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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에 텔레비전이 필요한 이유정현채의 문화읽기(66)

TV를 처음 본 것이 초등학교 때다. 대나무로 생활용품을 만들었던 이웃집 덕분이다. 담도 없이 울타리 하나로 이웃하고 있던 대나무 집 아들이 월남에서 마련한 것이다. 당시에는 맹호부대 용사들이라는 노래를 재미삼아 불렀던 시절이다. 전쟁에 참여하여 받은 수당으로  보낸 것이라는 것은 나중에 알게 되었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것은 여로와 프로레슬링이다. 저녁을 먹고 어둑하게 해가 질 무렵이면 동네 사람들은 대나무 집에 모인다. 안방에 있던 티브이는 마루로 외출을 나오고 이웃사람들은 마당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연속극을 보았던 풍경이 이제는 추억의 문화가 되었다.

티브이가 마을 사람들에게 환영을 받았던 곳은 대나무집 뿐만이 아니다. 만화가계와 다방에서도 인기였다. 당시 다방 이름 중에서는 ‘별 다방“이라는 상호가 제일 많았다고 한다. 스카프를 두른 어린왕자가 별나라에서 방문한 곳이라는 은유의 이미지로 별 다방이라고 했는지 그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름이 예쁘다. 다방의 티브이가 주가를 높일 때는 70년대 국민적 관심을 끌었던 축구와 권투시합이다. 이때 다방에서는 티브이를 중심으로 관람석을 배치하고 출입구에는 시합을 알리는 광고가 붙는다. 다방이라는 공간에서 티브이를 중심으로 매체문화를 접하게 하였던 곳이다.

승용차가 많지 않고 대중버스를 주로 이용하던 시대에는 버스에서 틀어주던 라디오가 정보전달이라는 매체의 역할을 하기도 하였지만, 소음에 가까운 소리는 승객들을 불편하게 하기도 하였다. 지금은 라디오를 틀어주는 버스는 없다. 기계의 발달로 개인이 휴대하고 선택해서 들을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30년 동안 티브이는 대한민국 공간 곳곳에 채워지고 지금은 24시간을 선택해서 볼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다. 티브이뿐만이 아니다. 정보검색이라는 서비스 차원의 컴퓨터도 사무실에서 길거리로 나서고 있는 시대다.

우리는 생활에서 인식을 하거나 하지 않거나 본래 있었던 것이라 해서 무심히 지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대중이 이용하는 버스에서 라디오를 틀어주었던 것도 그렇고, 음식점 중앙에 자리하고 있는 티브이도 그렇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대중이 모이는 곳에는 티브이가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음식점에도 티브이를 설치하는 필수품이 되었다. 어느 곳에서나 늘 접하는 것이라 이상할 것은 없다. 문제는 전자제품이 넘쳐날 정도로 많은 시대에 티브이가 꼭 음식점에 있어야 하느냐와 티브이로 인하여 불편을 겪는 때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하고 밥 한 끼 먹고자 음식점에 갔을 때 아이들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라도 나오며는 아이들의 눈과 귀는 바로 티브이로 향한다. 외식을 하면서 대화조차 나누지 못하게 티브이는 틈새 공격을 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이른 시간에 서울의 한 음식점에 들렸다. 주인이 티브이를 보면서 소리를 어찌나 크게 틀어 놓던지 밥을 먹기조차 불편할 정도였다. 밥 먹는 곳에 티브이가 과연 필요할 정도로 중요한 것인지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은 음식점에 가면 티브이가 잘 보이지 않는 쪽으로 멀리 떨어져 않는 지혜(?)를 발휘하고 있다. 음식점에는 티브이가 있는 곳도 있고 없는 곳도 있다. 그리고 티브이를 설치하고 하지 않는 것은 운영하는 사람들이 판단할 일이다. 단지 이용하는 사람으로서 불편하다는 것이다.

   
가난한 시대도 아니고 전자제품이 넘쳐나는 시대다. 이제는 티브이가 필요한 곳과 없어도 되는 장소 정도는 구분하는 문화인식이 필요하다.

음식점에서 주문한 것을 기다리는 동안 물을 마시듯 심심풀이로 티브이를 보는 것과 중요한 정보가 나오는 것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게 하는 서비스 차원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밥을 먹고 담소를 나누는 곳에 꼭 티브이가 있어야할 것인지는 한번쯤 생각해야 한다. 갈수록 시선을 끄는 광고와 각종 잡지를 비롯한 매체들이 눈을 유혹하고 있다. 밥을 먹을 동안만이라도 눈과 귀는 쉬고 싶다.

정현채  정현채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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