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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여성, 엄마의 변명유인봉의 여성칼럼
아직 일이 끝나지 않아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시간에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본인이 시장을 보고 스파게티를 만들어 놓았으니까 빨리 돌아와서 먹으라는 이야기였다.

순 된장 고추장을 이용한 요리에 익숙한 내 손맛과 달리 아이는 방학동안에 텔레비전에 나오는 요리프로그램을 열심히 보고 실제 해보기로 했었나보다.

어쨌든 아이는 나름대로 시장을 보았고 스파게티 국수가 없어서 우동면발을 샀단다. 아이가 하는 데로 불안하지만 허용했던 남편과 딸은 맛있게 면발을 맛보았다.

물론 나도 12살짜리 아들이 입에 들어갈 수 있는 요리(?)를 했다고 내어주는 음식인지라 기꺼이 지꺼기 하나 없이 먹어치웠고 엄청나게 감동했다는 표현을 했다.

아이들은 에미가 가끔 집에 있을 때 보다 어쩜 자신들의 자유공간에서 많이 실험해 보고 배우는 면이 많은 듯하다.
잘 하다가도 어른이 쳐다보고 있으면 실수가 연발되는 적이 많은 것 아닐까?

어쨌든 그날 저녁만큼 환한 행복감과 자신만만한 아이의 모습은 없었다.
일하는 엄마의 변명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가끔 나는 아이들이 자신들의 밥은 찾아 먹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밥상을 따뜻하게 차려주지 못하는 마음이야 저리고 아프지만 현실은 아이 젖 주듯이 집에 드나들 수도 없고 전화를 통해 위로를 보내야 할 때가 어디 한 두 번인가!

우리 집 아이들은 저희들끼리 지내면서 설거지도 해보고 온갖 여우짓도 다 해보면서 크는 것이 사실이다. 내 화장품 케이스가 어지러져 있고 분가루가 여기저기 널려 있어도 나는 모른체 한다.

아이들이 다 해놓았다는 설거지 그릇에는 가끔 다 씻겨지지 못한 밥풀이 묻어 있는 경우도 있고 얼룩이 있는 경우도 있다.
아침 밥을 지으며 그것을 발견할 때 나는 아무소리 없이 한 번 더 따뜻한 물에 헹구어 낸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기꺼이 집안 일에 동참하는 것을 허용해오고 있다.
물론 다른 집안들처럼 완벽한 정리 정돈은 아닐지라도 아이들 수준에서 노력한 모습에 내 손길을 조금 덧붙일 뿐이다.

가끔 여성들을 생각하면서 벗어나야 하는 것 중에 하나가 지나친 헌신과 자
신에게 맡겨진 것보다 더 많은 일을 차지하고 하려는 경향이라고 생각한다.
남편의 옷 색깔부터 아이들의 양말에 이르기까지 엄마의 손길이 아니면 안 되는 집안에서 여성들의 할 일은 끝이 보이지를 않게 되어있다. 기분이 좋을 때는 괜찮지만 그렇지 않을 때 그것은 하이톤의 바가지로 이어져 남편과 아이들에게 그 헌신하는 삶의 반값도 인정받지 못하고 억울해 하게 되지 않던가!

물론 엄마인 여성들은 아이들이나 남편들보다 두 배 혹은 그 이상 더 깨끗한 정돈과 청결함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가사에 남편과 아이들에게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막아놓는다면 늘 돌보아줄 대상만 많은 엄마와 의존적인 가족형태를 만들 수 밖에 없지 않을까?
더 어려운 컴퓨터는 익숙하면서도 가장 간단한 세탁기 작동법을 모르는 가족을 만들면 안된다.

처음에 아무리 시간이 많이 걸려도 해볼 기회를 갖지 못하면 어떻게 배우겠는가!
아내나 엄마인 자신이 가족 모두의 해결사임을 자처하는 한 실패하는 여성일 수도 있다.

가족을 팀이라 생각하면 아내 혹은 엄마도 한 일원이다.
한 사람이 너무 많은 일을 하게 되면 분명히 손해감정이 생기게 마련이다.
모든 걸 혼자 처리하다보면 가족을 무력하게 만드는 것이다.
가족 모두를 성공하는 사람들로 성장하고자 한다면 팀을 무력하게 만들면 안된다.

아내나 엄마도 한 가족의 일원이다.
아무리 일류대학에 자녀를 입학시킨다 해도 그 아이들이 커서 다시 가족을 구성했을 때 의존적인 무력한 아내나 남편으로 살면서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것 중의 하나인 가정을 잃어버리고 살게 될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만나보면 아주 괜찮은 사람들이건만 가정이라는 제 1차 에너지의 근원을 잃고 고민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정말 지적수준이 가정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의 기본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편집국  mirae@gimp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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