 세상에 없다.
자신이 그렇게 붙잡고 있을 뿐이다.

유인봉  dk@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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