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식구 중에 아들만 핸드폰이 없었다. 인도에서 공부하던 아들이 방학을 맞아 이곳에 와있는 동안 친구들과 연락을 하고자 하니 그렇게 불편할 수가 없단다. 일단은 아들 친구들이 문자를 보내고 싶으면 모두 내 폰으로 연락이 왔다. 그래서 정말로 다리 역할을 해야 했다. 그런데 일전에 핸드폰 때문에 어느 분들이 문제가 생겼다.

한 사람은 급해서 연락을 취하는데 상대방이 잘 안받는다는 것이다. 자꾸 핸드폰을 안 받는 것이 자신을 거부하는 것으로 느껴져 다른 이의 것으로 연락을 해보니 상대방이 응답을 하더라는 것이다. 결국 두 사람은 지금 이러저러한 사정 중에 있다. 솔직히 과거에는 전화 안 받는다고 자신이 거부된 것으로 이해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요즈음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몸과 핸드폰이 하나가 되어 살면서 자신이 취사선택해서 전화를 받기도 하고 안 받기도 한다. 더구나 발신과 수신, 그리고 부재중이 표시되면서 상대방과의 집요한 통신을 보충적으로 이어지게 하는 장치들이 되어있지 않는가!

또는 자신은 출처를 밝히지 않으면서 '발신자번호제한'으로 자신의 의도만 일방적으로 쏘아대는 문자는 받을 때 마다 내용과 상관없이 불쾌함을 주기도 한다. 때로는 사업상의 전화와 문자도 오해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아침이슬 같은 문자하나로 하루가 상쾌하게 열리는 그런 짧은 문자도 있을 수 있다.

‘아하! 그것이 그렇구나’ 하는 잠시의 깨달음을 담아 자신이 평소에 생각과 마음을 나누던 지인들에게 띄워 보내는 풋풋함 같은 것 말이다. 그 짧은 함축의 한 마디가 얼마나 영롱한 느낌을 같이 가질 수 있게 하는지 정말 즐겁기 그지없다.

언젠가 친구는 지독히 추운 날씨를 “어쩜 이리도 매력적인 날씨란 말이냐. 이런 날이 그리웠어”라고 해 와서 정말로 웃음이 난 적이 있다. 물론 그 친구의 매우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한마디 덕분에 요즘 나는 춥다고 느낄 때마다 이렇게 중얼거린다. "참 매력적인 날씨구나..“  

물론 오해의 여지가 충분한 일들이 있을 수도 있다. 이름은 밝히면서 자신의 폰은 감추고 000-0으로 보내는 정치인들의 문자도 그렇다. 자신을 당당하게 밝히면서 의도도 투명한 세상이면 더욱 좋겠다고 늘 생각한다.

핸드폰, 이제 핸드폰은 더 이상 전화기만이 아니다. 나와 너를 이어주는 가장 가까운 징검다리이며 이 사회의 시스템이며 강력한 채널이다. 핸드폰은 세상과 나를 열어주고 연결해주는 가장 강력한 그 무엇이 되어버렸다.

유인봉  dk@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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