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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지 않으면 실망도 하지 않는다유인봉 칼럼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상대방이 어떤 성의를 보일 때 예상치 않은 기쁨을 맛보게 된다. 전혀 아무런 상상도 기대도 하지 않았던 만남이었는데 참으로 의외의 기쁨인 것이다.

반대로 어떠한 기대를 가지고 사람을 대하든 상황을 만들든 그것이 충족되지 않을 때가 문제이다. 어떠한 마음속의 규정이 현실에서 맞지 않게 될 때, 투기나 분심이 일고 상대방을 도마 위에 올려놓았다 내렸다 하고 천국과 지옥을 넘나드는 것 아닐까!

누군가를 괘씸해 할 때는 그 사람에게 어떤 기대를 했다는 게 분명하다.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으면 실망도 없다.  문제는 일정정도 바라는 어떤 기대가 있다는 거다. 그러한 기대가 고통을 지어낸다.

지어낸 고통 속에서 포승줄에 묶인 듯 신음하면서 죽어라 상대방을 미워한다.
섭섭하든지, 밉든지 간에 내 마음에 파도를 일게 하는 상대방은 내 인생 각본 속에 등장한 조연일 뿐이다. 단 한 컷만 등장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조금 더 머물다 가는 사람일 수도 있다.  늘 주인공은 나인 것이고 연출자도 감독 또한 자신인 것이다.

어느 날 누군가를 생각하면서 문득 섭섭한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일고 사람에 대한 씁쓸함과 외로움, 덧없음도 느껴졌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는 나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이 아니던가!

“무엇을 그리 섭섭해 하고 있다는 말이냐”하고 자신에게 소리 내어 말했다.

‘하늘이 아닌 사람을 기대했다가 무너지지 않은 사람 있으면 나와 봐라’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워하는 마음조차 내 마음이 지어낸 헛그림자라는 걸 알게 되었다.

사람한테 그리 실망해도 또 사람이 그립고 안 그래야지 하면서도 이모저모로 의지도 하고 때로는 도움도 구하기도 하는 모습이 사람살이인 모양이다.

사람의 만남도 물 흐르는 것 같아서 자꾸만 흐르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영원히 좋은 마음만 가지고 만날 것 같은 사람도 시간이 가면 멀어질 수 있거니와 다시 굽이굽이 돌아 다시 합쳐지기도 하고 말이다.

   
고운정 미운정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은 흔들림 없는 감정상태에 이르기까지 숱한 굽이굽이를 돌아 깨닫는 마음으로 만나고 살아야 되는 것 아닐까! 잠시 왔다가는 꿈결 같은 세상에서  누구를 만나 기대한다는 것은 얼마나 더 꿈결 같은 일일까!

우리는 누구를 만나도 헤어짐이 예정되어 있는 사람들이다. 너무 내 각본대로 기대하다가는 더 빨리 더 좋지 않은 에너지가 서로를 밀어낼 지도 모른다. 자연에도 사계절이 있듯이 사람과 사람사이에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음을 받아들이는 것은 어떨까?

그래서 나는 지금 어떤 이와는 겨울을 나고 있다. 또 어떤 이와는 새봄 새싹을 틔우고 있기도 하고 말이다. “기대하지 않으면 결코 실망도 없다”

유인봉  dk@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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