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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하고싶은 일과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살기여성칼럼
나는 어려서 잘 치우지 못하는 아이라고 혼나면서 자랐다.
딸이 넷이나 되는 우리 집에서 가장 외향적이었던 나는 소꿉장난이나 고무줄놀이, 공기놀이보다는 남자아이들이 하는 자치기 놀이를 더 재미있어 했고 구슬치기를 더 좋아했다. 물론 딱지치기도.

언니는 집안 좀 치워놓으라는 부모님의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깨끗하게 치우곤 했는데 나는 그것이 그렇게 하기가 싫고 재미가 없었다. 또 최선을 다한다고 해도 어머니의 마음에는 도대체 만족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매일 반복적으로 치우고 다시 어지르는 그런 일을 지속한다는 것에 그다지 흥미가 없었던 나는 차라리 산에 가서 나무를 해오던지 여름이면 들판에 나가 소풀을 뜯기는 것이 그렇게 재미있었다.

무거운 나무짐을 지면서 지게도 져보고 어디만큼 가서 쉴 것인가를 생각하며 악착같이 집에까지 가져오고 나면 땀도 나고 그 솔가루 불을 지펴 방을 따듯하게 만든다고 생각하면 뿌듯했다.

그리고 정말 흘러가는 양떼구름을 보면 정말 아무 걱정 없이 평화를 느끼기도 했고, 풀피리를 불고 신이 나면 시냇가에 뛰어들어 물 사이를 헤엄쳐 다니는 송사리 떼를 쳐다보는 것도 좋았다.

나는 이렇게 중학교 3학년 때까지 암소와 새끼 송아지를 몰고 산등성이와 신작로를 걸으며 신나게 노래를 불렀다.
그때 대부분 그런 일을 하는 아이들은 남자아이들이었는데 나는 그런 일이 더 재미있었고 어떤 때는 소를 몰고 오다 담임선생님을 만나기도 했다. 그때도 선생님이 더 머쓱해 했던 기억이 난다.

어른이 된 지금도 어쨌든 억지로 하고 싶지도 않은 일을 하는 것은 정말 힘들다고 느낀다.
그것은 어릴 적 나의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 나는 아파트에 살지 않는다.

아마 아파트에 살면서 유리알처럼 깨끗함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면 나는 어쩌면 바깥일을 포기해야 할 만큼 시간이 걸려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적당히 어지럽혀져도 여유로 느껴지는 오래된 단독주택에 살고 있는데, 남들은 뭐라 할지 몰라도 적어도 우리가족이나 내게는 “스위트 홈”이다.
왜? 어린 시절의 마당이 그대로 있는 집에서 나뭇잎이 어떻게 나고 어떻게 지는지를 보며 살고 있다.

하지만 나도 깨끗하게 정돈된 집에서 맛있는 차를 마시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정말 그렇게 잘 정리하고 아름답게 꾸미는 것을 즐기면서 아기자기하게 사는 지인들의 집에 초대를 받거나 방문해 본다.

그리고 정말 감탄할 만큼 정리 정돈된 그들을 집을 재미있게 탐색하면서 그들의 취향에 감동 받기도 한다. 하지만 나보고 날마다 그렇게 살라고 하면 아마 지옥이리라. 원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느낄 때 누리면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잡문이지만 글을 쓰는 것이 아주 익숙하고 편한 것, 그리고 그 시간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처럼 그렇게 자신들의 집을 아름답게 꾸미고 사는 사람들은 그 일이 더 쉽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중요한 것은 자신이 재미있어하고 즐거워하며 생산성을 키울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삶이 아름답고 평등한 삶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글을 쓴다라고 보는 이들이 말한다. “어떻게 일주일에 한번씩 그렇게 글을 고박꼬박 쓰느냐? 어렵지 않느냐”고.

그런 질문을 받으면 나는 말한다. “누구나 말을 할 줄 알고 한글을 알면 다 쓸 수 있다. 살아 있는 모든 순간 모든 것에서 배울 수 있고 감각되어진다. 그리고 그 순간 순간에 느끼고 배운 것들이 글이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글을 통해 단 한 마디, 한 줄이라도 공감이 간다고 느끼는 이는 친구가 된다. 그리고 그에게 또다시 많은 것들을 배운다. 그러다 보면 아주 많은 시간을 이야기 한 적은 없지만 그들은 나를 아주 잘 안다고 생각하고 가깝다고 느낀다.

만약 주의 주장이나 논쟁을 하려고만 했다면 벌써 바닥이 났을 것이다.
늘 억지로 쓴 글은 없었다. 누가 알아주라고 쓴 적은 더욱 없었다. 또 억눌림이 있었다면 결코 쓸 수도 없었으리라.

물론 대단한 글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시대적 상황과 그 토양에서 살아온 한 작은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삶을 생각하고 살아가는지 그러한 고백이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그것은 늘 나에게 즐거움이자, 동시대사람들과 통하고 싶은 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게 가장 편하고 주관적이지만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 무엇이다.

그렇게 나를 돌아다볼 수 있는 시간 속에서 결코 인간은 누구라도 강요받으면서 잘 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잠시 강요된 선택 속에서는 아무리 잘 할 수 있다해도 생명력이 짧다고 확신한다.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그렇게 선택했기 때문에 잘 할 수 있는 일이 세상에는 엄청나게 많은데 그 발견이야말로 성공적인 삶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성공적인 삶을 사는 사람은 그 사람이 높든지 낮든지 만나는 사람에게 배울 수는 있어도

편집국  mirae@gimp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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